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악몽을 꿀까? 나는 쫓기는 꿈을 자주 꾼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다. 몸이 고되거나 마음이 힘들면 어김없이 악몽이었다. 잠들면 꿈속에서 사람들이 나를 쫓았다. 아는 사람일 때도, 모르는 사람일 때도 있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혹은 여러 사람이, 심지어 세상 모두가 나를 뒤 쫓기도 했었다. 도망치고 도망치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의 패배감, 씻을 수 없는 그 패배감이 나의 날들을 차근차근 집어 삼켰다. 악몽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의식 속에서 겪은 괴로움을,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막막함.

 

쫓기는 꿈이 반복되는 날에는, 살아도 살아도 피곤이 반복됐다. 그러다 점점 악몽의 횟수가 잦아졌다. 한 달에 한번이 일주일에 한 번이 됐고, 결국 매일매일 악몽을 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수면장애까지 찾아왔다. 쿨쿨 잘 자고 있었는데 이유 없이 갑작스레 잠에서 깨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걸 ‘잠에서 강퇴 당했다’고 표현한다. 어떤 밤에는 두세 번씩 잠에서 강퇴 당하곤 했다.

 

편히 잠들지 못하는 괴로움은 컸다. 대체 이토록 나를 쫓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누군가 나를 싫어할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일까?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까? 제대로 해놓은 게 없다는 패배감 때문일까? 사회가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해서?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으로 굴어서?

 

찬찬 되짚어볼 수록,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별 볼 일 없어 보였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겪고 있는 세상의 한 면일 뿐이었다. 아무도 상처주지 않았는데 혼자서 아파했던 나날들 속에 내가 있었다. 왜일까. 이제는 스스로에게 물을 차례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헤맬 때, 나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세상의 눈치를 보는 거야? 내가 더 잘하면 되잖아! 노력하려고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노력한만큼 주변의 말들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역효과가 났다.

 

속으로 점점 뾰족한 사람이 되어갔다. 안으로 자라는 가시들은 나를 상처 입혔다. 그 때의 나는 도무지 깨달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사람들의 애정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스무살 무렵의 나는 ‘나르시시스트’라는 말을 들을 만큼 스스로를 예뻐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갈수록, 크고 작은 잘못과 실수들이 그 위에 더께처럼 쌓였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주고받은 상처들도 한몫 했다.

 

괜찮다, 괜찮다 하며 방치해온 시간들 속에서 나는 자꾸 못나지기만 했다. 스스로를 예뻐하기는 커녕 끌어안을 힘조차 잃어버렸는데, 이제까지와 마찬가지인 척 하려다보니 모든 게 억지스러웠다. 그런 나에게 꿈은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거였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 『사랑의 기술』 에 이렇게 썼다. “곧 나 자신의 자아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자신의 생명, 행복, 성장, 자유에 대한 긍정’은 ‘우리 자신의 사랑의 능력’, 곧 보호, 존경, 책임, 지식에 근원이 있다.

 

만일 어떤 개인이 생산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는 자기 자신도 사랑할 수 있다. 만일 그가 오직 다른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는 전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에리히 프롬이 칭하는 ‘그’가 마치 나를 부르는 것처럼 들려 슬펐다. 나를 사랑할 줄 모르면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걸, 수많은 밤 악몽을 겪고 나서야 깨닫다니.

 

그는 뒤이어 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과 배려의 결여는 그를 공허하게 만들고 좌절시킨다. 그는 필연적으로 불행해하며 생활에서 만족을 얻기 위해 초조해하지만 스스로 이 만족의 달성을 가로막고 있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자신을 돌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진정한 자아를 돌보는 데 실패한 것을 은폐하고 보상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며, 이러한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뭘 원하는지 제대로 헤아리지도 않은 채 노력하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 에리히 프롬의 말대로 그것들은 실패로 끝났다. 당시의 나는 누구의 성공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했고, 누구의 어려움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다.

 

다들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 같았고,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말들은 뻔한 자기 합리화처럼 들렸다. 내가 나를 예뻐하지 않으니, 그 무엇도 예뻐 보이지 않았던 거다.

 

안다. 인생의 많은 문제들은 완벽히 해결되지 않고, 나 역시 쫓기는 꿈을 또 꿀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악몽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으려 헤매다가 세상을 미워하게 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서툴더라도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애쓰다보면, 그 애정이 내 세상과 내 곁의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리라 믿는다. 아끼는 동갑내기 뮤지션이 나와 꼭 같은 마음을 노래한 곡이 있다.

 

난 참 바보처럼 쫓았지

보이지 않는 허상을
잡히지 않는 안개를
두 손에 쥐려고 애를 썼네
불행함의 이유를
이 괴로움의 시간을
다 견뎌내려 하지마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꿈도 명예도 어제와
불확실한 내일 그보다 더 소중한

 

루시아의 ‘너의 존재 위에’라는 곡이다. 아직 악몽을 꾸고 있을 수많은 우리에게 이 노랫말을 전하며 가사를 따다 이 글의 제목에 붙인다.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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