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실키는 ‘나 안 괜찮아’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캐릭터를 흑백만화로 그려낸다. 내가 속으로만 되뇌던 말을 그들은 숨김없이 내뱉는다. 실키의 만화를 보는 내내 통쾌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적하고 제멋대로 규정짓는 이들에게 사이다같은 한 방 대사로 할 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데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찔렸다. 사람 좋은 척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놓고 정작 상대에게는 너무나 쉽게 진짜 괜찮음을 요구했던, 검은 속마음을 들켜버렸다.

일러스트레이터 실키의 작품들

내가 네게 피해를 주니? 넌 왜 내게 피해를 주니?


우린 되고 너는 안 돼


물냉 VS 비냉


감당할 수 있는 무게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인도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가족과 다같이 인도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인도 특유의 문화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미술 작품이나 건축물은 두말 할 것 없고, 인도에서 지낸 하루하루가 늘 새로웠어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여행자가 아닌 학생으로서 느끼는 인도도 정말 좋았고요.

 

인도에서의 일상은 어땠나요?
인도는 늘 여름이에요. 그래서 사계절이 있는 한국에서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죠. 그 덕에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았어요. 낯선 곳에서 혼자 사는 동안 겪었던 외로움이나 어려움을 만화로 풀어갔어요. 특히 가치관이나 문화 차이로 상대방에게 이해받지 못할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단지 외국인이라서 이런 일들을 겪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소와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죠.

 

3년 전부터 SNS에 꾸준히 만화를 올렸어요. 처음 생각했던 콘셉트는 무엇이었나요?
영수증 뒷면이나 노트에 검정색 볼펜으로 틈틈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곤 했는데, 이걸 SNS에 올리면서 ‘실키두들’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제가 그리는 만화는 직접 겪거나 보고 들은 일을 곰곰히 생각하고다듬은 결과물이에요.

 

흰 종이에 볼펜으로 거칠게 그린 듯한 느낌의 만화를 초창기 때부터 계속 그려왔어요. 지금도 그런 작법을 유지하고 있고요.

일부러 선입견을 주지 않으려고 나이와 성별이 없는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제 만화를 보면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느낀 걸 자유롭게 나누었으면 했거든요.

 

무채색 톤도 작가님 그림의 특징이죠.
색을 완전히 빼버렸을 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장 잘 전달된다고 생각해서 흑백만화를 계속 그리고 있어요.

 

작업과정도 궁금해요.
‘실키두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평소에 많이 끄적이는 습관이 있는데, 만화로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떠오르면 하나의 문장을 머릿속으로 되뇌어요. 말장난을 좋아해서 대사를 쓸 때도 많이 신경쓰고요. 대사 고민이 끝나면 처음부터 정교하게 그려가요. 여러 번에 걸쳐서가 아니라 한 번에 만화를 그리는 편이죠.

 

만화를 그릴 때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나요?
사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그리려고 해요. 그 이유는 제 만화가 다른 사람에게 2차 가해를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에요. 그 외에도 특정 세대만 이해할 수 있는 은어나 비속어는 쓰지 않으려고 해요.

 

그 만화들을 모아놓은 책 제목이 범상치 않아요. 『나 안 괜찮아』.
누군가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안 괜찮다고 솔직하게 말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나 안 괜찮아』라는 제목은 중의적인 표현인데요, 상대와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되는 상대가있고, 그러기에는 불편한 상대도 있잖아요.

 

혹은 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상대가 나의 솔직한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고요. 『나 안 괜찮아』라는 제목처럼 적어도 책에서만큼은 조금이나마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난 안 괜찮아’라고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담겨있고요.

 

작가님의 만화는 관계에 특히 주목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제 속마음을 많이 숨기는 편은 아니지만, 돌직구를 날릴 만큼 대담한 성격도 아니거든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선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렵죠. 지금은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나 타인과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사회 이슈도 다뤄보고 싶어요. 선입견을 깨트리고 사회에서 소외받은 소수자들에 대한 얘기들도요. 그러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공부해야겠죠.

 

저는 『나 안 괜찮아』 속 얘기들이 날카로운 비판 때문에 통쾌하면서도 동시에 어둡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실제로 독자평 중에 ‘자해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수동적인 공격성이 힘겹게 읽히기도 한다’는 말에 공감했어요.

많은 독자 분들께서 책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인터넷이나 SNS에 자유롭게 올려주셨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제 만화는 밝고 건강하기 보다는 어둡고 우울한 주인공들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예요. 그 안에 숨겨진 차가운 웃음을 발견해서 읽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책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얘기가 줄곧 등장하던데, 특히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특정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끊임없이 상처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작가님만의 위로인 것 같았어요.

주제별로 나누면서 이 주제를 후반부에 넣었어요.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경우에는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빈번하게 반복돼서 일어나고 있잖아요.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싣게 됐어요. 가해자의 충분한 보상이나 사과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무엇도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으니까요. 제 만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으셨다면 너무 기쁘고 감사하죠.

 

Intern_이연재 jae@univ.me

Photographer_Deborah 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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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괜찮을 때 / 일러스트레이터 실키

 

이제 그만 괜찮을 때 / 일러스트레이터 실키

 

이제 그만 괜찮을 때 / 일러스트레이터 실키

 

이제 그만 괜찮을 때 / 일러스트레이터 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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