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이던 4월,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이렇게 썼다. “내 인생의 봄은 끝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난 남자친구에게 차였던 날이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지만 그때는 진지했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어려서 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서툴렀고 이성을 대하는 법을 잘 몰랐을 뿐이다. 그건 동갑이던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그만 만나자’고 하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이 미워졌다.

 

‘내 인생의 봄은 끝났다’고 쓴 후로 정말 내 인생의 봄이 끝났던가? 당연히 아니다. 어떤 일은 시간이 지나야만 선명하게 보인다. 스무 살에 당면한 문제들은 대부분 내 인생 최초의 것들이었고, 그래서 어려웠고, 체감하는 온도도 너무 높았다. 다른 사람들은 온탕에서 여유로운데 나 혼자만 열탕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연애뿐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부모를 잘못 만나서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부모에 대한 이상형이 있었는데 현실에서는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가 단 하나의 세상이다. 그 세계에서 사랑 받지 못하거나 이해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오래 지속되면 그 결핍이 자기 연민, 극도의 인정욕구, 정서적 불안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부모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내 성격이 비뚤어진 이유, 자신감이 없는 이유도 모두 부모 때문인 것 같았다. 사람들을 만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부모가 내게 상처 주었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가 들었던 부정적인 말들도 지나치게 오래 곱씹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났고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해서 끝없이 말하고 있을 수는 없다. 성인이 된 후에도 어릴 때 상처 받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울고 있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부모님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하겠다고 마음먹고 찬찬히 살펴보니 내게서 부모님을 덜어내더라도 꽤 괜찮은 부분들이 있었다.

 

괜찮은 부분은 처음부터 있었는데 내가 상처 받았다는 생각, 그 상처가 너무나 크다는 생각, 실수가 아니라 실패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상처에 집중하다 보면 본래의 성질을 잊게 되니까.

 

남편과 결혼반지를 맞추러 갔을 때 일이다. 점원이 14K를 할 것인지, 18K를 할 것인지 물었다. 설명하던 중 점원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18K가 금 함량이 더 높으니까 생활기스가 좀 더 날 순 있지요. 그래도 결혼반지는 보통 18K로 많이들 하세요. 가격 차이는 약간 있어요.”

 

이때 들었던 ‘생활 기스’라는 말이 마음에 남아 정확한 뜻을 검색했더니 ‘사용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가구나 가전제품 따위에 생기게 되는 흠집’이라고 쓰여 있다.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긴다는 체념이라니. 나는 이 담대한 표현이 좋아졌다.

 

반면, ‘흠’은 “어떤 물건의 이지러지거나 깨어지거나 상한 자국”, “어떤 사물의 모자라거나 잘못된 부분”, “사람의 성격이나 언행에 나타나는 부족한 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흠이든 생활 기스든 스크래치가 난 건 똑같지만 그걸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의 차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상처받지 않는 무균실의 환경이란 건 없고 누구에게나 상처는 절대적이고 개인적이니까 저마다의 흠이 나 있을 것이다.

 

잘 해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보석함 안에 고이 모셔둔 반지가 아닌, 매일 끼고 있던 반지에 생활 기스가 심하듯 열심히 살아온 사람일수록 더 많은 상처가 있는 것이다. 실패에서 오는 괴로움을 그렇게 이해하면 스스로를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그냥, 거대한 흠이 아니라 미세한 기스들인 거다.

 

나는 걸을 때 약간 절뚝거린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후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걸으면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것 같았다. 재활운동을 할 때도 부끄러워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다시는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찾아오는 밤에는 많이 울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울고 있을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걷지 않고 있을 수 없듯이. 에이 모르겠다, 좀 절뚝거리면 어때, 라고 생각하자 걷는 것이 그렇게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남에게 신경을 덜 쓰고 열심히 걷다 보니 이제는 더 좋아졌다.

 

그러고 보면 인생에는 아주 약간의 ‘어쩔 수 없지’ 하는 체념이 필요한 것 같다. 열심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한 상처는 살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은 생활 기스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콤플렉스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내 발목에는 교통사고로 생긴 7cm 길이의 흉터가 있는데 언젠가는 이 흉터가 시작되는 윗부분에 꽃 문신을 그려넣을 것이다. 흉터의 전체가 활짝 피어난 꽃처럼 보이도록.

 


Illustrator_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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