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방향을 잃어버린 세대이다.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경쟁은 스스로의 가치관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이십 대 중반부터 함께한 6년 차 커플은 결혼을 그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화려한 결혼식이 아닌 남자친구의 버킷리스트였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닌 자신들이 정한 방향을 따라 매일 20km씩 걷고 또 걸었다. ‛프로야근러’로 바쁜 하루를 보내던 30대 커플은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 행진을 마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가 되었다.

 

결혼식을 하는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로 하셨다고요. 그것도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늘 마음속에 품었던 곳이라 길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그보다 결혼식 대신 고된 길을 떠나자는 제안을 여자친구가 어떻게 생각할지가 걱정이었어요. 제가 말을 꺼내자마자 흔쾌히 좋다고 해서 고마웠어요.

 

사회생활을 하는 내내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주말 근무는 물론 평일에도 저녁 먹을 시간도 쪼개가며 일을 했으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을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친구로부터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듣자마자 확 끌렸어요.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결국 부모님의 뜻을 따라 일반적인 결혼식을 하게 될 거라고 했죠.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로 정했는데 그런 말을 반복해서 듣게 되자 힘이 빠지곤 했어요. 하지만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정 각자 부모님에게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말을 시작으로 우리의 결혼은 예식이 아닌 여행으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여행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었으면 좋겠다고 단계적으로 말씀드렸어요. 이효리, 이상순 커플처럼 스몰 웨딩을 한 사례를 찾아 보여드리기도 했죠.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 행진』을 떠나셨잖아요. 각자 11kg, 8kg이라는 배낭을 메고 매일 20km 씩 총 900km를 걸어야 했는데, 긴 여정을 함께 해도 좋다는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되셨나요?

 

저는 기성 결혼식에서 요구되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예물, 예단과 같은 단어들이 와 닿지 않았어요. 결혼이 가진 의미보다 형식이 치중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부룸에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는 제 모습이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실제로 결혼을 준비하면서 식장 예약에서부터 혼수까지, 싸우는 커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스스로 선택한 여행이었기에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화려한 웨딩드레스 대신 나비넥타이와 작은 면 사포를 들고 떠난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첫 날에 힘들어서 울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평소 저질 체력이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주말마다 서울 성곽 길을 돌고 여름에는 휴가를 반납하고 제주도 올레길로 훈련을 떠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어요.

 

저는 몸이 힘든 것보다도 프러포즈 목걸이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마지막에 산티아고에서 프러포즈를 기획하고 있었거든요. 아내한테 들키는 것도 문제이지만 여행 중에 목걸이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하루에 한 번씩 몰래 가방을 열어 목걸이가 무사한지 확인했어요. (웃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 전에 두 분 모두 퇴사를 하셨는데요. 취업 불황이라는 현실이 걱정되지 않았나요?

 

우리 사회에서 직업이 사라진다는 일이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죠. 전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서울에서 자취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숨만 쉬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매달 돈은 나가고, 수입은 없어서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일과 사람에 치여서 내 감정이 메마르는 걸 보면서 한 번쯤은 멈춰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둘 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기에 후회는 없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 행진을 끝내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6년을 연애하면서 서로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했지만 여행에서 더 많은 모습이 드러났죠. 먼 길을 걸으면서 둘만 아는 추억들이 생기다보니 꼭 전우애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여행을 가기 전에는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고 불안하고 초초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어요.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금은 다시 취업을 하신 건가요?

 

여행 다녀오고 3개월 동안 책 출간과 포트폴리오 준비를 병행했어요. 한 달 전에 게임회사에서 UX/UI 디자이너로 다시 취업해서 일하고 있어요.

 

저는 회사에 소속되어 안정감에 기대기보단 주체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어 요. 얼마 전에는 1인 출판사를 차렸어요. 이번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려 하기보단 저희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두 분이 삶의 방향을 설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지금 하는 선택은 삶에 있어 작은 점을 찍는 일이라 생각해요. 이 점들이 모여 선이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삶의 주체가 본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하루에 20km씩 걷는데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막막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반이 되었고 마지막 지점까지 도달했더라고요.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옆에 닿아 있을 거라 생각해요.

 

1. 두 사람의 결혼 행진 과정을 담아 직접 출간한『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 행진』
2. 가족과 지인들에게 결혼소식을 알리기 위해 청첩장 대신 만든 ‘결혼소식지’
3. 순례길 초입에서 팜플로나 시청사 앞에서 찍은 셀프 웨딩 사진
4. 걷는 내내 비와 눈을 자주 만난 부부는 행진의 절반을 우비를 입고 걸었다고.


Intern_ 윤소진 sojin@univ.me

Photographer_ 이서영 perfectblu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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