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이 드넓다지만, 집 안에 숨겨진 세상보다 드넓지는 않겠지. “언제까지 방구석에 처박혀 있을래?”라고 외치는 엄마에게 당당히 “이 겨울이 끝날 때까지!”라고 외칠 수 있도록,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오만 가지 것들을 모았다. 혼자 놀기에 한계란 없다.


컬러링으로 몸 풀기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하다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비워진다.

완성본은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재미까지. 그럼 시시시작!


혼자놀기 01

컬러링으로 몸 풀기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하다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비워진다. 완성본은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재미까지. 그럼 시시시작!


 

 

Editor in chief_ 전아론 aron@univ.me

Illustrator_ 홍화정


혼자놀기 02

방 안에서 디제잉하기
현실은 깔깔이에 수면양말 신은 자취생이지만 머릿속에선 드넓은 플로어를 뒤집어놓으셨다!

음악은 좋은 친구다. 너무 바빠 정신이 없을 때 클래식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되는 일이 없어 우울할 때 슬픈 노래를 듣고 눈물 쏙 빼면 위로가 된다. 기분이 너무 좋아 주체할 수 없을 때는 춤추기 좋은 음악을 틀고 몸을 흔든다. 춤추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클럽이다.

 

클럽이 부담스러울 땐 노래방에서 흥을 발산하기도 한다. 클럽과 노래방은 소위 ‘흥부자’들의 주 활동 무대다. 자연히 집 밖으로 좀처럼 나가지 않는 집순이·집돌이 들에게는 놀 줄 모른다, 흥이 없다는 편견이 덧씌워진다.

 

편견은 편견일 뿐. 집순이·집돌이에게도 나름의 흥이 있다. 마음은 이미 클럽에 있지만 위험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워서 참는 것이다. 돈도 없고, 날씨는 춥고, 수작 거는 사람들 일일이 상대하기도 귀찮고, 돌아오는 길은 또 얼마나 피곤한가. 그래서 집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끼와 흥을 감추고 산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집도 클럽이 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된다. 앱스토어에는 다양한 종류의 론치패드(Launchpad)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스마트폰을 터치해 버튼 몇 개 누르는 것만으로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클럽 DJ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기껏 클럽까지 갔는데 DJ가 틀어주는 음악이 맘에 들지 않아 김 빠졌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애플리케이션이 반가울 것이다.

 

힙합, 덥스텝, 드럼 앤 베이스 등 장르를 선택할 수 있어 몸이 원하는 비트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작동하면 40여 개의 버튼이 짠! 하고 등장한다. 각 버튼에는 기본적인 드럼 소리부터 시작해 베이스, 기타, 퍼커션, 신시사이저 등 이미 설정된 사운드 소스가 탑재돼 있다. 이 소리들을 잘 섞기만 하면 음악 한 곡이 뚝딱 완성된다.

 

먼저 드럼을 깔고, 그 위에 베이스를 얹고, 이 비트에 어울리는 기타 멜로디를 고르고, 퍼커션이나 신시사이저 효과음으로 양념을 친다. 내가 만들어서인지 좀 어설프더라도 뿌듯하고, 소리가 조화롭게 섞이면 자동적으로 고개를 까딱거리게 된다.

 

실컷 놀다가 지쳤다고? 그럼 그냥 스마트폰을 놓고 벌러덩 누워라. 이어폰만 빼면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입고 있던 깔깔이와 수면바지 그대로 잠들면 된다. 클럽 문을 나설 때의 매서운 칼바람도, 누군가 뱉어 놓은 토사물 냄새도, 귀를 피곤하게 하는 소음도, 그리고 밤늦게 택시를 타고 돌아와야 했던 날의 멀고 먼 귀갓길도 없다.

 

Editor_ 기명균 kikiki@univ.me


혼자놀기 03

스마트폰으로 ASMR 만들기

ASMR 유튜버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1%의 팅글, 니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때?

불면증 환자만 잠자기 힘든 건 아니다. 평소엔 뒤통수가 닿자마자 꿈나라로 직행하는 사람에게도 잠 못 드는 밤이 있다. 특히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할 땐, 빨리 자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오던 잠도 달아난다. 양도 헤아려보고, 따뜻한 우유를 마셔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다. 사물 두드리기, 단어 속삭이기 등 반복되는 소리가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원리. 설명이 살짝 사기꾼 같지만 실제로 한번 듣고 나면 ASMR을 찬양하게 된다.

