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살찌는 계절을 지나, 추워서 말 주둥이도 돌아가는 계절이 왔다. 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들어 TV에서 승마 얘기가 자주 들린다. 승마를 하면 대학에 그렇게 잘 간다나 뭐라나. 아, 나도 5년만 젊었으면 펜 대신 고삐를 잡았을 것을.

 

일찍이 걷어찬 출셋길을 아쉬워하던 차에, 스크린 승마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크린 골프도 아니고 스크린 승마라니. 놀랍게도 커플끼리 데이트 코스로도 찾는 곳이라고. ‘말 달리자’고 노래방에서만 죽어라 외쳤는데 이번엔 진짜로 모형 말 한 번 달리러 가봤다.

 

골드 데코레이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vibe에 멈칫하게 된다

 

간판부터 자동문까지 황금빛 찬란한 모양새가, 마치 고오급 사우나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입구 왼쪽에는 승마의 운동 효과가 쓰여 있었다. 기초체력증진부터 스트레스 해소, 폐활량 증진, 자세교정, 집중력 강화까지. 효능이 너무 다채로운 것이 아닌가 살짝 의아해하며 가게로 들어섰다.

 

입구 앞 카운터에 표시된 가격은 30분에 7000원. 좀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돈도 실력이니 어쩌겠나.

 

옆에 어린이용 변기처럼 생긴 건 골반교정기인데 왜 엉덩이가 따끈따끈해지는 지는 잘 모르겠다.

 

카운터에서 운동인 포스 뿜뿜 풍기는 사장님이 맞아주셨다. 사람이 많아 잠시 기다려야 했는데, 예약을 하고 오면 웨이팅 할 필요가 없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엔 대기실에서 마사지기와 운동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다리 근육을 많이 쓴다고 해서 마사지기로 종아리를 풀어줬다. 고등학생 때 운동장 오리걸음으로 생성되고, 4년간 캠퍼스 등반으로 튼실히 성장한 종아리 알이 무장해제 되는 기분이었다. “으어어어”하는 할아버지 열탕 들어가시는 사운드 구사하며 마사지기에 몸을 맡겼다.

 

운동이 되는지는 모르겠고 재미는 있음(꺄르르)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장님 말씀으로는)서 있기만 해도 몸에 진동을 줘서 전신에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신통한 운동기구다. 어릴 때 목욕탕에 하나씩 있던, 줄을 허리에 두르면 드드드드 진동이 오는 운동기구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듯했다. 그거 하면서 “아~~~~” 소리 내면 목소리에 자동으로 바이브레이션 들어가고 그랬는데… 아 나도 모르게 잠시 추억에 잠겨버렸다.

 

말들의 근육미가 아주 낭낭하다

 

말을 탈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치니, 매니저라는 분이 승마하는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방엔 말 두 마리가 스크린을 향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자세로 고정되어 있었다. 바닥과 벽은 푸른 초원이 떠오르는 녹색이라 눈 건강에 좋을 듯 싶다. 나갈 때 사장님에게 입구 안내판에 ‘시력 보호’도 추가하자고 제안해야겠다.

 

말 한 마리만 있어서 ‘혼말’할 수 있는 방도 있고, 스크린 하나를 말 두마리가 같이 쓰면서 함께 달리며 ‘나 잡아봐라’ 할 수 있는 커플 방도 있다.

 

엘라스틴 좀 한 듯한 머릿결

 

그-윽☆

 

말을 자세히 한 번 살펴보았다. 몸집이며 섬세한 근육 표현, 갈기에 흐르는 윤기까지. 말의 비주얼이 실제와 매우 흡사했다. 엣지 있게 널려있는 검은 앞머리와 그윽한 눈은 잠시 날 설레게 할 정도. 아, 누가 말상을 못났다 하는가.

 

축 처진 말의 승모근이 왠지 힘겨워 보인다

 

안장에 오르니 높이가 생각보다 꽤 높았다. 낙마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리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승마감이 놀이동산 회전목마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는데, 이 말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이었다.

