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는 위계질서가 없으며 노동시장이 열려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 취업한 한국 청년들이 많지만,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지난 9월 말 방한한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의 발언에 많은 이들이 심쿵했다. 안 그래도 마음이 뒤숭숭한데 이렇게 반겨주시니 버선발로 달려가 겠습니다, 총리님!
그런데, 문득 불안해지는 것이다. 세상에 천국은 없다던데… 네덜란드는 정말 천국일까? ‘한국이 싫어서’ 네덜란드에 갔는데, 네덜란드도 싫어지면 어쩌지?(가보고 말 해) 그래서 나름대로 네덜란드 뒷조사를 해보았다. 정말 서민들이 가서 살 만한 나라인지, 회사는 다닐만 한지! 결론은? 어머니 아버지. 다음 생엔 꼭 네덜란드에서 연애해주세요….
네덜란드 vs 대한민국 근로 환경 배틀
네덜란드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 전업주부란 단어가 없다더라, 저녁이 있는 삶이 당연한 것이라더라 등등의 카더라는 이제 그만. 정확한 숫자와 통계로 네덜란드와 대한민국 노동시장을 낱낱이 비교했다.
네덜란드의 최저 시급은 23세 이상 기준 약 1만 987원(주 40일 근무 기준), 대한민국의 최저 시급은 6030원이다. 네덜란드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비싼 거 아니냐고? 올해 6월 기준으로 한국 물가가 100일 때 네덜 란드는 115, 즉 한국보다 15% 정도 비싸다고 한다.
반면 네덜란드의 최저 시급은 한국보다 1.8배가 높다. 물가는 15% 차이 나는데, 최저 시급은 약 두 배가 더 높은 것이다. 주말 알바 8시간을 뛰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9만 6000원, 즉 10만원이 안되 는 알바비를, 네덜란드에서는 약 17만원의 알바비를 받을 수 있다.
알바 일수가 쌓일수록 격차는 점점 더 커지겠지. 그러나 여긴 사스가 대한민국. “최저임금을 갑자기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는 말인지 똥인지 모를 발언과 함께, 2017년 최저임금은 결국 6470원으로 결정됐다.
※ 출처: 주 네덜란드 대사관, 2016 네덜란드 최저임금 제도 현황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는 말은 이제 더 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기업은 새 인력을 충원하는 대신 이미 뽑은 사람들을 쥐어짜는 것으로 이윤을 낸다. 일찍이 이러한 문제에 맞닥뜨렸던 네덜란드는 수십 년에 걸쳐 해결책을 고민해왔다. 그들이 택한 ‘개혁’은, 지금까지 한 명이 8시간 일해야 했던 관례에서 벗어나 두 명에게 4시간씩의 업무를 주는 ‘시간제 근로’를 대폭 늘리는 것.
일을 하는 사람은 늘어나되 1인당 근로시간은 줄이는 방법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2,124시간을 일할 때, 네덜란드 사람들은 1,420시간을 일한다. 근로기준법상 1일 근무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면 우리나라는 1년 중 약 265일을, 네덜란드는 약 177일을 일하는 셈.
더 쉽게 말하면 1년이 12개월 인 건 같은데 대한민국 사람들이 네덜란드 사람들보다 1년에 세 달 가까이 더 많이 일한다는 거다. 우리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꿈이 담긴 슬로건이지만, 네덜란드에선 일상이다.
※ 출처: 2014 OECD 노동시장 통계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자 비율이 높은 나라로 유명하다. 시간제 근로자…? 어디서 후려치는 냄새 안 나요? 걱정은 노노. 우리나라에서 ‘시간제 근로자’는 알바, 비정규직 등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만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는 개념이 다르다.
네덜란드인들에겐 일을 할 때 하루 종일 일하는 ‘전일제 근로’와 주당 15시간에서 30시간 이하로 일하는 ‘시간제 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시간제 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이 적을 뿐 휴가, 부가 급여 등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1996년에는 ‘근로시간에 따른 차별 금지법(WOA)’을 만들어 어느 쪽을 선택하든 동등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못 박았다.
