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른 카드 없으세요? 잔액이 부족…”

 

또 잔액 부족 굴욕이다. 아니 뭐 비싼 걸 산 것도 아니고 삼각 김밥 하나에 컵라면 하나. 다 합쳐서 5000원도 안 되는데 잔액이 부족하다고 하니 민망해 죽겠다. 아마 교통비나 휴대폰비 둘 중에 하나가 빠졌겠지…

 

내가 딱히 낭비하는 타입은 절대 아니다. 쇼핑을 즐기지도 않고, 밥은 거의 편의점에서 때우는 편인데 뭐가 문제인 걸까. 카페 가는 횟수를 줄여야 하나… 나만 이런가 해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그렇단다.

 

그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학교-기숙사-학교의 루트를 벗어난 적이 없는 근검절약의 아이콘.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돈이 없을까. 이제는 알아야겠다 싶어서 친구와 함께 한달 소비 내역을 추적했다.

 

 


<9월 한 달 소비 내역>

 

용돈
매달 30만원 씩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다. 죄송하긴 하지만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지는 않는다. 취업 준비에 집중해서, 취업을 빨리하는 게 효도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식사
주로 학교 식당을 이용한다. 싸고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 한 끼에 2000~3000원 정도이고, 보통은 점심 저녁 모두 학교 식당에서 먹는다. 귀찮으면 하루에 한 끼만 먹기도 하고… 식당에서 후배를 만나면 간혹 사주기도 한다. 이날 저녁처럼.

 


 

편의점
수업이 없을 때는 기숙사에서 자소서를 쓰거나 면접 준비를 한다. 이때 끼니는 주로 편의점에서 때우는 편. 라면, 도시락, 햄버거, 맥주 등을 산다.

 


 

외식
가끔 후배들이 밥 사 달라고 할 때가 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이날은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했다. 둘이서 삼겹살 먹고, 맥주 한잔 하고 하니까 3만 원이 넘었다. 한 달 용돈의 1/10이라 부담이 좀 되지만, 그래도 선배 체면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술자리 더치페이
친구들이랑 술 마셨다. 일단 내가 긁고 현금으로 받기로 했는데 별 기대는 안 한다. 현금 없다고 나중에 준다고 하고 까먹는 경우가 많다. 술에 취해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다음 날 달라고 하기도 좀 민망하다.

 

잔액
아직 용돈 받은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 반이나 써 버렸다. 망했다.

 


 

외출
돈이 없다. 이럴 땐 외출을 안 하는 게 최곤데.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과자 사서,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6000원으로 버틸 수 있다) 영어 회화 스터디 때문에 주말인데도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야 한다. 나가면 사람들이랑 끼니때 마다 밥도 먹어야 하고, 스터디 룸 빌리는데 돈도 든다. 아직 한 달의 반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잔액이 1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맥주
스트레스받아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주 한 캔 샀다.

 


 

교통비
지역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살아서 학교가 좀 멀다. (지하철로 15 정거장) 교통비는 한 달에 7만원 정도 나오는데, 두 번에 나누어서 나간다. 그리고 그게 오늘이다… 교통비 어택으로 잔액이 3만 원 대로 떨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 미리 빼놓을 걸. 근데 교통 대금 자꾸 연체되면 신용 불량 된다는 소문도 있던데. 사실인가?

 


 

예비군
예비군 만세. 12000원 벌었다!

 


 

 

이발
머리는 왜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걸까. 고등학교 때는 이발비 7000원이었는데. 서울은 역시 뭐든지 비싸다.

 


 

 

생필품
샴푸, 비누, 휴지 같은 생필품은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회비를 모아서 함께 산다. 생필품은 꼭 한꺼번에 떨어진다. 5천 원 남았다. 용돈 받으려면 일주일도 더 남았는데…ㅋ

 


 

파산
스터디 대관료(6000원) 내야 하는데 잔액이 5000원밖에 안 남았다. 파산.. 파산이다. 비상금을 꺼내야겠다

 

비상금
비상금이 있다. 명절에 어른들이 주신 돈 모아 둔 거. 60만 원 정도 있는데, 나중에 취직되면 여행이나 갈까 하고 모아 뒀다. 그러면 뭐하나, 이렇게 월말에 밥 먹을 돈도 없으면 야금야금 꺼내 쓰는데. 아마 취직 전에 바닥나지 않을까 싶다.

 

코인노래방
비상금도 깼겠다 기분 낼 겸 코인 노래방 갔다 왔음.

 


 

잔액 부족
용돈 리필 D-1. 삼각 김밥 하나랑 라면 하나 사 먹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손님 잔액 부족입니다”라는 말을 듣는데 엄청 민망했다. 삼각김밥 빼고 라면만 샀더니 잔액이 60원 남았다. 아… 빨리 취직하고 싶다.

 


 

후기

한 달 동안 돈을 어디다 썼는지 쭉 훑어봤다. 쓸데없는 데 쓴 돈이 거의 없었다. 있다면 후배랑 삼겹살 먹은 거랑, 호프집에서 술값 계산한 거. 근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외식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나머지는 다 학식이랑 편의점에서 해결했는데. 취직을 빨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지금 생활비로는 여유가 없어서 옷이나 신발을 거의 사지 못한다. 계절에 한 번 정도는 나도 쇼핑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도 하고 싶다. 또 애들이랑 술 마실 때, 맥주는 비싸니까 맛없는 소주 먹었는데, 돈 벌면 처음부터 끝까지 맥주만 마실 거다. …근데 하반기에 취직할 수 있겠지? 해야 되는데…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지용(2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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