 

Dana, Soy, Miniyu, Suzevi 등 많은 유튜버들이 고가의 장비로 정성스레 제작해주시는 덕분에 영상의 퀄리티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구독자가 늘어나는 속도만 봐도 그동안 잠을 편안히 자지 못해 고생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ASMR을 들을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소름’을 ‘팅글(tingle)’이라 부르는데, 종류에 따라 팅글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다양한 장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ASMR은 입으로 내는 ‘쩝쩝’ 소리나 치킨·마카롱 먹는 소리다. 조회 수나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난 개인적으로 나무 상자 두드리는 소리나 뚜껑을 여닫는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편안한데, 나무를 두드려주는 유튜버는 그리 많지 않다.

 

찾다가 지쳐서 ‘내 취향에 딱 맞는 ASMR을 직접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이 좁긴 해도 조용하긴 하니까. 제작용 마이크가 없어서 아이폰의 ‘음성 메모’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Dana님도 처음엔 번들 이어폰의 마이크로 ASMR을 만들었다고 하니까!

 

첫 도전은 귀 청소 ASMR. 면봉으로 귀를 파면서 아이폰 마이크로 소리를 잡아내려 했으나 실패. 지지직거리는 잡음뿐이다. 비싼 마이크를 쓰는 이유가 있었다. 두 번째는 단어 반복. 평소 즐겨 듣던 ‘슼슼슼슼’, ‘옴놈놈놈’ 등의 소리를 직접 녹음했으나 역시 실패. 내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기분 나쁜 소름’이 끼쳤다. 악몽을 꾸고 싶진 않다.

 

마지막 도전은 사물 태핑. 책상, 유리컵, 지갑 등을 두드렸다. 결과는 반쯤 성공. 녹음 중인 아이폰 액정을 두드렸더니 소리도 무난하고 간편했다. 전문 유튜버만큼 주변 소음을 통제하긴 힘들지만 얼추 ASMR 느낌이 난다. 이 정도면 숙면까지는 아니더라도 ‘렘 수면’ 정도는 가능할 듯.

 

Editor_ 기명균 kikiki@univ.me



혼자놀기 04

밤새면서 하는 100문 100답
당신은 지금 인터뷰를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펜을 들고 성심성의껏 답해주세요.

1.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어떤뜻이에요?
2.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
3. 바닥에서 자는 걸 좋아해요? 침대에서 자는 걸 좋아해요?
4. 가족이랑 같이 사나요?
5.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예요?
6. 학교와 집은 얼마나 먼가요?
7. 통학 시간엔 뭘 해요?
8.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은 누군가요?
9.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계획 있어요?
10. 크리스마스 말고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11. 생일은 언제예요?
12. 어떤 태몽과 함께 태어났나요?
13. 돌잔치에서 뭐 집었어요?
14. 초딩 때 꿈은 뭐였나요?
15. 지금은?
16.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어요?
17. 게으른 편인가요?
18. 자신만의 시간 죽이는 비법이 있다면?
19.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길티 플레저’가 있나요?
20. 드라마 좋아해요? 무슨 작품?
21.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22. 2D 남친/여친 삼고 싶은 연예인을 꼽는다면?
23. 요즘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뭐예요?
24. <무한도전> 멤버 중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25. 카카오프렌즈 중 최애는 누구?
26.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면?
27. 가장 최근에 가본 콘서트?
28. 목소리가 굵은 편? 얇은 편?
29. 노래방 18번은?
30. 좋아하지만 잘 못 부르는 노래는?
31. 요즘 제일 꽂힌 곡은?
32. 다시 태어나면 뭘로 태어나고 싶어요?
33. 발 사이즈가 어떻게 돼요?
34. 가장 아끼는 신발은 뭐예요?
35. 요즘 제일 사고 싶은 것?

