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무엇이든 써드린다’고 알린 지난 호의 글이 나간 뒤, 수십여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분량은 백여 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검토해달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고, 짝사랑하는 오빠에게 대신 고백해달라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감사드리며, 일일이 답장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연재하는 동안, 여러분의 요청에 성심껏 응하겠습니다. 이번 주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남성에게 적용되는 가상 사회를 그려달라고 요청한 ‘안서연 독자’님의 풍자성 소재로 써봤습니다 (남학생은 화내지 말고, 봐주시길).

 

때는 2017년. 남성들의 성추행과 부정부패, 전횡이 극에 달하자, 여성들의 분노가 국가적 차원으로 터져버렸다. 여성들은 총궐기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원천적으로 거부, 전 세계에 유례 없는 단결을 선보였고, UN과 세계 각국의 지지를 받은 이들은 대한민국 권력 수뇌부를 차지한다.

 

이제 한국은 UN 지정 여성인권 1위 국가가 되었고, 미국은 여전히 새로운 형태의 한국을 지원하며 더 강력한 군사동맹을 이어간다. 그러자, 자연히 섬세함이 최고의 사회 가치로 대두되고, 남성들은 어느덧 섬세함을 터득하고자 뜨개질, 자수, 퀼트 학원 앞에서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하나, 모든 사회가 진보하면 퇴보하는 면도 있는 법. 일상의 층위에서 ‘남성 혐오’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남자는 조신해야 한다’, ‘남자가 말이 많으면 접시가 깨진다’, ‘어디 남자가 버릇없이 다리를 벌리고 앉느냐’는 등 각종 혐오와 차별 발언이 쏟아진다.

 

그런데, 이에 남성들은 억울하니, 그것은 바로 이들의 신체적 조건 때문이었다. 아시다시피, 남성들은 고환이 달린 탓에 앉을 때 어느 정도 다리를 벌려야 한다. 하지만 여성 주도 사회는 이를 속박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 하여,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무리하여 양 허벅지를 딱 붙이고 앉다가, 급기야 다수 남성들이 사타구니 습진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남자의 적은 남자라고 했던가. 돈에 혈안이 된 한 남자 사업가는 이에 남성용 패드를 개발한다. 생리적 발한(發汗)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생리대’라 이름 붙여진 이 패드는 그간 사타구니 습진에 시달린 많은 남성들의 필수품으로 등극한다. 사타구니와 허벅지 사이에 끼우는 패드로서 땀 흡수도 잘 되고, 날개도 달려 있어 허벅지 위아래로 부착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 생리대 보는 것을 ‘불결하다’며 싫어하니, ‘조신한’ 남성들은 편의점에서, 약국에서 여성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패드를 구입하고, 몰래 패드를 착용한다. 청바지를 입었을 때, 패드가 표시 나지 않는 것이 남성의 미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남성용 패드도 매일 착용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씩 피부염이 심해져 학교를 쉬거나, 직장에 출근 못 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이에 여성들은 ‘갖은 남자짓 다 한다’며 더욱 싫어했다.

 

아직도 내가 한 말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말을 실감 못 한 독자가 있다면, 이제는 이해할 수 있으려니, 꾀 많고 돈에 혈안이 된 한 남성 의사는 ‘예뻐지는 수술’이라며, 다소 극단적인 시술을 개발한다. 그것은 바로 고환 제거 수술. 당연히 이 시술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알고 보니 그간 오랜 세월 ‘유리 천장’에 부딪쳐온 남성들이 자녀 출생 후, 기다렸다는 듯 자진하여 자신의 남성을 제거한 것이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요. 몇십 년 전에는 정관수술 받았잖아요. 그거랑 다를 바 없어요. 이제 조신하게 앉을 수 있어서, 어딜 가나 바람직한 남성이라고 인정받아요. 그게 더 좋아요. 호호호.” 지난달, 마침내 과장으로 진급한 최민석씨의 말이다.


최민석의 <About Anything>
소설가 최민석이 「대학내일」 독자를 위해, ‘원하는 소재’라면 무엇이든 써드립니다. ‘작가 최민석이 나를 위해 써주었으면 하면 소재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최민석 작가의 이메일(searacer@naver.com)로 직접 ‘나만을 위한 글’을 주문하세요!


Who

소설가 최민식씨는?

2010년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장편 소설 『능력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소설로 <풍의 역사>, <쿨한 여자>,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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