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딜 가나 정치 얘기다. 나라가 들썩일 만큼 굵직한 이슈들이 하루에도 두세 건씩 터지니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의 수다 주제도 바뀌었다. 하지만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라 말문이 턱 막히거나 감정 상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 페이지 ‘씨리얼’은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친절한 대화 상대다. 정치, 시사 문제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친구가 말을 걸어오듯 술술 풀어낸다.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마성의 콘텐츠 제작소, ‘씨리얼’을 만나고 왔다.
‘씨리얼’의 탄생 배경이 궁금해요.
처음부터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씨리얼’이 태어난 건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작년 5월에 실험적인 걸 해보라며 만든 팀이에요. 어떤 간섭도 하지 않을 테니까 아무거나 해보라고 하셨어요. 작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뚜렷한 목적 없이 실험만 계속 했어요.
그러다 작년 9월부터 보도국 회의에 참여했고, 올해 1월 보도국 sns팀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씨리얼’의 콘텐츠를 만들어갔어요. 자유롭게 시도했던 게 쌓여서 지금 ‘씨리얼’이 시사 이슈를 다룰 때 드라마나 웹툰 등의 형식으로 다양 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씨리얼’이라는 이름도 독특한데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씨리얼’ 뒤에 20이 괄호 쳐져 있다고 생각하면될 것 같아요. 저희 팀원 모두 20대인데, 20대의 시선으로 리얼(real)한 세상을 바라본다(see)는 뜻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영양가 있으면서도 한 입에 맛있게 떠먹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겨있고요.
‘씨리얼’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저희 팀은 각자 맡은 역할이 딱히 구분돼 있진 않아요. 전부 기획, 촬영, 편집할 줄 아는 사람들이죠. 기본적으로는 1인 제작자 형태를 띠고 있어요. 물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수정해가지만 전반적으로 한 사람이 끌고 가는 구조예요. 그렇게 제작을 해야 동력도 얻고 보람도 더 많이 느낄 수 있고요.
최근 들어 ‘씨리얼’이 다루는 정치나 시사 이슈 콘텐츠 반응이 핫한데, 이런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요?
어쩌다 보니까 요즘 ‘최순실 게이트’ 콘텐츠나 ‘100초 정치수업’ 시리즈를 많이 봐주시는데 저희는 정치 얘기를 쉽게 풀어내려고만 하는 미디어는 아니에요. 기자님들과 일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시사 문제를 접하게 됐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다룰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근데 자세히 보면 성 평등이나 일상 속 여성 혐오 같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저희 시선을 담아서 보여드리고 있어요. ‘씨리얼’을 소개할 때 ‘정체성이 없는 게 정체성’이라고 말해요. 그래서 굳이 시사 문제를 다루는 데에 국한되고 싶지 않아요. 저희는 누군가를 계몽하거나 가르치려는 미디어가 절대 아니에요. 그보다는 독자 분들과 같이 알 아가는 느낌에 가까워요.
‘씨리얼’의 콘텐츠를 보면 구성이 굉장히 입체적이고 내용도 알차면서 심지어 재미있어요.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사정은 다를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치나 사회 이슈를 다룰 때는 그걸 설명하는 사람부터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관련 기사들과 서적을 통해서 자료 조사를 꼼꼼하게 공들여 하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가볍게, 툭 던지는 식으로 문제를 쉽게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해요.
저희는 화려한 영상미보다는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예요. 그래서 자막이나 내레이션을 활용해서 시각과 청각적 효과를 높이고, 딱딱한 뉴스톤이 아니라 일상에서 편하게 말을 건네듯이 내용을 구성해요.
민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룰 땐 어떻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시나요?
sns팀에 소속돼 있어서 저희는 업로드하기 전에 기자 분들이나 디자이너 분들, 데이터 전문가 분들에게 항상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코멘트 해주시거나 객관적 사실인지 팩트 체크도 해주시고요. 1인 제작의 단점이 혼자만의 시각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이잖아요.
저희 팀엔 피드백 해줄 수 있는 믿을만한 분들이 많이 있어서 균형감을 잃지 않는 것 같아요. 영상 끝부분에 나오는 바이라인에 전부 들어가진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나눔들이 더해져서 하나의 콘텐츠가 제작돼요.
‘씨리얼’ 영상을 보면 손이 등장해서 칠판에 글자를 쓰거나 종이 인형을 움직이는 등의 아기자기한 촬영법을 많이 쓰던데….
미니어처를 활용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미니어처 뉴스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자 가격 인상’을 주제로 다룬 콘텐츠가 첫 시작이었어요. 때마침 과자 봉지를 작게 만든 도안을 찾았어요. 그걸 오려서 촬영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 이후로도 꾸준히 수작업한 소품들을 활용해서 찍는 편이에요. 이렇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하는 것도 씨리얼만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그런 노력들이 ‘씨리얼’ 영상에 고스란히 녹아서 구독자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아요.
‘씨리얼’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을 보면 감동 받을 때가 많아요. 그냥 보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진심을 담아서 정성스럽게 댓글을 남겨 주세요. 애정이 뚝뚝 묻어나게요. 그럴 때마다 저희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죠. ‘씨리얼’ 구독자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웃음)
앞으로 ‘씨리얼’은 어떤 미디어가 되고 싶나요?
저희 콘텐츠가 20대를 대표한다기보다 평범한 1인의 시각으로 읽혔으면 좋겠어요. 정치 비판이나 힘든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조명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희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따뜻하고 밝게 다루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씨리얼’ 팀원을 모집 할 때 지원 자격 제1번이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이었거든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얘기지만 알려지지 않은 일들, 그리고 우리에겐 당연한 얘기지만 크게 봤을 때 사회문제가 되는 것들을 앞으로도 씨리얼 식으로 다루고 싶어요. 할 말은 다 하면서도 따뜻하고 균형있게요.
‘씨리얼’이 뽑은 베스트 콘텐츠
➊ 대한민국 사상 역대급 대왕 양파 순siri 이야기
최순실이 누구냐고? 꽁꽁 숨어서 40년간 잘도 해쳐먹은 양파다!
➋ 메피아 : 만화로 보는 구의역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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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_이연재 jae@univ.me
Photograper_이서영 perfectblu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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