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뮈소 소설은 10년 전에 처음 읽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줄거리는 흐릿해졌지만,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엄청 집중해서 읽었던 게 기억나요. 당시 짝사랑하던 학생회장 오빠를 떠올리며 괜히 설레하던 것도.

 

좌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우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그의 소설 중 하나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개봉을 앞두고, 낡은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시사회로 영화를 미리 본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으레 그러하듯 책을 읽고 보니까 훨씬 더 재밌었어요.

 

영화 하나를 봐도 깊이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대학내일이 원작 소설을 다시 읽고 대신 정리했습니다.

 

※관점에 따라 스포일러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분들은 영화 감상 후 읽어 주세요.

 


1. 완벽한 남자, 엘리엇의 고민
-목숨보다 사랑하는 여자가 내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주인공은 서른 살의 외과 의사 엘리엇입니다. (곧 개봉할 영화에서는 ‘한수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요. 배우 변요한이 이 배역을 맡았죠.)

 

겉으로 보이는 조건만 보면 그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여요. 일단 남 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졌고, 또 그 일을 사랑하기까지 합니다. 운명의 짝도 이미 오래 전에 만났어요. 각자 너무 바쁘고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보지 못하지만, 그정도 문제는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견고한 사입니다.

 

 

그런 그에게 고민이 생겼어요. 여자 친구 일리나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선언한 겁니다. 절대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해 왔던 엘리엇에게는 정말 난처한 일이었죠.

 


2. 오래된 연인 사이에 생기는 뻔한 문제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 엘리엇에겐 누구에게도 말 못한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였어요. 술에 취하면 주먹을 휘둘렀고 어머니는 그런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아빠가 된다는 생각만 하면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괴로워할 정도로였죠.

 

일리나가 아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엘리엇의 머리속에는 제일 먼저 두렵다는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일리나를 너무 사랑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늘 그랬듯 능청스럽게 넘어가려고 했던 거고요.

 

 

하지만 그의 트라우마를 알 리가 없는 일리나는, 아기 얘기를 꺼낼 때마다 엘리엇이 보이는 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말해주지 않았으니, 그저 책임 회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거죠. 결국 둘은 크게 싸운 채 헤어집니다.

 


3. 엘리엇, 삼십 년 후의 자신을 만나다
– 시간 여행자의 등장, 당신이 나라고?

사랑하는 여자와 싸움으로 심란한 엘리엇 앞에 수상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은 남자는 자기가 엘리엇이라고 주장해요. 미래에서, 그러니까 삼십 년 후에서 왔다는 거예요.

 

처음에 엘리엇은 시간 여행자를 그저 정신이 이상한 늙은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은 당연히 믿지 않았죠. 하지만 남자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요. 친한 친구, 기르는 개의 이름, 피우는 담배 브랜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어두운 기억까지도. 그렇게 무시할 수 없는 찝찝함만 남기고 시간 여행자는 사라집니다. 엘리엇은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해요.

 

여담이지만, 기욤뮈소는 영화에서 예순의 엘리엇 역할을 맡은 배우 김윤석의 팬이라고 합니다. 영화 <추격자>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대요. 덕분에 기욤뮈소의 소설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영화화할 수 있게 됐죠. 이야기 구조는 그대로 따르되 배경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겨 왔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4. 60세 엘리엇, 우연한 계기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을 얻다
-시간 여행자의 사정

잠시 60세 엘리엇, 그러니까 시간 여행자의 시점으로 상황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대로 삼십 년 후, 60살이 된 엘리엇이 맞아요.

 

 

캄보디아로 의료 봉사를 갔다가 한 노인을 돕게 됐고, 그가 소원을 말해 보라기에 30년에 전에 죽은 여자 친구를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노인이 황금색 알약 10개가 들어 있는 병을 주네요? 그래서 속는 셈 치고 하나 먹어 봤더니 진짜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거예요. 죽을 때가 다 되어서 헛것이 보이나 싶었지만, 여러 정황(과거에서 가져온 피 묻은 휴지, 서른 살 엘리엇이 보낸 메시지 등)이 시간 여행이 실재함을 증명하고 있었어요.

