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이 비면 포용력이 가장 먼저 쪼그라들듯, 공적인 방법으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가 깨지면 방어적 자력갱생만 남는다.

눈앞에 두 개의 길이 있다. 한쪽 길은 울퉁불퉁하고 꽉 막혀 보인다. 지금도 멀미 나는데 다들 저기로 들어가라 다그친다. 다른 쪽 길은 상쾌하게 트여 있는데, 앞에 낭떠러지가 보인다. 어떤 길이 선택될까? 한국에서 수년 전, 영국에서 몇 달 전, 미국에서 2주 전에 낭떠러지가 이겼다.

 

트럼프의 승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대부분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뒤집고 트럼프가 승리했다. 기득권 이미지가 강하지만 유능한 정치 관료 클린턴과 인종혐오로 무장하고 정책 노하우가 결여된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부였다.

 

가장 중요한 패턴은 미국의 제조업 쇠락이다. 이로 인해 삶의 조건이 나빠진 중서부 ‘러스트벨트’ 주 농촌과 소도시 지역의 저학력 백인 거주민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줬다. 여론조사에 좀처럼 응하지 않아 숨겨졌던 그들의 목소리가 미국 선거인단 제도의 주별 승자독식 방식과 결합하여 트럼프에게 결정적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위대한 지도자라 믿었을까? 온갖 차별에 환호하기 때문에 표를 던졌을까? 여럿 접해본 바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은 클린턴이 더 똑똑하다는 것, 인종차별이 비도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기득권 정치가들이 계속 해먹지 못하도록 확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트럼프의 문제들을 사적인 결함내지는 위악 퍼포먼스로 치부했다.

 

그렇게 시민적 예의나 공공 사안에 대한 합리성 따위는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사회적 해결에 대한 신뢰에서 진보 난다. 곳간이 비면 포용력이 가장 먼저 쪼그라들듯, 공적인 방법으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가 깨지면 방어적 자력갱생만 남는다.

 

불평등의 심화로 성공하는 길 자체가 막혀버렸다 생각해보자. 그 문제를 사회의 진보적 개입을 통해 성공적으로 풀어낸 경험도 없다. 그런 조건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는 정교한 복지제도나 적극적 격차 해소, 더 강력한 인권 촉구 같은 좌파적 진보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보단 내 삶을 어렵게 만든 듯 보이는 외부의 적들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거칠고 강한 한 방이 훨씬 통쾌하다.

 

흔한 선진국 경제의 그림자

 

성장으로 얻은 부를 적극적으로 나눠 사회 인프라를 다지는 데 사용한 선진국은 드물다. 대신 그 빠른 성장세에 사회 전체가 대충 올라타는 게 흔하다. 이런 선진국에선 산업구조의 급격하게 변하거나(예컨대, 제조업 중심에서 IT,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세가 늦춰졌을 때 불평등 문제가 다시 터진다. 마을의 일자리 절반을 책임지던 공장이 문을 닫은 곳의 이야기를 해보자.

 

제조업이 글로벌 경제에서 사양산업으로 밀려났다. 새 활로라는 서비스산업이 번창하기에는 지역의 규모가 너무 작다. 경제에 활력이 없으니 여러 인종이 유입될 일도 없다.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할 일은 매우 드물다. 여전히 경찰과 소방 서비스는 형편없다.

 

내 집은 내가, 내 총으로 지켜야 한다. 공교육의 질도 매우 낮다. 교육예산을 제공하는 지역 경제의 열악함만큼. 이렇게 평생 이 동네를 벗어나지도 못하게 될 것 같다. 그들에게 제조업의 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말은 두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내 일자리를 중국인들에게 빼앗겼다. 둘째, 미등록 이민자들은 내쫓아야 할 존재다. 온갖 사소한 것들을 차별이라며 시정하라는 교양쟁이들은 짜증 나고, 믿지도 못할 사회보장을 자꾸 만든다며 세금 더 걷으려는 속셈도 싫다. 여하튼 뭔가 좋았던 것 같은 시절을 되찾고 싶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통쾌하게 내밀 수 있는 정치적 선택지가 주어졌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우리가 믿고 싶은 바를 담은 특종 정보를 페이스북으로 널리 공유하며, 우리 편이 성장하는 것 같아 점점 더 신난다.

 

미국 중서부 시골의 이야기지만, 조금만 바꾸면 낙후된 영국 소도시일 수도 있다. 쇠락하는 생활 여건과 사회적 신뢰 저하라는 요인만 뚜렷하다면, 굳이 특정 지역의 이야기일 필요도 없다. 경제와 안보 걱정 속에서 극우 세력의 정치 지분이 쑥쑥 커가는 중인 프랑스 사회일 수 있다.

 

혹은 박정희 향수와 외국인 노동자 혐오로 무장한 한국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결국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우경화 현상은, 불평등의 절망감과 사회적 신뢰 저하를 사회적으로 적극 대처하지 않아 초래된 재앙이다.

 

Writer_김낙호 미디어연구가

Illustrator_성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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