36. 당신을 물욕에 빠트리는 가장 큰
요인은?
37. 로또 당첨되면 뭐 할래요?
38. 지금 통장 잔고는?
39. 알바 해봤어요?
40. 잊을 수 없는 알바 에피소드가
있나요?
41. 가장 최근에 사귄 친구는 누군가요?
42. 어떻게 친구가 됐어요?
43. 외계인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면
당신은 뭘 할 수 있을까요?
44. 자주 가는 단골 가게가 있나요?
45. 꼭 시켜 먹는 메뉴는?
46. 나중에 장사를 한다면 어떤 가게를
차리고 싶어요?
47. 요리 잘해요?
48. ‘이거 하난 자신 있다’ 하는 음식은?
49. 제일 좋아하는 라면은 뭔가요?
50. 주종은? 소주? 맥주? 와인? 소맥?
51. 주량은 어떻게 돼요?
52. 가장 즐거운 술자리 모임을 꼽는다면?
53. 살면서 가장 슬펐던 적은 언제예요?
54. 어떻게 극복했나요?
55. 인생의 롤 모델이 있나요?
56. 누군가요? 그 이유는?
57. 당신은 친구들에게 어떤 사람이라고 평가 받나요?
58. 부모님이 당신에게 가장 자주 하시는 말은?
59. 살면서 저지른 일탈 중 가장 센 것은 뭔가요?
60. 전공이 뭐예요?
61. 왜 그 학과를 갔어요?
62. 지금껏 들어본 수업 중 가장 재밌었던 수업은?
63. 가장 최악이었던 교수님은?
64. 시험 기간에 자주 하는 행동은?
65. 좋아하는 동물 있어요?
66. 당신을 동물에 비유하자면 무엇일까요?
67. 가장 최근에 본 영화?
68.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인가요?
69. 요즘의 고민은 뭔가요?
70. 고민이 있을 때, 혼자서 생각한다. vs 여럿에게 조언을 구한다.
71. 제일 듣기 싫은 말은?
72. 스스로 한심하게 여겨질 때는 언젠가요?
73. 몇 번의 연애를 해봤나요?
74. 한 사람의 기억만 간직할 수 있다면?
75. 연애를 길게 하는 편인가요? 짧게 하는 편인가요?
76. 당신은 장거리 연애가 가능한 사람인가요?
77. 연인의 어떤 행동이 당신을 제일 행복하게 만드나요?
78. 외로움을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은?
79. 당신의 ‘리즈 시절’은 언제인가요?
80. 자신감을 넘치게 해주는 아이템?
81. 사연 있는 옷이 있나요?
82.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신만의 ‘의식’이 있나요?
83. SNS 많이 해요?
84. 즐겨 염탐하는 계정은?
85. SNS에 사진 올릴 때 제일 신경 쓰는 점은?
86. 스스로 가장 바꾸고 싶은 점이 있다면?
87. 영원히 잃고 싶지 않은 장점은요?
88. 최근 누군가를 질투했던 적 있나요?
89. 스트레스 푸는 방법?
90. 가끔 생각나는 ‘문장’이 있나요?
91.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인가요?
92. 살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딱 하나 정한다면?
93. 지금 당장 보고 싶은 사람?
94. 그 사람에게 지금 카톡을 보낸다면 뭐라고 쓸 건가요?
95. 자기 전에 꼭 하는 일?
96. 가장 행복하게 잠들었던 밤은 언젠가요?
97. 잠 안 오는 날 어떻게 해요?
98. 깨고 싶지 않았던 꿈?
99. 오늘 하루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100. 내일은 어떤 하루였으면 좋겠어요?

꼭 그렇게 될 거예요 :)

Editor_ 김슬 dew@univ.me


혼자놀기 05

오늘도 해적왕을 만나러 간다

어차피 누워서 보낼 겨울이라면 성실한 덕후가 되겠어요.

 

무엇이든 금세 지겨움을 느끼는 나는, 언제나덕후들을 동경해왔다. 비포 시리즈 3부작을 제외하면 딱히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도 없고, 마지막까지 챙겨 본 드라마도 손에 꼽힌다. 특히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주변에 덕후라는 호를 붙여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 있다.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만화 『원피스』에 그중 에이스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 있다. 그 친구의 한마디가 이 만화를 정주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원피스』는 소년만화인데 죽는 사람이 거의 없어. 77권째 보고 있는데 죽은 사람이 채 열 명이 안 되는 것 같아.” 나는 작품이 이야기를 전개할 때 이별이나 죽음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원피스』 작가는 해적왕이 되겠다는 루피의 명확한 목표만큼이나 중요한 게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휴재를 하지 않은 성실함을 무기로 해적왕이 되고자 하는 영웅의 모험기를 꾸준히 그리고 있다. 타고난 덕후가 아닌 나는 20분 안팎짜리 애니메이션을 아침에 4개, 저녁에 4개씩 보고 있다.

