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4학년 2학기를 ‘등록’만 하고 학교는 다니지 않는 학생이다. ‘학생’이라는 일종의 면죄부(?)를 가지고 취업 준비생이라는 타이틀과 드라마 <미생>에 나올 법한 ‘사회 초년생’’의 압박감은 없어진 지 오래다.

 

2016 병신년, 25살의 나는 결심했다. 학업을 빠르게 마치고 나머지 한 학기를 맘대로 ‘놀기로’. 남들은 그럴 때일수록 빠르게 취직해 안정적인 직장과 타이틀을 가지라 말했지만, 그런 건 일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졸업작품전을 마무리 짓고 졸업 요건 충족과 18학점 올 전공 A+를 끝으로 제주도로 떠난 이후, 내 삶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하게 된다.

 

월세 보증금을 빼서 갔던 제주도에서의 3주가 지나고, 집을 떠나고 싶어 가진 돈을 탈탈 털어 떠난 일주일의 오사카 여행과 3박 5일간의 방콕 여행을 시작으로 그동안 너무 배우고 싶었던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종각에 있는 학원에 다녔다. 돈이 없으면 그때마다 단기 알바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할 수도 있고, 절실히 필요했을 수도 있는 그 시간들을 난 무려 3개월동안 내 멋대로 사용한 것이다.

 

한심하다고? 천만에. 나를 그저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노는 ‘한량’으로만 생각했다면 곤란하다. 군대를 포함해 5년 반의 시간 동안 갖가지 자격증, 대외활동, 봉사, 학점을 쌓으며 살아온 나의 지난날을 안다면, 이 3개월을 내 맘대로 썼다고 나를 욕하진 못하리라.

 

 

사실 나는 정말로 취업을 빨리 하고 싶었다. 그래서 휴학 없이 달려왔고 계절학기를 거의 매 학기 수강하며 130학점의 졸업학점을 훨씬 뛰어넘은 149학점이란 학점을 채웠던 나였다. 처음에는 그 지긋지긋한 지방에서 탈출하는 게 목적이었고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확실한 안정을 찾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달려보니 알았다. 이렇게 인생을 살다간 자칫 ‘나’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인생에서 나는 ‘행복’을 제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인데, 취업이라는 목표를 빠르게 이루려다 보니, 정작 나라는 사람의 행복보다는 직장과 내가 가진 타이틀에 목매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싫었다. 어차피 취업하면 내가 소모되는 일들이 더 많아질 텐데, 쉬지도 못한 채 목표를 이루게 되면 소모되어가는 내 자신을 보며 평생을 후회할 것만 같았다. 나도 안다. 계속 달리다 보면 여러 기회가 온다는 것과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3개월 동안 내 자신을 정비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하면서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내 자신이 가진 것들을 지켜내는 방법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과 내가 가진 것들의 균형을 맞추며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3개월 동안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하며 내 자신을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제 나는 ‘취업 준비생’이 될 준비를 한다. 앞으로 그동안 만들었던 스펙을 정리하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이 나를 지치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믿음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시간 덕분이 아닐까?


 

Illustrator_ 전하은

Freelancer_ 염시헌 kangpia1@naver.com

 

Who +

염시헌은? 염군이라 불리는, 취준을 준비하는 25세 백수 겸 학생입니다.

 

  • 20대라면 누구나, 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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