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 수업 끝나고 도서관에 자리를 잡으러 가는 길, 당이 떨어져서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 길,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사이에 나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선가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웃는 시간은 80년 인생 중 30일에 불과하다고.

 

 

어린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한 달 정도 떠들썩하게 웃으며 살았던 때가 기억난다. 2002년 월드컵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모두 축구 이야기를 했었다. 길거리의 술집들은 차양을 모두 올려놓았고, 손님들은 테라스에 앉아 맥주잔을 탁자에 쾅 내려놓거나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친구들과 나는 좋아하는 축구선수의 사진을 책에 붙여놓곤 했다. ‘피버노바’라는 공 이름도 잊히지 않는다.

 

월드컵 당시 TV에선 홍명보가 마지막 승부차기를 앞두고 있었다. 이 골만 넣으면 우리나라가 이긴다! 내가 공을 차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 떨린 적이 없었다. 개미 소리도 안 들릴 만큼 거리가 조용해졌다.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던 몇 초가 지나자, ‘와~’ 하는 함성과 경적 소리가 들렸다. 모르는 사람끼리 얼싸안기도 했다. 남의 자동차 위에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아무도 화내거나 뭐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상대편 골키퍼는 웃지 못했고 털썩 주저앉아 주먹으로 땅을 칠 뿐이었지만. 그러나 골을 넣은 선수도, 골을 못 막은 상대편도, 운동장에 있는 누구도 가엾어 보이지 않았다.

 

그땐 나도 공을 좋아했다.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했던 축구가 떠오른다. 공을 빼앗으려고 달려들다 보면 공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운동장에서 싸움이 붙어도 놀이가 끝난 뒤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근육과 튼튼한 허벅지가 가장 중요했다. ‘중력’이라는 단어는 굳이 책으로 배울 필요가 없었다. 공을 차다 보면 날고 싶은 순간이 많은데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집에 돌아오면 평화로운 피로에 휩싸여, 꿈도 꾸지 않고 잘 잤다.

 

웃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공이 주는 즐거움만큼 깨끗하고 정당한 건 없었다. 공은 무생물이고, 나를 웃겨주려는 개그맨도 아닌데다가,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친구도 아니다. 하지만 공이 골대에 들어가는 그 순간 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하루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냈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운동장엔 가질 않는다. 아마도 더 나이가 들면 사무실에서 또는 일터에서 하루를 보낼 것이다. 어른이 될수록 공을 차거나 뛰어다니는 일은 줄어든다. 대신 넥타이를 매고 깨끗한 구두를 신는 점잖은 어른이 되어간다. 축구공이나 흙먼지, 운동장에 누우면 보이는 하늘과는 멀어져 간다. 그러고는 웃을 일이 없다고 푸념한다. 나를 웃게 했던 공은 지금은 추억 속에만 있다.

 

힘들 때마다 떠올린다.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굴러다녔던 그때를.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잘 해내겠다’, ‘해내야만 한다’는 다짐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웃게 하는 순간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Illustrator_ 전하은

Freelancer_ 김비밀 secretkimbimil@gmail.com

 

Who +

김비밀은? 웃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은 비밀스러운 사람.

 

  • 20대라면 누구나, 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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