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라도 대화가 끊길까 새로운 주제를 던져야 했고 소개팅남의 이야기는 하나도 재미없었지만 SNL 방청객에 빙의해 깔깔댔다. 어떤 소개팅에서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때 친구가 튤립2ULIP이란 소개팅 사이트를 추천했다. 취향이나 성향이 잘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했다. 우선 가입절차가 독특하다. 연애에서 중요한 질문들-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지, SNS를 열어보는 것에 대한 생각 등-에 객관식으로 답하고 꿈, 취향, 이상형에 대한 자기소개서를 써야한다.

 

가입 절차 첫번째 50문 50답.  5개 영역에 질문이 10개씩 있다.

 

가입을 하고 나면 소개팅을 받을 차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을 5개 고르면, 내가 고른 질문에 나와 답변이 일치하는 두 사람의 프로필이 뜬다. 사진, 키, 학교는 블라인드 처리돼 있다. 오직 자기소개서와 가치관 질문으로만 소개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

 

대화를 신청하고 상대가 수락하면 그때서야 객관적인 정보(사진, 키, 직업, 학교)를 볼 수 있다. 대화 시작을 선택하면 대화창이 열리고, 대화 취소를 선택하면 사용한 대화 티켓은 다시 회수된다.

 

자소서를 읽는 인사담당자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50가지나 질문으로 소개팅 상대를 찾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결혼한 지 1년된 부부 사업가 김윤형(30), 김윤혜(28)를 만나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들게 됐는지 물어봤다.

 

왼쪽: 김윤혜(28) / 오른쪽 김윤형(30),

 

두 분은 어떻게 튤립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혜: 저희는 어릴 적부터 언젠가 꼭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연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에 대한 대화를 자주하게 되더라고요. 이전과는 달리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에 대해 거리낌 없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죠.

 

형: 서로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운이 매우 좋았지만, 막상 우리 모두가 각자 이러한 인연을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잘 맞는 연애를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소개팅을 잘 해주는 방법이 있을까요?

혜: 저는 소개해줄 친구에게 먼저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물어봐요. 아무래도 두 가지 점에 있어서 너무 다르면, 잘 된다 해도 행복하기가 어렵다보니.. 예를 들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친구에겐 그런 모습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주는거죠.

 

형: 소개팅 주선 부탁을 받으면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주변 싱글부터 찾곤 하잖아요. 또 소개해 줄 두 사람 모두 깊게 잘 아는 경우가 사실 많지 않아서 소개팅을 해 줘도 성과는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혜: 실제로도 주변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나와 꼭 맞는 짝이 옆 동네 사는데도 내 생활 반경 안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저는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이 지인이나 내 물리적인 반경으로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인연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특히 50문 50답이 흥미로웠어요. 누구도 소개팅을 시켜줄 때 그런 질문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질문 목록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형: 튤립에서 질문을 임의로 정한 건 아니에요. 행복한 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 자료들이 중요한 기초가 됐죠. 그리고 실제 커플들에게 풀고 맞춰보도록 했더니 저희 기준에 ‘잘 맞는’ 커플들은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일치하더라고요. 최종적으론 실제 유저들의 피드백에 의해 보완됐죠.

 

튤립이 묻는 관계, 가족, 커리어, 라이프스타일, 신념에 관한 질문들이 두 사람의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세요?

혜: 튤립에 영향을 준 연구들 중, 코넬대학교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지혜를 1,00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질문한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서로가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잘 맞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형: 취미나 취향은 달라도 괜찮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서로를 통해서 새로운 영역에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핵심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갈등이 반복적으로 생기게 되고 결국 행복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우리가 이별을 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튤립의 질문들이 중요하다고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이 가치관은 꼭 맞아야 한다!하는 것이 있을까요?

혜: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그 자체가 곧 그 사람의 가치관이기도 하니까요. 튤립에서는 매칭 상대를 검색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질문 5가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커리어를 중시하는 사람은 커리어와 관련된 질문의 비중이, 종교가 중요한 사람은 종교 관련 질문 비중이 높은 식인거죠.

 

사진과 프로필 정보를 보기 전에 먼저 자기소개를 읽고 나와 맞을지 파악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자소설이라고도 하는데 글로 사람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형: 사진 한 장보다 그 사람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글에는 내용 그 자체뿐만 아니라 표현 방식에 따라서 느낌, 습관, 성격 등 다양한 정보가 드러나게 되니까요.

 

그런데 다른 데이팅 서비스보다 가격이 좀 비싼 감이 있어요.

혜: 크게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책임감 있게 매칭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에요. 타 서비스 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튤립의 경우 대화 신청이 거절될 경우에 다시 대화 티켓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 합리적이에요.

 

 

얼굴이 곧 인성이라 생각한다면 맞지 않는 서비스겠네요.

형: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한 사람과 진지한 연애를 시작할 때 외모만 고려하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해요. 튤립은 상대방에 대해 최대한 입체적인 정보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튤립은 어떤 분들을 위한 서비스인가요?

혜: 튤립은 가벼운 만남이 아닌, 서로의 꿈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진짜’ 연애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실제로 튤립을 통해 새로운 분을 만난 분들은 첫 만남에서도 서로에 대한 다양한 주제 대해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신다고 들었어요. 현재는 웹사이트로 튤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연말에는 앱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께서 튤립에서 나와 잘 맞는 소중한 인연을 찾아가셨으면 좋겠어요.

 

Photograph 윤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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