깡마른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을 지니고 있다. 먹는 걸 즐기지 않거나, 엄청 잘 먹는데 안 찌거나(부럽다). 에디터의 남동생 역시 깡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으며 후자에 속한다. 그의 식단을 살펴보면 삼겹살, 소시지 등 육류 또는 육가공품 없이는 식사하지 않을 정도다.
얼마 전,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을 봤다. ‘지방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방으로 다이어트를 한다니! 그래서 해봤다. 지금부터 7일간의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체험기를 공개한다.
* 지방 다이어트란?
지방 다이어트, 정확히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LCHF)는 탄수화물의 섭취를 하루 100g 이하로 제한해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매우 제한 된 당질을 섭취하면 체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케톤(ketone)이 유발되고 소변량이 늘어나 체액 손실이 일어나면서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체중 감량이 일어나는 원리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 식단만 챙겨 먹기로 한다. 지방 다이어트 체험 첫날, 아무 준비가 없이 점심시간을 맞았다. 평소처럼 동료들과 함께 부대찌개 식당을 갔다. 라면 사리를 외면하고 햄과 두부만 건져 먹었다.
국물은 밥 없이 먹기엔 너무 짰다. 야근이 확정된 오후 6시 반, 점심이 부실해서였는지 배고프단 말을 100번 이상했다. ‘지방 다이어트면 고기를 먹어야지!’ 고맙게도 야근 식사 메뉴가 보쌈과 족발로 정해졌다. 이거 진짜 괜찮은 다이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근처에서 지방 다이어트에 적합한 점심을 먹기란 쉽지 않았다. 마침 배달음식 전문 B사에서 저탄수화물 도시락을 판다는 제보를 받았다. 밥 대신 양배추가 들어있다. 양배추의 단맛과 수분 덕에 수월하게 먹을 수 있었다. 오후 5시까지 배가 고프지 않다는 점에서 만족.
지방 다이어트는 식단관리가 중요한 만큼 퇴근 후 장을 보러 갔다. 방송에서 권장한 지방 식재료인 연어와 삼겹살, 아보카도를 샀다. 고기만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양파, 버섯, 샐러드 채소도 샀다. 저녁으로 생연어와 아보카도를 후추와 레몬 드레싱을 섞어 먹었다.
3일차 점심에도 저탄수화물 도시락이 배달 왔다. 오늘은 양배추와 돼지고기. 사실, 이렇게 조금 먹으면 뭘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약속이 있어서 외식을 했다. 보통 다이어트를 하면 약속 잡기 어려운데, 그런 면에서 지방 다이어트는 자유로운 편. 일행이 찜닭 가게를 발견했다. 치즈 찜닭을 시켜서 즐겁게 먹었다.
4일차 점심도 저탄수화물 도시락으로 때웠다. 양배추라 밥보다 오래 씹게 되는데 토끼가 된 기분이다. 밥과 샐러드의 중간 정도의 맛. 저녁엔 삼겹살을 구웠다. 보통 같으면 두 줄은 구웠을 텐데, 고기가 아쉽지 않은 상태가 되니 식탐이 줄었다. 고기만 먹으면 느끼하니 발사믹 식초를 뿌린 샐러드를 함께 먹었다. 지방을 먹으며 느끼는 어쩔 수 없는 죄책감이 덜어지는 기분.
지방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가 버터다. 물론 천연버터. 요즘 버터대란이 일어나 마트에선 구하기 힘들다. 페이스북을 하던 중 스타벅스에서 천연버터를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퇴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대신 이즈니 버터 3개를 주문했다. 그게 뭐냐고 되물을까봐 긴장했는데, 다행히 직원이 한 번에 알아듣고는 종이봉투 예쁘게 담아주었다.
지방 다이어트 고수들은 커피에 버터를 넣어 먹기도 한다. 일명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 코코넛오일이나 무염버터를 첨가해 먹는 커피를 말한다. 이왕 스타벅스에 온 거 도전해보기로 한다. 아메리카노는 양이 많아 엄두가 안 나서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맛 자체가 나쁘진 않은데 기름이 둥둥 떠서 마시기도 전에 입술이 번들거린다. 지방 다이어트 초보자라면 다른 방법으로 버터를 섭취하는 걸 추천한다.
