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녀 운운하는 소리를 들으면 불편하다. 여자들이 힘든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껄끄럽다.
내가 굳이 페미니즘까지 알아야 하나? 대다수 20대 남자들의 생각이다.
페미니즘은 자신과 관계없다고 여기는 남자들에게 사회학자 오찬호가 답했다.
남자가 페미니즘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01
역차별? 한참 이르다

 

“요즘 여자들이 드세서 남자들 기가 죽는다.” 인터넷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막무가내로 쥐어 패기라도 하는 걸까? 여자들의 달라진 행동은 그저 상대가 남자든 누구든 따져 물을 게 있으면 문제를 제기하는 것뿐이다. 이는 대등한 사람으로서 취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부당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 과거의 남자를 기준 삼아 현재의 상황이 남자에게 불리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신의 추잡한 언어 습관에 대해 성희롱이라고 지적하면, “요즘 세상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다.

 

당연해야 할 남녀 간의 수평적 인격 존중이 누군가에게는 세상 격변인 셈이다. 그리고 “평등하려면 여자들도 군대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되묻는다. 고통을 공유하는 것은 개인적인 위안이 될 수 있을진 몰라도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진 못한다.

 

피해의식에 빠진 이들은 ‘여성 할당제’, ‘여성 전용’ 등의 말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요즘 세상에 누가 차별을 받는다고 그래?”하면서 역차별 운운한다.

 

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여전히 여성 차별이 심한 나라다. OECD가 정한 성 평등 지표인 ‘유리천장 지수’는, 고등교육과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 등을 종합한 점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꼴찌다. 100점 만점에 25.6점을 받아 조사 대상 28개국 평균 60점에 한참 못 미친다.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16.7%다. 10대 그룹에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0.07%, 공기업은 0.002%다. 사실상 제로라는 뜻이다. 여성이 기업 임원으로 승진할 때마다 미디어를 장식하는 이유가 있다. 보기 힘든 사례이기 때문이다. 역차별이란 말을 내뱉기엔 한참 이르다.


02

인간이라면 불평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머리로는 여성의 삶이 불평등하다는 걸 이해했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남자들이 많다. 페미니즘을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탓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자만 알아야 할 이론이 아니다. 세상의 누군가 차별을 받고 있을 때, 불평등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건 모든 사람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는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란 명언을 남겼다. 사랑하고 질문하는 것, 이 불가분의 관계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해준다. 사랑은 반드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거지?”라는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세상에, 국가에, 사회에, 지역에, 학교에, 가정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이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인간의 특성이다. 커다란 두뇌 덕에 생각이 많아진, 결국 이성적인 사고를 하게 된 인류는 지금까지 여러 질문을 던졌고 좋은 사회를 만들어왔다.

 

한때는 상식이었던 노예제에 의문을 가졌고, 당연시되던 인종차별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질문이 누적되며 사람의 권리를 누리는 이들도 늘어갔다. 페미니즘도 이러한 연장선이다. 어떤 여자가 차별 받는다면, 그건 여자들만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03

페미니즘은 남자에게도 유리하다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페미니즘으로 인해 남자들도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여성 차별을 해결하자고 하면, 뜬금없이 남성이 어떻게 차별 받는지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의 고충을 해결하자는데 남자의 힘듦을 말하는 논리가 어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페미니즘은 남자가 힘들어하는 바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남자들의 스트레스가 어디서 오는가. 억울해도 참고 버텨야 하고, 부당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군대식 문화에서 비롯된다. 페미니즘은 군대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남자들에 대한,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지 못한 ‘경력단절 여성’과 사회에서 정해놓은 역할에 갇혀 살아야 하는 여자들에 대한 학문이다.

 

‘남자가 돼서 그것도 못 견뎌?’ ‘여자는 참해야 돼.’ 등등. 페미니즘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논리들을 논파한다. 그러니 당신이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불평등은 무조건 줄이고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

 

모두가 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하기 위해서는 불평등을 야기하는 ‘원래 그래’를 과감히 파괴해야 한다.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 “혹시, 페미니스트인가요?”라는 질문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때 좋은 세상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Writer_오찬호(사회학자,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의 저자 )

Illustrator_서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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