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면서 무조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경험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 일환으로 취재를 통해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는 학보사 기자에 지원했다. 덕분에 대학생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인물들로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어떤 인터뷰이를 만나든 빼놓지 않고 물었던 질문이 있었다.

 

“20대에 이것만은 꼭 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나요?” 수많은 인생 선배들은 자신의 지나간 20대를 돌이켜 보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고 그들의 이야기 중 공통된 내용을 뽑아보면 대략 이렇다. 단순 작업부터 머리를 많이 쓰는 일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볼 것, 망설이지 말고 최대한 많은 이성을 만나볼 것(연애를 많이 할 것), 막상 직업을 갖게 되면 돈은 있어도 시간이 없으니 여행을 많이 할 것.

 

인생 선배들의 말대로 살아보니 그들의 조언은 모두 옳았다. 20대를 지나오면서 내가 느낀 바를 하나 더 보태라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지의 세계를 일부러 남겨둘 것.’

 

차를 타고 보는 풍경과 걸으면서 보게 되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운전을 하게 되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곧장 약속 장소에 도착하게 되지만 차가 없으면 ‘이리로 가볼까’, ‘저리로 가볼까’ 망설이다 전혀 뜻밖의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좁은 골목길을 걷는 기분, 지나가다가 충동적으로 아무 가게에나 들러 예상치 못한 물건 득템하기, 발길 가는 대로 걸어보는 일들은 차가 없을 때 만끽할 수 있는 기분들이다. 혹자는 일부러 차를 두고 나오면 되지 않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몸은 편한 데 적응되도록 설계된 모양이다. 일부러 차를 두고 골목길을 걷기 위해서는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려고 조바심 낼 필요도 없다.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때에는 연애와 관련된 모든 것이 궁금하고 그저 신기하기만 한 미지의 세계.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모두 의미를 부여하며 시인이나 소설가가 된다. 상대방이 손을 잡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뽀뽀를 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연애 경험이 쌓이면 이런 설렘들은 좀체 만나기 어려운 감정들이다.

 

더 이상 연인에 대한 떨림이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종류가 다르다는 말이다. 세상은 첫 경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누가 말했나. 연애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바뀌는 듯한 사랑을 경험하고 나면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올 수 없다.

 

아직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았거나 제대로 된 사랑을 못 해봤다면 지금의 그 감정들을 잘 기억해 두길. 루비콘 강을 건너면 두 번 다시 느껴볼 수 없는 순수의 감정들을 말이다. 상대방의 손짓 하나 말 한마디에도 몇 수 앞을 내다보게 되는 연애 고수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을 테지만 예전의 감정을 다신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못내 아쉽다.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맛있는 걸 먹으러 가면 메뉴를 먼저 고르기 전 메뉴판에 적힌 가격부터 먼저 보고 나서 메뉴를 골랐다.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보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지금은 당연한 듯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먼저 떠올리지만,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그러지 못했던 시기가 더 많았다. 가격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한 일이라는 건 확실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게 된 이후부터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게 일상의 기쁨 중 하나가 되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세상에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을 갈구하게 됐다. 다행히 지구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고 앞으로 먹어야 할 것들이 많다. 같은 메뉴라고 해도 어디에서 만드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니 그렇게 따지면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의 개수는 더 늘어난다.

 

오사카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난 후 깨달은 점이다. 한국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었을 때는 내가 오코노미야키를 싫어하는 줄로 알았지만 오사카에서 맛보고 난 이후에는 내가 오코노미야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 먹는 젤라토는 환상의 맛이라는데, 한국에서만 젤라토를 먹어본 나로서는 그 맛이 너무도 궁금할 따름이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남겨둘 것.

 

여행도 마찬가지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어디든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멋진 휴양지를 회사 사람들과 워크샵으로 갔다 온 이후에 든 생각이다.

 

세부 막탄섬의 눈부신 바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좋은 햇살과 바람…. 스노클링하면서 마주친 물고기들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니모’와 정말 똑같이 생겼는데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이 모든 것들을 마주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음에 다시 간다고 해도 그곳에 처음 갔을 때의 기분은 절대 느끼지 못할 테니까.

 

SNS에 도배되는 #여행스타그램 을 보면서 부러워할 이유도 없어졌다. 대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바람과 햇빛, 난생 처음 보게 될 풍경을 마음껏 상상해보라.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가볼 여행지를 일부러 남겨둘 것.

 

물론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내한한 가수의 공연, 세계 투어의 마지막 전시, 곧 출입이 금지될 예정인 유적지, 지금이 아니면 광활한 스크린을 통해 보기 어려울지도 모를 영화, 시즌 한정으로 출시된 디저트…. 현재를 마음껏 즐기되 아직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크게 조바심을 내지 말 것.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것들을 제외하고, 언제 해도 좋은 것들은 나중을 위해 남겨 놓는 게 인생을 더 즐겁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보다 지금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마저 소중해진다. 다시 없을 순간이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문 닫을 예정인 단골 가게에 마지막 식사를 하러 가야겠다.


Illustrator_ 전하은

Freelancer_ 김희성 피처 에디터 stylebyal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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