그래도 ‘시간제’라니, 안정성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자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네덜란드 파견 업체 ‘Ranstad’의 200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근로자는 3%, 일자리를 잃게 될 경우 6개월 이내에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근로자는 약 77%였다.
Intern_이연재 jae@univ.me
네덜란드에서 일하면 진짜 좋아요?
그렇게 좋다는 네덜란드 회사. 얼마나 좋은지 경험자들에게 캐물어 보았다
영아 인턴으로 첫 출근했을 때, ‘언제 커피를 갖 다드려야 하나’ 상사 눈치를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매일 아침, 점심 식사 후에 직원들에게 먼저 커피를 내려주시는 거예요.
채령 제가 일했던 곳에서도 점심에 늘 사장님과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었어요. 사장님이 제시하는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자유롭게 비판하면서 프로젝트를 만드는 분위기였죠. 눈치 보는 문화가 없어요.
영아 가장 신기했던 건, 인턴십 마치고 정규직 전환 관련 미팅을 할 때였어요. 일개 인턴인 제가 회사 CEO와 마주 앉아서 회사에 원하는 대우와 앞으로의 커리어 목표를 논한다는 게 믿기 힘들어서, “이렇게 보스랑 얼굴 보고 앉아서 미팅하는 게 너무 신기해요”라고 했더니 “난 네 보스가 아니야. 너의 동료지”라고 답하시더라고요. 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제 막 정규직 전환을 앞둔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존중과 겸손이 깔려 있어서 존경스러웠어요.
채령 야근은 아주 가끔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야근 수당은 다 나오고요.
영아 저희 회사는 야근 수당이 따로 안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야근을 장려하지 않아요. 사무실 청소나 보안 시스템 때문에 늦어도 저녁 6시 전에는 회사 건물에서 나가야 해요. 야근보단 주말에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가족과 보내는 저녁 시간을 굉장히 중시하거든요.
채령 회식도 1년에 한 번? 가고 싶은 사람들만 가는 분위기고요.
영아 회식을 한다면 최소 1~2주 전에는 공지를 하죠. 장소 선정부터 시간까지 모두의 의견을 통합해서 저녁도 먹고 와인도 마셔요. 물론 참석하고 싶은 사람들만 모여요.
영아 저는 학교 수업 과정의 일부로(싱가포르 소재 대학 졸업) 인턴십을 한 거라서 유급 인턴이었지만, 보스에게 들어보니 네덜란드는 무급 인턴십이 대부분이고 유급이라도 한 달에 500유로(약 62만원)가 시장가라고 하더라고요. 인턴은 보험, 교통비, 주거 보조비 등이 해당 사항이 없어서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돈도 꽤 있고요. 그래도 정규직 전환 기회가 있으니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해요.
채령 저는 비영리 기관에 다녀서 재정 구조가 탄탄한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은퇴한 엔지니어나 경험이 필요한 대학생들이 무급으로 인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도 무급 인턴이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몇 시간 일해라’ ‘이래라 저래라’ 말을 못 해요. 자기가 되는 시간에 일을 해주고 가면 돼요. 저는 월, 수, 금요일 오전에 근무했어요.
채령 무조건 전환되진 않지만, 인턴 할 때 일을 잘했고 그 시기에 적당한 자리가 나면 채용되기도 해요.
영아 단기적으로 계속 새로운 사람을 쓰기 위해 인턴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면요. 저도 인턴에서 전환된 케이스에요. 아이디어 미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100%를 시키면 120%의 결과를 보여주면서 적극성과 능력을 인정받으려 노력했죠.
채령 네덜란드어가 필수인 경우에는 채용 공고에 ‘네덜란드어 구사’라고 적혀 있어요. 그렇지 않은 회사는 영어를 쓰는 경우도 많아요.
영아 네덜란드 국민의 75%가 영어를 사용할 줄 안다고 해요. 그만큼 회사에서 영어를 많이 쓰고요. 물론 미팅할 때 자연스럽게 네덜란드어가 왔다 갔다 할 때가 있고, 크고 작게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 아쉽긴 해요. 그래서 전 인턴십을 할 때 기초를 잡기 위해 학원에 다녔어요.