 

이제 막 100회 달성을 앞두고 있는 내가 본 『원피스』의 매력은 작품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악역이라 할지라도 악역이 되어야 했던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게 좋았다. 그건 작가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 이야기에 책임감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덕후라는 칭호를 달지 못했지만 오늘도 해적왕을 만나러 간다.

 

Intern_ 윤소진 sojin@univ.me

Photographer_ 조혜미


혼자놀기 06

‘하비인더박스’로 새로운 취미 만들기

매달 집으로 배달되는 상자 안에서 나의 취미 생활이 시작된다. 이번엔 네온사인 만들기!

 

네온사인 만들기 4단계

 

❶ 도구를 꺼내놓고 무슨 글자로 네온사인을 만들지 구상한다.

 

❷ 종이에 도안을 그리고 그 위에 아크릴 판을 올려 그대로 옮겨 그린다.

 

❸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EL와이어를 연결해 글자 모양을 만든다.

 

❹ 케이블 타이와 절연테이프로 마무리한 뒤 인버터와 연결하면 끝!

 

직립보행은 인간에게 자유로운 두 손이라는 선물을 줬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손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밥 먹고 스마트폰 만지고 키보드 두드리는 데만 쓰고 있지 않은가. 어릴 때는 두꺼비집을 짓고, 색종이도 접고, 레고도 조립하면서 부족한 손재주를 탓하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조차 없다.

 

이대로 가다간 손을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목수나 공예가를 빼놓고는 인간의 손이 점차 퇴화하지 않을까. 후손들에게 앞발 대신 섬세한 두 손을 남겨주기 위해서라도 독서·음악 감상 말고 색다른 취미 생활이 필요하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시작부터 어렵다. 인터넷엔 정보가 너무 많고, 오프라인 동호회는 부담스럽다. 만약 한 달에 한 번씩 취미 생활이 집으로 배달된다면, 게으르고 우유부단한 나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비인더박스(Hobby in the box)는 방 안에서 간편하게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정기배송 서비스다. 나무 공예, 디퓨저 만들기, 미니어처, 꽃꽂이 등 매달 새로운 취미 생활에 필요한 재료 및 도구들이 박스에 담겨 집으로 배달된다. 이번 달은 DIY 네온사인 만들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만들다 실패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정체불명의 상형문자가 되어버렸다는 후기도 있었다.

 

수행평가 점수를 황폐하게 만들었던 비루한 손재주를 떠올리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상자를 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상자 속에 필요한 물품이 알차게 들어 있었다. 성급하게 달려들었다가 망칠까봐 안에 든 설명서를 꼼꼼히 읽었다. 밤에 불 끄고 ‘혼맥’ 할때 네온사인을 켜면 맥주 맛이 좋을 것 같아서 ‘Beer’로 결정! 송곳, 케이블 타이, 아크릴판 등 평소 쓸 일 없던 도구들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졌다.

 

고생 끝에 인버터에 연결하고 버튼을 누르자 호프집에서나 봤던 네온사인이 번쩍거렸다. 정녕 저걸 내 손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실로 오랜만에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다음 달에는 어떤 취미 생활이 상자 안에 담겨 우리 집을 방문할지 기대하며, 오늘 밤엔 내가 만든 네온사인을 켜고 맥주를 마셔야겠다.

 

Editor_ 기명균 kikiki@univ.me

Photographer_ 조혜미


혼자놀기 07

더 이상 작심삼일은 없다! 나만의 테마로 일기 쓰기

매년 일상을 꾸준히 기록해야지 다짐하지만 늘 실패한다면,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법에 있을지 모른다. 무작정 다짐만 해서는 힘들다. 일기 쓰기에 재미를 붙여줄 구체적인 테마를 찾아보자. 여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상을 기록한 이들의 일기를 모았다. ‘이런 일기도 있네!’ 싶다면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방에서 뒹굴대는 동안 따라해보자.

 

01 매일, 같은 시간의 나를 기록하기

 

『3시의 나』

매일 오후 3시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꾸준히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1년간 실천에 옮긴 결과물. 어느 날 오후 3시에 그녀는 우동을 먹고 있기도 했고, 그림을 그리고 있기도, 택배를 받거나 산책을 하고 있기도 했다.

