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내려가서 카페 하면서 살 예정인 친구야. 너 비행기 표까지 끊은 걸 보니 진짜로 갈 모양이더라?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너랑 제주도는 안 맞는 것 같아. 분명히 후회할 거야. 잘 생각해 봐.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절대 내가 배 아파서 이러는 거 아니라니까.
Photographer 김수현
작고 예쁜 바닷가 마을에 딱 도착했어. 네가 처음 만나게 될 생명체는? 90%의 확률로 개일 거야. 꼬질꼬질한 주제에 쓸데없이 친화력은 좋은 놈이겠지. 제주의 시골도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집에서 개를 키운대. 특이한 점은 개를 풀어서 기르는 집이 많다는 것. 듣도 보도 못한 놈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놀자고 덤빈다면? 상상만 해도 귀찮지 않아? 멍멍이1이랑 실컷 놀고 골목을 빠져나왔는데, 멍멍이2가 나타나면 또 놀아 줘야 하잖아. 이 개 저 개 다 놀아 주다가 세월 다 갈 걸?
Photographer 김수현
운전 못 하는 네가 제주도에 가면 아마 많이 걷게 될 거야. 예를 들어 ATM에서 돈 뽑을 일이 있다고 해봐. 근데 네가 가고 싶어 하는 작은 마을에는 ATM이 없을 거야. 그럼 버스를 타고 나가야겠지. 여기서 버스 정류장이 집에서 가까우면 다행인데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참고로 섭지코지 버스 정류장에서 섭지코지까지 걸어서 1시간도 넘게 걸리더라) 노란 유채꽃이랑 낮은 돌담 감상하면서 하염없이 걸어야 되는 거지. 또 제주도 버스는 배차 간격도 들쭉날쭉해서 엄청 기다려야 된대. 올레길도 하루 이틀이지 너무 번거롭잖아. 제주도 길 뭐, 봄엔 사방에 꽃 피고 어딜 봐도 그림이라는 것 빼고는 특별할 것도 없는데 말이야.
Photographer 김수현
제주도엔 나무가 많아. 종류도 다양하고. 하늘 높이 솟은 울창하고 빽빽한 나무 사이에 있으면 북유럽에 온 것 같기도 하고, 한림공원 같은 데 가면 동남아 느낌도 난단 말이야. 이런 데서 오래 살면 해외 어딜 가도 별 감흥도 없을걸? 비싼 돈 주고 유럽까지 갔는데 얼마나 허무하겠어. 또 공기가 너무 맑아서 담배 피울 때마다 이런 죄책감을 느껴야 할지도 몰라. “이렇게 깨끗한 공기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자연에 가까울수록 벌레도 많은 건 알고 있는 거지?
Photographer 김수현
풀이 막 돋기 시작한 연둣빛 목장. 낮은 나무 울타리에 빈티지풍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걸터앉았고, 그 옆엔 쑥스러운 표정의 소년이 서 있다. 때마침 분 바람에 소녀의 원피스 자락과 긴 생머리가 부드럽게 휘날리고, 배경 음악은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뭐 이런 걸 상상하고 있니? 현실은 그냥 처녀 귀신이야. 장장 1시간에 거쳐 한 머리가 나간 지 5분 만에 산발이 되는 건 애교. 소개팅남 앞에서 치마 뒤집어졌다고 슬퍼하는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친구야.
Photographer 김수현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우도에 간다고 치자. 거기서 바다가 잘 보이는 해변에 카페를 차렸다고 상상해 봐. 바다 보면서 커피 내리고, 손님 오기 전에 바다 보면서 책 좀 읽다가 하겠지? 카페 쉬는 날에는 종일 해변에 앉아서 멍하니 앉아서 파도 치는 거 보고 배 몇 대 지나가는지 세고. 근데 그게 다라고. 바다 바다 그리고 바다! 정말 매일 바다’만’ 보고 사는 거지. 괜찮겠어?
어때 제주도 갈 마음 싹 사라졌지? 그럼 그 티켓 나한테 버리지 않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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