이날은 외근이 있어서 점심을 밖에서 먹었다. 이태원의 바비큐 전문점에 들어갔다. 빵이 함께 나왔는데, 먹지를 못하니 죽을 맛이다. 왜 인류가 밥과 빵을 주식으로 삼았는지 알겠다. 고기 씹는 질감이 유난히 질겅질겅했다. 저녁은 육류를 먹고 싶지 않아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연어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이즈니 버터를 사용해 구웠는데, 연어의 고소함이 2배가 됐다. 다이어트가 끝나도 이즈니 버터는 구매할 듯.
아침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자취 인생 중 가장 고기가 많은 상태. 베이컨, 소시지, 달걀, 버섯, 양파를 꺼냈다. 베이컨을 제일 먼저 구웠는데, 기름이 많이 나와서 나머지 재료는 그 기름에다 구웠다.
이날은 여행을 가기로 약속돼 있었다. 다이어트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고비다. 점심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때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근처에 놀러 온 동료 에디터에게 딱 걸렸다. 서울은 생각보다 훨씬 좁다. 비밀 그런 거 만들지 말자.
여행지에서는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먹었기 때문에 식단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술이 문제였다. 애주가인 에디터는 술을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의 지방 다이어트 선배들은 어떻게 술을 마시는지 검색해봤다.
LCHF를 할 때 술은 안 마시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다면 증류주를 마시라고 권한다. 탄수화물이 많은 곡주는 피하고 당과 첨가물이 들어있는 술도 피해야 한다. 소주의 경우 증류주이지만 당 함량이 높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에디터는 보드카인 스미노프를 골랐다. 가격이 사악하지만 기사를 핑계로 구입했다. 안주는 스트링 치즈. 모든 다이어트가 그렇겠지만, LCHF 중일 때는 술이 더 빨리 취하니 지나친 음주는 금물이다.
7일차, 늦게 일어나 아침을 건너뛰었다. 점심은 닭갈비. 볶음밥을 먹을 때 참기 힘들었지만, 몇 시간 뒤면 이 다이어트 체험이 끝난다는 사실에 힘을 냈다. 다음날 피검사(이유는 아래에)를 위해 저녁은 먹지 않았다. 8시부터 금식. 여행의 피로와 다이어트 체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깊이 잠들었다.
일주일 동안 LCHF 다이어트에 도전했던 에디터는 몸무게 1.8kg을 감량했다. 몸무게 자체는 얼마 줄지 않았지만 허리둘레 줄이기에 효과가 있어 바지를 입을 때 벨트 한 칸이 줄었다. 똥배는 밥 배라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지방 다이어트를 체험하는 사이 부작용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에디터 역시 두통을 느꼈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원래 알람 울리기 전에 일어나는 스타일). 궁금해서 피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두 달 전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지와 수치를 비교해봤다.
콜레스테롤: 200 mg/dl -> 175mg/dl
저밀도 콜레스테롤: 126mg/dl -> 84 mg/dl
중성지방: 86 mg/dl -> 90mg/dl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맑은 피도 없다’며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고 말했다. 중성지방이 약간 상승하긴 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수치가 다이어트의 결과라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방 다이어트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지는 않았다.
지방 다이어트의 기본 개념은 같지만 이를 실천하는 방식은 수도 없다. 하지만 모두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아래와 같다.
1. 염분을 줄일 것
2. 당분을 줄일 것
3. 건강한 식재료를 선택할 것
그동안 먹을거리를 사면서 성분표를 유심히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번 다이어트를 체험하면서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 얼마나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알게 됐다. 이것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직접 식재료를 고르고 구입해 조리해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도. 물론, 매 끼니를 조리해 먹기는 힘들겠지만 빈도를 늘리려는 노력만으로도 가치 있는 시도가 아닐까.
다이어트에는 수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게 맞는 다이어트를 찾는 것이다. 지방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배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나친 섭취를 줄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빵, 면, 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탄수화물 줄이기가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오늘도 다이어트 지식이 하나 늘어난 당신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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