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고 싶은 말은 네가 아프다는 말이다. 그래, 나는 네 앞에서 이렇게 웃고 있다. 너를 위하는 척하고 있다. 네가 걱정된다고, 네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슬픈 얼굴로 너를 위로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너의 실패다.

 

네가 부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고 전해온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축하해줄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회사에 취업했다고 전화가 온다면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엔 너의 행복이 파탄을 맞았으면 하는 마음이 깃든 더러운 축하다. 나는 곧 누군가로부터 너의 부자 남편이 바람이 났다느니 같은 삼류 막장 드라마의 결말을 듣기를 바란다.

 

네가 복권에 당첨됐다면, 나는 네가 사기를 당해 그 돈을 홀라당 다 까먹기를 바랄 것이다. 네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네 적성에 안 맞는다며 울며 뛰쳐나오는 너를 상상할 것이다. 그렇다.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너의 행복은 나의 결핍을 의미한다. 네가 좋은 것을 가질수록 나는 초조해진다. 너가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것을 갈망하게 된다. 네가 나쁜 것을 가질수록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할 수 있다. 힘든 너를 보면서 나의 힘듦을 견뎌낸다. 내 삶의 기준, 내 행복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너였던 것이다. 슬프지만 진실이다.

 

더 슬픈 건 이것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어디에 취직했는지, 네가 사는 곳은 어디인지, 몇 평짜리 집을 구했는지, 네 자식은 어느 대학엘 갔는지, 또 그 자식이 뉘 집 자제와 결혼을 했는지, 그 자식의 자식들은 어느 대학에 갔는지, 그 아이들의 직업은 무엇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의 연속이다. 여전히 나의 행복은 너에게 달려 있다. 불행하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말해라. 그것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이다. 너의 한숨으로 나는 단숨에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너의 탓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의 탓도 아니다. 예전의 나는 처음부터 이랬던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누군가의 불행을 기도하며 살진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수우미양가로 줄을 세우던 학창 시절부터 시작됐을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의 이름이 결정 나는 그날부터인 건지, 아니면 좋은 학점을 받으려 몇날 며칠 밤을 지새웠던 그날들부터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먹고살아보겠다고 스펙이다 뭐다 동분서주했던 그날들부터인 건지 나는 모르겠다.

 

내 인생 자체가 언제나 누군가와의 싸움이었고 경쟁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 시작이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다. 남의 행복을 온전히 축하해줄 수 없도록 훈련받아왔다. 남의 불행을 내가 이길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단련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더욱더 큰 불행과 상처를 바라고 있다. 너의 아픈 눈물을 보고 싶다. 그 눈물 위에서 히죽거리는 나를 보고 싶다. 너보다 나은 나를.

 

그러나 추악하다 비웃지 마라. 너는 그렇지 않다고 거짓말도 마라. 네 안에, 우리 모두 안에 괴물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불행을 자양분으로 성장해 왔으니까.


Illustrator_ 전하은

Freelancer_ 임샘 brokenheart792@gmail.com

 

Who +

임샘은? 끝까지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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