 

참고로 보통의 시간여행물에 등장하는 법칙 몇 가지가 이 소설에도 적용됩니다. 일단 시간 제한이 있어요. 과거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20분 내외. 서른의 엘리엇과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죠. 그리고 노인과 약속한 용도(죽기 전에 일리나 얼굴 한 번 보기)와 다르게 약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즉 마음대로 과거를 바꾸면 안 된다는 뜻이죠. 시간 여행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나비 효과가 생겨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5. 60세 엘리엇의 충격 고백, 일리나는 죽는다
-삼십 년 후의 날 만나면 무엇을 물을 것인가

시간 여행의 원리를 이해한 예순의 엘리엇은 다시 과거로 가서 삼십 년 전의 자신을 만납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일리나 얼굴이나 한번 보고 죽겠다는 거죠. 서른의 엘리엇 또한 이제는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둘 사이에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같은 묘한 친밀감까지 형성되요.

 

좋은 분위기를 틈타, 서른의 엘리엇은 기다렸다는 듯 미래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묻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비틀즈는 재결합했는지, 나는 좋은 의사가 됐는지 같은 것들. 근데 예순의 엘리엇 태도가 뭔가 수상합니다. 중요한 걸 감추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달까? 사실 생각해 보면 시간 여행씩이나 와서는, 고작 멀리서 일리나 얼굴만 보고 돌아 간다는 것도 좀 이상하잖아요.

 

서른 살 엘리엇은 예정대로 일리나만 보고 영영 돌아가려는 시간 여행자를 붙잡고 늘어집니다. 감추고 있는 사실을 말해 주라고요. 그래서 그가 마지못해 말해준 진실이 뭐였냐면요. 놀랍게도 일리나가 곧 죽는다는 거예요. 그것도 엘리엇 자신 때문에!

 

 

시간 여행자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일리나가 세달 뒤에 죽는답니다.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아쿠아리움에서 사고를 당한대요. 그 사고를 당한 날은 바로, 엘리엇이 일을 핑계로 일리나와의 약속을 펑크낸 날이고요. 이후 10년을 후회 속에서 살던 엘리엇은 학회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그 사이에서 낳은 딸이 스무 살이 됐다는 겁니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죠. 여기서 시간 여행자가 엘리엇이 60살에 폐암으로 죽는다는 이야기까지 해 줬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지도 몰라요.

 


7. 과거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살리려면, 현재의 딸을 포기해야 한다
– 시간 여행자의 흔한 고민, 함부로 과거를 바꾼다면 대가를 치루게 될 것!

서른의 엘리엇은 예순의 엘리엇을 붙잡고, 그녀를 살릴 방법을 알려 달라고 소리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데, 기껏 삼십 년 전으로 돌아와서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그냥 돌아간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하지만 시간 여행자는 단호하게 일리나가 살아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물론 예순의 엘리엇도 상황을 바꿔 놓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잘하면 일리나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리나를 살린다면 그는 그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딸의 생모를 만나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사랑하는 딸은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겠죠.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매번 결론은 똑같았습니다. 일리나를 살리려면 딸을 포기해야 해요. 예순의 엘리엇은 절대로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른의 엘리엇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긴 마찬가지였죠. 사랑하는 여자가 곧 죽는다는데 못할 일이 어디 있겠어요. 서른의 엘리엇은 일리나가 죽는다면 절대로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 협박합니다.

 

격렬한 대립 끝에 예순의 엘리엇은 타협안을 제안해요. 일리나를 살리되, 그녀와 헤어지라고. 그러면 예정대로 딸의 생모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여자와 졸지에 헤어지게 된 서른의 엘리엇은 비참한 심정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8. 엘리엇은 무사히 일리나와 딸을 구할 수 있을까?
–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결말

여기까지가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절반까지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이후 내용에는 미리 알면 안 되는 반전이 있어서 기사에 담지는 않았어요.

 

 

두 남자는 나비 효과 없이 무사히 일리나를 살리고 딸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은 엘리엇은 과연 행복할까요?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법한 가정,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인생에서 고통을 지운다면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건 무엇이 되기 위함인가?”

 

시간 여행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한 작품이에요. 가독성이 좋고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라 평소에 책을 안 읽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기회에 책과 가까워져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네요.

 

 


illustrator 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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