매일 비슷할 것 같았던 일상은 365개의 그림과 글로 남아 ‘오늘’과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몹시 따라하고 싶어지는 일기 쓰기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삼 궁금해졌다.

지난 한 해 동안 매일 오후 3시에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미처 기록해두지 못한 일상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녁 8시도, 밤 11시여도 좋다. 매일 같은 시간의 나를 기록해나간다면, 1년 후엔 우리에게도 소소한 추억이 쌓이지 않을까.

02 아침의 풍경을 친구와 따로 찍어보기

『1년의 아침 A year of Mornings』

 

 

마리아와 스테파니는 하나의 블로그를 개설해 1년동안 각자 아침의 풍경을 찍어 올렸다. 블로그의 이름은 ‘3191마일’, 미국 대륙 양 끝에 살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뜻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두 사람이 따로 찍어 올리는, 그러나 나란히 두었을 때 절묘하게 어울리는 사진들은 아침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아침 일기’의 특별함은 서로 다른 두 순간이 만난다는 데 있다. 혼자서는 일기를 지속하기가 힘들다면, 친구와 프로젝트처럼 매일의 아침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혹은 인스타그램에 나만의 해시태그를 달고서 내가 마주치는 아침의 풍경을 꾸준히 올려볼 수도 있겠다. 다른 일기들도 그렇겠지만, 1년간의 아침이 쌓인다는 건 제법 근사한 일이 될 것이다.

 

03 소비하는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정신과 영수증』

 

 

영수증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저자 ‘정신’이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스물다섯 시절을 기록한 책. 영수증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는 스물다섯 살 여자가 평범하게, 열심히, 또는 튀게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친구랑 같이 마시려고 편의점에서 산 커피우유, 자취방을 밝혀줄 백열전구부터 몇십만원 훌쩍 넘는 파리행 비행기 표까지. 오늘도 몇 장이나 구겨서 버린 영수증 한 장에 얼마나 다채로운 감정과 사건이 들어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새해엔 나만의 ‘영수증 일기’를 적어보는 것도 나의 하루에 대한 재미난 기록이 되겠다.

 

04 짧은 감사 카드로 일기를 대신하기

 

『감사의 습관』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남자가 어느 날 주변 사람들에게 짧은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사이가 멀어졌던 아들에게, 친구에게, 아파트 배관공에게, 고양이를 입양해준 사람에게. 몇 줄의 진실한 인사, 그리고 ‘감사를 표하며-존’으로 마무리되는 짧은 편지들. 이 편지는 하나씩 쌓여 365통에 이르고, 그것이 천천히 그의 삶을 바꾸어놓았다는 훈훈한 이야기. 어쩐지 ‘나도 한 번’ 싶어지는 설득력이 있다.

 

나만 보고 마는 일기가 아닌, 누군가에게 전하는 감사 카드로 일기를 대신하는 셈이다. 룸메이트든 단골 카페 사장님이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다. 누군가에게 전해진 진심이 그냥 휘발될 리는 없으니, 존의 경우처럼 감사의 습관이 내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실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05 5년 동안의 매일을 나란히 기록하기

 

『5년 다이어리』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30년 넘게 매일의 사건사고를 기록한 할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란 적 있다. 동네 사람들은 서로의 기억이 달라 언쟁이 붙을 때마다 할아버지를 찾아와, 특정한 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묻곤했다. 30년은 엄두도 못 낼 우리를 위해 시중에는 ‘5년 다이어리’가 많이 나와 있다.

 

 

한 페이지에 5년간의 같은 날짜가 적혀 있고, 하루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은 3~5줄인 일기장. 1년을 돌아 다시 같은 날짜에 일기를 쓸 때마다 “작년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구나”, “재작년 오늘엔 여기 갔었구나” 보는 재미가 있다. 큰맘 먹고 일상을 기록하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추천!

 

Editor_ 김신지 summer@univ.me


혼자놀기 08

만두의 세계를 탐험하기

집에서 혼자 놀기의 핵심은 놀고 먹고 자는 행위의 삼위일체다. 먹는 것이야말로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지. 추운 절계엔 모름지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가 제맛!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만두 달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매일 만두만 먹었기 때문 아니던가. 올겨울엔 만두의 세계를 집중 탐험해보자. 자취생의 친구, 냉동 만두의 세계를 구석구석 누비다 보면 만두 유목민을 정착하게 할 ‘인생 만두’를 만날 수도 있겠지. 여러분, 세상에 먹을 만두는 많고 방학은 길다. 힘을 내.

