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퇴직은 가족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분명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집에서 TV를 보는 아빠와 마주쳤을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슬쩍 방으로 들어가 버렸던 나처럼.

 

사실 여전히 아빠와 좀 서먹하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때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빠의 퇴직을 맞이한 이들의 고민을 모아, 중년의 심리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정신과 의사 김병수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당신은 나보다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하길 바라며.

 


고민 1. 퇴직한 아빠랑 자꾸 싸워요

 

저희 아빠는 두 달 전에 퇴직했어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갑자기 많아져서 그런지, 처음 사귀는 연인들마냥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귀가 시간,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하니까 너무 스트레스에요.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질까요? 요즘 아빠에 대한 감정이 자꾸 안 좋아져서 이러다 영영 틀어져 버릴까 걱정입니다.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가지도 않고, 삼시 세끼를 집 밥만 찾으신다면 나머지 가족들은 아주 괴로울 겁니다. 퇴직한 아버지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해서, 가족 갈등의 강도는 커집니다. 어느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백이면 백 다 이렇습니다. 아버지는 가사 분담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어머니와 자녀에게 잔소리만 잔뜩 늘어놓는다면, 가족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요.

 

아버지를 원망해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퇴직한 지 두 달 밖에 안 되었으니, 아버지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이 잘 안 되어 그런 것이니까요. 낮 동안에 아버지와 같이 있는 시간을 조금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방학이라고 집에만 있지 말고 어디라도 나가세요. 그동안 고생하신 아버지가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난 뒤, 아버지가 부담 느끼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도움을 요청하시면 좋겠어요. 메모를 남겨 두셔도 좋고요. “아버지 저 강의 들으러 가요. 현관 옆에 묶어 둔 종이 묶음이 있는데요. 분리수거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고민 2. 무기력한 아버지가 안쓰럽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퇴직한 뒤로 집에서 TV만 보세요. 재취업을 안 하시더라도, 취미 활동이라도 좀 하시면 좋겠는데. 종일 TV만 보고, 말도 거의 안 하세요. 무기력한 아버지가 안쓰럽고 불쌍합니다. 말이라도 몇 마디 붙여 보려고 해도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해 본 적이 없어서 서로 어색 하구요. 며칠 전에는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와서는, “못난 아빠를 용서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엉엉 울기까지 했어요. 저희 아빠 어떻게 하죠?

 


은퇴 후의 심리적 충격은,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로 다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상담하면서 들은 이야기 일부를 전해 볼게요.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시멘트로 튼튼히 벽돌을 쌓아 올렸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레고 블록처럼 쉽게 무너지더라.” “집 안에서 투명 인간이 된 것 같다. 소외감이 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퇴 후 스트레스란, 살아 있지만 죽어 버린 사람과 같은 느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퇴직 후에 우울증이 생겨서 치료받는 남성이 꽤 많습니다. 사회적 역할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찢겨 나가고,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외톨이가 된 듯한 고통을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어깨가 축 늘어지고, 목소리도 처지고, 조그만 일에도 “못난 아버지라 미안하다.”라며 자책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밤잠을 못 이루고, 술을 자주 찾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식사도 거르고 살도 빠진 것 같다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할 수 있어요. 아버지에게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어머니와 상의해 보시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가장 가까이에서 아버지를 관찰하고, 아버지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실 테니까요.

 


고민 3. 아빠 퇴직 전, 화목했던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희 아버지는 6개월 전에 퇴직하시고 구직 활동 중이십니다. 2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권고사직 당하시고, 재취직까지 잘 안 되니 자존심이 많이 상하신 것 같아요. 형편도 좋지 않은데, 당장 가족 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조급하기도 하실 거에요. 그래서인지 많이 예민하세요. 작은 일에도 화를 내서 집안 분위기가 매일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 아버지 마음은 이해하지만, 집에 들어가기가 싫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된 가정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아버지의 퇴직 전 화목했던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아버지 마음에 상처가 크실 것 같습니다. 20년 넘게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권고사직을 당하셨다면… 아버지는 “벼랑 끝에서 떠밀려 떨어진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본인의 아픔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더 힘들어 하실 게 분명합니다.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나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는 것 같다. 내가 더 일 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탓하고 계실 겁니다.

 

권고사직으로 인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중년 남성은 아픈 마음을 분노로 덮어 버리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로 화가나서라기 보다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초라해진 자기 모습을 숨기려고 화를 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니,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일에 짜증 내는 일이 잦아질 수밖에 없죠.

 

이럴 때는 당분간 아버지와 심리적 거리를 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아버지 마음을 보듬어 주는 표현이 필요합니다. 사직 이후 자존감이 낮아진 아버지의 기를 살려 주세요. “아버지가 덕분에 저희 이만큼 공부하고, 잘살고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우리 가족도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요. 직장을 그만 두셨지만, 아버지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고, 우리 가족은 언제나 아버지를 응원하고 있다, 라는 것을 확인시켜 드려야 합니다.

 


고민 4. 아버지 퇴직 후로 집안의 권력 관계가 바뀌었어요

 

퇴직 전 저희 아버지는 굉장히 가부장적이셨어요.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 메뉴부터, TV 채널까지 모두 아버지 마음대로 했죠. 그래서 엄마한테 함부로 할 때도 많았고, 엄마도 평생 상처를 많이 받으셨어요. 근데 아버지가 퇴직하고 나니까 집안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어요. 엄마가 아버지한테 잔소리하는 일도 많아졌고, 종종 두 분이 큰 소리를 내며 싸우시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갑자기 변한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좀 주눅 들어 보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항상 아버지가 나쁘고,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두 분 가운데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은퇴하셨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많은 부부가 중년 이후에 이런 변화를 경험합니다. 중년이 되면 호르몬의 변화로 전통적인 부부 관계가 전복되곤 하죠. 지금까지 순종적으로 살아왔던 것에 대한 보상 작용으로 “나도 다르게 살아야겠다” 하는 마음을 어머니가 갖게 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 반응입니다. 앞으로 당분간 주눅 든 아버지의 모습과 잔소리로 명령하듯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될 수밖에 없어요. 퇴직한 아버지가 속으로 참다가 폭발이라도 하는 날에는, 더 큰 부부 싸움이 생길 것이고요.

 

아버지와 어머니 중에 누구 잘못이 더 크냐, 하고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자녀가 아버지와 어머니 중 누군가의 편에서 지원할 문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이건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이 풀어야만 하는, 중년의 성장 과제이니까요. 사연 주신 분이 지금까지 살면서 시험공부, 대학 입시, 취업 준비하는 동안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루도 쉬지 않고 애를 쓰면서도, 슬금슬금 자식 눈치를 보셨을 겁니다. 이제는 사연을 주신 분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중년의 부부에게 닥친 시험을 슬기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지켜봐 드리세요.

 


illustrator 백나영

advisor 김병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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