 

눈을 감으니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서 말을 탔던 기억이 오버랩되며, 제주도의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성난 말, 아니 신난 손님을 진정시키는 매니저 (워~워~)

 

왠지 불편해 보이지만 저게 올바른 자세다

 

시작 전에 매니저가 승마 자세와 사용법을 간단히 설명해 준다. 말을 탈 땐 귀와 어깨, 골반, 발꿈치가 일직선 상에 있어야 한다. 발은 3분의 1 정도만 등자에 걸치고, 발바닥은 바닥을 향하게 한다. 고삐는 타이트하게 잡아야 방향조절을 하기 쉽다.

 

말 엉덩이에 있는 버튼을 뒤꿈치로 차면 속도가 올라간다. “이랴!”하고 외치며 박차를 가하고 싶었지만, 다리가 짧아 버튼에 발이 안 닿았다. 고삐를 당기며 말 엉덩이를 차면 점프도 가능한데, 고급기술이라 난 시켜주지 않았다.

 

1번 말(나) 밖에 없네? ㅎ

 

바위에 꼈을 땐 간곡한 목소리로 매니저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

 

사장님의 세기말적 취향이 반영된 BGM이 흘러나오고, 동시에 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크린 속 말과 기수도 슬슬 걷기 시작했다. 다른 말들은 없고 혼자 출전했으니 1등은 따 놓은 당상이다. 명문대도 갈 수 있을 듯.

 

조악한 경마장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픽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훌륭했다. 눈 내리는 산책길부터 고즈넉한 바닷가까지. 디자이너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배경에 잠시 센치해질 뻔했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승마에 몰입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잠시 한눈팔다간 말이 바위틈에 처박히기 쉬우니 집중 또 집중.

 

혼이 비정상으로 보이지만 집중해서 그런 거다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모드와 속도를 직접 조절하는 모드가 있다. 속도 범위는 0부터 70까지. 말이 빠르게 걸으면 속도 20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몸이 말 위에서 통통 튀는 수준. 이때까지는 ‘뭐 이 정도야’하는 느낌으로 탈 수 있다.

 

표정 해석: 오 좀 달리는데

 

속도 30을 넘어가면 움직이는 패턴이 달라진다. 앞으로 쏠렸다 뒤로 쏠렸다 하며 몸이 미역처럼 흐느적거린다. 속도 50까지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보통 속도 40~50 정도로 맞춘다고. 이때부터 슬슬 자세가 흐트러지고, 쫄보(나)인 경우 몸을 뒤로 빼기 시작한다.

 

ㅎㅎㅎㅎㅎ재밌닿ㅎㅎㅎㅎㅎㅎ

 

속도 70. 말이 전속력으로 달릴 때의 속도다. 이미 모든 자세가 흐트러졌다. 발바닥은 바닥을 향하지 않고, 종아리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흥겨움만 남은 상태. 승마의 완벽히 나쁜 예라고 볼 수 있다. 따라하지 마시길. 반동을 잘못 타면 허리 나가는 수가 있다는 매니저의 친절한 으름장에 조심스레 속도를 내렸다.

 

나를 태우고 달려준 말 리스펙…

 

말에서 내려오는데 다리에 약간의 후들거림이 느껴졌다. 지각 5분 전일 때 빼곤 달려본 적이 없는 다리라 무리가 온 것 같았다. 사실 정말 아픈 건 다음 날이었다. 허벅지 안쪽이 너무 당겨서 다리를 꼴 때마다 “아구아구아구”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었어서 그런지 등도 뻑적지근했다. 이게 바로 운동의 효과인가? 아니면 내가 제대로 못 타서 아픈 건가? 아무튼 처음 하는 사람은 다음날 약간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길 바란다.

 

마무리는 각설ㅌㅏㅇ… 음…

P.S.

사실 놀이기구가 아니라 운동기구라서 나처럼 그저 신나게만 타면 다칠 수도 있다. 발 위치, 다리 모양 등을 계속 신경 쓰며 타야 한다. 그래야 자세교정이 된다.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가상 맵을 돌아다니는 거라, 4D 오락실 게임 같다. 스크린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도 없어지고 힐링되는 기분이 들기도. 재미도 챙기고 자세교정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 혹시 미친 소 널뛰는 듯한 스릴과 역동성을 기대하고 있다면 스크린 승마는 비추다. 그런 걸 원한다면 차라리 로데오를 타시길. 당장 허리가 너무 아픈 사람도 스크린 승마는 피하자. 말을 탈 때의 반동이 허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Photographer 조혜미

Director 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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