영아 한국에선 근로자가 파트타임을 원해서 하는 경우보다 회사에서 고용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래서 근로자의 권리나 입장이 보호 받지 못하는 것같아요. 네덜란드에서 시간제 근로는 본인의 선택이고, 일하는 시간이 적을 뿐 정규직인 것은 마찬가지예요. 회사에서 받는 대우도 똑같고요.
저희 회사에 시간제 근로자가 30% 정도인데요. 대부분 워킹맘들이에요. 출산 전에는 풀타임으로 근무하셨던 분들이 아이를 낳은 후에는 회사 눈치 안 보고 파트타임으로 복직하곤 하세요.
영아 우선 업무에 필요한 영어부터 확실히 잡아야겠죠. 그다음에 본인의 관심 분야가 네덜란드에선 어떤지 알아봐야 하고요. 취업 사이트도 들어가보고, 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스킬이 뭔지 알아보는 거죠. 많은 분들이 “비자가 안 나오면 어떡해요” “집이 안 구해지면 어떡해요” 걱정을 많이 하는데, 본인의 능력을 알아봐준 회사에 취업이 확정되면 집과 비자 모두 회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진짜 중요한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세요.
채령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좀 더 먼 미래까지 계획하고 있다면, 유럽에서 학위를 따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학생 비자가 있으면 회사에서 취업 비자를 준비해주기가 수월하고, 유럽 대학의 공신력을 많이 쳐주는 편이거든요.
Editor_김슬 dew@univ.me
그래서 네덜란드에 어떻게 간다고?
네덜란드 입성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라고 드리는 Tip
네덜란드의 채용 전문 사이트 ‘jobfeed’가 조사한 2015년 네덜란드의 유망 직종 TOP 3. 1 위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전문가. 엔지니어, 공학기술자, IT 직종은 네덜란드에서 꾸준히 인재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역시 공대생은 한국에서도, 네덜란드에서 위너인 모양. 2, 3위는 풀 죽어 있는 문과생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금융전문가와 고객 관리직이 차지했다. 이외의 분야라도 도전해보고 싶은 직군이 있다면 문부터 두드려보자. 총리님이 오라고 하셨잖아!
네덜란드의 공채는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정보와 문화를 단기간에 익힐 수 있게 짜여진 Graduate programme, Traineeship programme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필요 인력이 있을 때마다 상시 채용을 하기 때문에 공채가 취준생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관심 있는 기업이 있다면 웹사이트 문턱이 닳아지도록 드나들어 보자.
네덜란드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한달에 1500 유로(약 188만원)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진솔하게 털어놔준 그 친구의 가계기록부는 이러했다. 방 값 500유로(약 62만 5000원), 보험 100유로 (약 12만 5000원), 식료품과 외식비 300유로 (약 37만 5000원), 교통비와 문화비를 포함한 생활비 600유로(약 75만원) 정도.
하지만 네덜란드에 처음 도착해 집을 구할 때 예치금을 내야 하고, 운이 안 좋으면 바닥이나 가구에 페인트 칠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욱 넉넉하게 준비해가는 게 좋겠다. 가장 좋은 준비는 역시 네덜란드 회사 합격증이겠지…?
Together abroad
직관적인 메인 화면을 자랑한다. 직업군은 물론이고 네덜란드 주와 도시, 사용 언어까지 카테고리로 세분화돼 있어서 원하는 정보를 콕 집어 찾기에 유용하다. 연봉 같은 세세한 정보까지 모두 공개돼 있다.
전 세계 200여 국가, 4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채용 네트워크. 어떤 공고를 클릭하면, 그 공고를 클릭한 이들이 찾은 다른 채용 정보가 함께 게시된다. 나와 비슷한 직군 지원자들의 클릭 정보가 쌓이고 쌓여 폭넓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장점.
네덜란드 대학교 사이트
네덜란드 대학교 사이트에서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기업 리스트를 찾아보는 방법
Intern_윤소진 sojin@univ.me
파친코 시즌2 지금 Apple TV+ 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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