 

Editor_ 김신지 summer@univ.me


혼자놀기 09

여기는 귤 청문회의 현장입니다

청문회를 시청하다 든 몇 가지 의문. 혹시, 진짜 치매인가? ‘아닙니다’의 뜻이 뭔지 알고 있긴 한가? 얼굴의 저 철판은 어디서 산 거지? 총알도 못 뚫겠네. 청문회 안 나오고 싶으면 그냥 버티면 그만인 건가? 등등등. 하아…. 도저히 화딱지가 나서 안 되겠다.

 

귤 까먹다 말고 직접 청문회를 개최했다. 지난 청문회의 신 스틸러들과 꼭 보고 싶은 얼굴들을 증인석에 세웠다. 허공에 대고 화내야 하는 텔레비전 청문회와 달리 귤 청문회는 직접 응징할 수 있다. 증인, 한 번만 더 위증해 봐요. 다 까버릴 테니까.

 

Editor_ 김슬 dew@univ.me

Photographer_ 조혜미

Illustrator_ 성현수


혼자놀기 10

도전! 자각몽 꾸기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반복 중이라고? 그럼 꿈이라도 기똥차게 꿔보자.

 

 

자각몽은 말 그대로 꿈이란 걸 인지한 채 꾸는 꿈이다.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이 꿈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을 대담하게 시도하거나, 숙련되면 원하는 방향으로 꿈을 컨트롤할 수도 있다.

 

‘공깨비’와의 키스 신 같은 로망들이 가능해진다는 말씀. 하지만 아쉽게도 그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우연히 자각몽에 진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깨어있는 반수면 상태를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각몽 훈련에는 크게 세 가지 기법이 있다. ‘WILD’는 그중 가장 직접적으로 자각몽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먼저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킨다. 꾸고 싶은 꿈, 만약 꿈을 자각하게 된다면 뭘 할지 반복적으로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점점 무거워질 것이다. 하지만 정신은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한다.

 

이완기에서 과도기로 넘어가면, 무언가가 몸을 짓누르는 느낌, 환각, 이명 등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위 눌림’이다. 매우 공포스럽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많은 이들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고, 자각몽을 포기한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굳이 견디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자각몽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력하다면, 평화롭고 즐거운상상으로 귀신을 몰아내자. 환한 스키장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면 서서히 화면이 바뀔 것이다.

 

그렇게 어떤 공간에 들어왔는데, 꿈인지 현실인지 가름이 안 될 수 있다. 그럴 땐 RC(Reality Check)를 해야 한다. 손가락을 뒤로 넘겨 손등에 닿게 하거나, 코와 입을 막고 숨 쉬는 등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꿈에선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는 행동들로 꿈이라는 걸 자각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현실에서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 꿈에서도 자연스럽게 떠올라 RC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꿈속에 있다고 결론 났다면 마음껏 상상할 일만 남았다. 단, 너무 큰 자극을 받으면 꿈에서 튕겨내는 경우가 많으니 자제 요망….

 

참 쉬워 보이게 썼지만, 사실 자각몽을 하루아침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반복적인 시도와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꿈 일기를 추천한다. 머리맡에 노트와 펜을 두고 잔 후, 잠에서 깨자마자 꿈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한다. 장소와 사건 묘사 위주로. 매일 꿈 일기를 쓰다 보면, 꿈에서 어떤 경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주 가는 장소라든지, 단골로 등장하는 사람이라든지. 꿈의 요소를 의식한 후엔, 꿈속에 있을 때 ‘꿈이구나’ 자각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만약 자꾸 잠들어버리거나 반수면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생리적으로 밤보다 얕은 잠을 자게 되는 낮이나 새벽, 아침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P.S 주의! 너무 자주 자각하지 마시오

수면은 ‘무의식’ 상태로 몸과 뇌를 쉬게 해주는 활동이다. 하지만 자각몽은 뇌가 계속 깨어 있기 때문에 잤어도 잔 게 아니다. 매우 피곤하고 지친다. 또한, 현실처럼 생생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꾸면 현실과 꿈이 헷갈리는 경지에 이른다고. 아주 가끔만, 지루한 방학 때만 한번씩 시도해보길!

 

Editor_ 김슬 dew@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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