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서로 다른 ‘감정의 함수’를 가진 탓에 불가피하게 이별을 겪곤 한다. 사랑하는 정도를 Y, 시간을 X로 가정하자. 여자 A는 ‘y=(x-10)²’인 반면 남자 B는 ‘y=-(x-10)²+100’일 경우, x가 10이 된 순간 이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대체 무슨 소리냐는 문돌이 여러분은 함수를 복사해 구글 검색창에 넣어보도록. 그래프가 나온다.

 

이 논리에 따르면 당신을 찬 그(혹은 그녀)는 한때 분명히 당신을 사랑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정의 크기가 달라졌을 뿐. 별로여서 헤어진 게 아니기에 당신은 언제든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별은 참 심플하다.

 

그리하여 25살 여름, 2년 반 사귄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통보했을 때 난 차분히 앉아, 이성적으로, 그녀에게 60번쯤 전화했다. 전화를 받지 않기에 문자를 보내고 또 보냈다. ‘전화 좀 받아줘.’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것만 설명해달라고.’ 드디어 회신이 왔기에 얼른 봤더니. ‘제발 그만 해줄래. 나 무서워지려고 해.’였다. 그래 인정한다. 참으로 지질했다.

 

골똘히 고민을 거듭했다. 그녀가 날 사랑한 적이 있기나 할까. 내가 앞으로 누굴 믿고 사랑할 수 있을까. 모든 질문은 가장 슬픈 답으로 수렴됐다. 전설적인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이런 말을 남겼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직접 당해보니 이별은 그다지 심플하지 않았다.

 

그녀와 다시 사귀고자 발버둥친 지 일주일이 흐르고, 무식한 내 머리로도 이별이 확정적이어졌을 무렵 난 방에 칩거했다. 그 이별은 누가 뭐래도 내가 못나서였다. 졸업 후 난 백수가 됐고, 그녀는 대기업 S에 취직했다. 새로운 경험으로 활기를 띠는 그녀와 달리 난 점점 침울해졌다. 그녀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을 테다.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바쁘다는 말을 자주 했고, 금요일 밤마다 친구 만나러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며칠 동안 연락이 잘 안 되기에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걸 발견해버렸다.

 

이별의 아픔에 뭐가 도움될진 모르겠으나, 도움이 안 될 게 뭔진 확실히 말해줄 수 있다. 우선 인문 서적은 턱도 없다. 원체 독서광인 터라 슬픔을 극복하고자 심리서, 인문서를 줄곧 읽었다. 내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였으나, 그걸 몰라서 슬픈 건 아니기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았다. 문학은 아주 약간 도움이 됐다. 음악은 들을 때 뿐이다. 술은 아닌 것 같다.

 

잠시 게임에 빠지기도 했는데, 점점 더 비참해지는 게 아주 별로다. 가장 비참한 건 이제 나를 벌레 보듯 하는 그녀를, 내가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감정이 바뀐 건 상대다. 나는 아직 그녀를 미워할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 4개월 전만 해도 내 어깨에 기대, 여행 계획을 재잘대던 그녀였다. 나에게 그녀는 아직 그 모습이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별했으니까 남’일 수 있는가.

 

이후 상황을 빠르게 요약하면, 3개월 동안 끙끙 앓고, 앓음이 끝날 무렵 리프레시 차원에서 도쿄 여행을 다녀왔으며, 돌아와서 시작한 스터디에서 조그맣고 귀여운 여자 분이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나도 그녀가 좋았다. 사귀기 시작했다.

 

숨겨온 이야기를 덧붙이면 6개월 뒤, 그러니까 새 여자 친구가 생긴 지 2개월이 지났을 무렵 옛 그녀에게서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다른 여자와 사귀기 시작했다고 전했으나, 그녀는 걔가 자신보다 좋으냐고, 자길 더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장난 그만 치고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전화기에 대고 아주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마음이 바뀌었어. 정말 미안해”

 

‘덜 슬프게 이별하는 법’이란 제목으로 이 글을 시작했다. 괜찮은 조언을 쓰려고 시도했는데 실패다. 나부터 덜 아팠던 적이 없으니까. 매 이별은 각자의 이유로 아팠다. 글에 거짓말을 쓸 순 없는 법이며, 고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별은 아플 만큼 아픈 후에야 낫는 병이란 것 정도다. ‘마음의 낙법’이란 단어가 며칠 전부터 느닷없이 떠오르더니 잊히질 않는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 안 난다. 맥락도 없이 달랑 저 단어 하나만 퐁퐁 떠다니는 상황.

 

낙법이란, 상대가 나를 공중으로 들어 올렸을 때 덜 다치며 떨어지는 격투기 기술이다. 실제 장면을 보면 데굴데굴 과장되게 구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확실히 굴러줘야 충격이 몸 전체로 분산되며 덜 다친다. 그렇다면 ‘마음의 낙법’은, 이별했을 때 더 펑펑 울고불고해서 아픔을 분산시키는 것?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의 낙법’이란 게 진짜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독자 중 마음의 낙법을 아시는 분이 계시길 바라며, 계신다면 내게 메일을 주시길. 쓰라린 가슴을 움켜쥔 전국 이별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Tip +
위에 쓴 내용 중 하나 정정. 적당한 술은 이별에 괜찮다. 겨울이니 오뎅바에서 친구랑 청하 마시기를 추천. 마침 이번 호 대학내일 PLACE 코너에 오뎅바 4선이 실려 있다.


Illustrator_ 김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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