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각할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는

 

Item @jychoioioi

 

 

일상의 건강함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매일 매일을 구성하는 시간들, 그 속을 채우는 크고 작은 감정들…. 흘려보내던 일상이 어떤 식으로든 무너지고 나서야, 우리는 그토록 흔한 일상을 지켜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가뜩이나 바람 잘 날 많은 요즘, 일상의 건강함을 혼자서 고민하는 게 힘든 이들에게! 이 계정을 추천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건강에 좋은 낙서’로 이름을 알린 일러스트레이터 최진영의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건강에 좋은 낙서’는 어느 생일날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페이지였다는데, 정작 그 그림들 덕분에 건강이 좋아진 건 그림을 보는 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보는 순간 푸스스 웃게 되는 낙서 같은 그림들은 너무 진지하거나 심각해져버린 우리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네며 활력을 준다.

 

 

관용적으로 쓰는 말을 달리 해석해서 그린 그림은 재미난 말장난을 들은 뒤처럼 유쾌하고, 그림 속에서 웃는 듯 마는 듯 미묘한 표정으로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 비둘기 같은 동물들은 괜히 반가움을 준다. 그리는 이의, 그리는 순간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림은 보는 이들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걸까. 너무 심각할 필요도, 너무 완벽할 필요도 없는 그녀의 세상에 슬쩍 발 한쪽 걸치고 싶어진다.

 

Editor_ 김신지 summer@univ.me


시가 될까, 네가 될까

 

Item @listen_my_poem

 

그는 작은 목소리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시인의 문화 강연이 끝나고 대여섯 명이 모인 뒤풀이 자리였다. 맨 처음 그가 자신을 건축학도라고 소개했을 때도, 교통사고를 당한 날 운명처럼 만난 여자친구 얘기를 할때도 나는 술잔만 비우고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말에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나의 두서없는 물음에 그는 좋은 시를 쓰고 싶은데 어렵다며 웃었다.

 

아직 외투를 입지 않았던 가을, 상림 오빠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날 밤에는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실없는 소리를 참 많이도 했다. 우리를 한자리에 모은 시인은 가만히 턱을 괴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서로 번호를 주고받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상림 오빠가 일기장이 아닌 SNS에 자신의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이 쓴 시를 엮어 『시가 될까, 네가 될까』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것도. 나는 7년 동안 문학을 배우면서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시를 쓰고 싶다는 그는 자신의 말을 또박또박 지켜나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내 이름으로 시를 지어주기도 했다.

 

소,담스레 번지는 첫눈의 일이 진, 동하는 네 마음의 것이라면 나는 잠시 겨울을 잊고 예쁜 꽃을 피울 텐데. 오늘은 자신의 시를 받아주어 고맙다는 그에게 당신의 이름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Intern_ 윤소진 sojin@univ.me


집밥을 기록하는 마음

 

Item @_panda__bear__

 

 

작년부터 먹방이나 쿡방이 한창 떠들썩했다. 요리에 일가견도 없고 까탈스러운 미식가 스타일도 아닌 나는 그때부터 누군가의 집밥을 염탐하며 지냈다. 집밥을 가만 들여다보면 한 끼를 대하는 그만의 자세가 보인다. 나는 대부분 엄마가 다듬고 찌고 굽고 끓인 음식들을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 편이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

 

나에게 끼니는 엄마가 음식을 만들고 먹이는 마음을 닮아갔다. ‘_panda__bear__’의 인스타그램 속 끼니들도 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식탁 위 풍경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많은데 특별히 ‘_panda__bear__’를 애정하는 이유는 좀 특별하다. 감각적인 사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끼니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꾸준히 기록하는 정성에 마음을 빼앗겼다.

 

 

밥 먹고 빵 달라는 빵순이 딸에 대한 얘기나 벌써부터 미래의 부인에게 옷 못 갠다고 구박 받을까 걱정하는 아들 얘기라든가. 그들의 집밥을 보며 우리 엄마도 날 기를 때 육아일기를 썼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분명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매일같이 집밥을 찍고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을 가장 따뜻하게 간직하는 방법이 아닐까.

 

Intern_ 이연재 jae@univ.me


‘냥스타그램’의 모든 미덕

 

Item @soongu_salgu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동물들 앞에서 나는 쉽게 항복한다. 내 하트 다 가져가. 너의 귀여움에 함락됐어!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진득하게 지켜보는 아이들을 꼽으라면, 단연 ‘순구’와 ‘살구’다. 무기력과 시큰둥함이 매력적인 하얀 고양이 순구와 한쪽 눈이 없어 늘 윙크를 하고 있는 점박이 살구.

 

순구가 업신여기는 표정을 하며 살갑게 구는 반전‘묘’라면, 살구는 ‘골골’ 탱크 소리를 내며 들이대는 본 투 비 애교쟁이. (부러워…!) 둘이 나란히 누워있는 그림만 봐도 마음이 꽉찬 듯 뿌듯해지는 건, 한쪽 눈을 잃은 채 보호소 철창에 있던 살구가 순구네 집에 가서 얼마나 예뻐졌는지 함께 지켜봤기 때문일 테다.

 

도통 곁을 내주지 않던 순구가 살구 곁에서 밥도 먹고, 가까운 거리를 허락했을 때 모든 랜선 집사들과 한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렀기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든 형제가 그렇듯 가끔 순구와 살구가 뒷발 팡팡을 시전하며 싸우는 영상이 올라온다. 거기엔 예전의 걱정 대신 집사의 시크한 한탄이 따라붙는다. “청소기를 돌려서 무얼 하나.”

 

Editor_ 김슬 dew@univ.me


가운뎃손가락에 매겨질 점수는

 

Item @bizarreart1

 

 

중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맞는 미술시간이 시작됐다. 첫 수업은 소묘. 4B연필로 손을 그리는 것이 그날의 미션이었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차이를 기본 도구인 연필 하나로 표현해내야 했으니, 첫 시간답게 미술의 기본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다. 손가락 모양은 자유라고 하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가위, 바위, 보 중 하나를 그리고 있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었다.

 

엄지를 들까, 약속할 때처럼 새끼손가락만 펼까. 고민하며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다가 가운뎃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파격적인데?’ 교실 한 바퀴를 돌아도 중지를 치켜든 아이는 없었다. 이거였다. 그리다 보니 손가락 겹쳐지는 모양이 독특해서 명암을 표현하기도 용이했다. 완성된 그림을 들고 자신만만하게 선생님께 검사를 받았다. 점수는 D.

 

가위, 바위, 보를 그린 친구들은 명암 표현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C가 최하점이었다. 화가 났다. 자유 주제라고 해서 명암을 표현하기에 좋은 손가락을 택한 것이 죄인가. 남들이 고르지 않은 주제를 택했다면 플러스 요인 아닌가. 이게 미술인가. 그날 매겨진 점수 D는 이후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 수많은 핑계 중 하나로 저장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이 눈살 찌푸리며 넘겨버리는 그림에 눈길이 간다. 예를 들면 가운뎃손가락 같은. 이 계정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이미지가 있고, 가운뎃손가락 그림도 꽤 여러 번 등장한다. D 대신 ♡에 손이 간다.

 

Editor_ 기명균 kikiki@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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