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 하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학교 휴학하고 용돈이나 벌겠다며 별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더니, 내리 4년을 일했다. 복학하고 나서도 학교보다 가게를 더 열심히 나가더니 결국 취직까지 하더라.
남 이야기 같지 않은가? 같은 곳에서 1년 넘게 일하는 중인가? 그만둬야지 싶다가도 할 줄 아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서 자꾸 돌아오게 되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이미 장기 알바의 늪에 빠졌다.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에서 곧 아래와 같은 일을 겪게 될 것이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점장님이 나를 부점장급으로 대우하시더라고. “나 없으면 니가 알아서 다 해라. 애들 자르는 것만 빼고”라면서. 그리고 실제로 모든 걸 내가 하게 됐어. 다른 알바생들 일정 짜주고, 물건 받고, 발주 넣고, 본사 직원이랑 티타임 가지고. 어떤 일은 정직원이 해야 하는 일인데, 나한테 떠넘기는 거 사실 다 알고 있었거든? 근데 오래 일하다 보니, 나 아니면 도와줄 사람 없는 게 보여서 부탁을 거절 못 하겠더라. 그게 4년 호구 짓의 시작이었지.
-조경태(M모 편의점에서 4년간 알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오래 일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3년 넘게 일하게 됐어. 정직원보다 회사 사정을 더 잘 알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나를 알바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점점 더 많은 일을 맡기고, 알바생 이상의 책임감을 요구하더라고. ‘오래 일했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주겠지’하는 기대가 있달까.
-김포도(가명/스타트업에서 3년째 사무직 알바 중)
원래 출근하는 날도 아닌데 나와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졌어. “이번 공연은 관객이 많아서 사과씨 아니면 못해요~”이런 말 하면서. 웃긴 게 실제로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자부심도 있어. 오래 하다 보니까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더라고. 천명 넘어가는 관객쯤은 편하게 받고,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덤덤하게 응대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
-이사과(가명/S 공연장에서 1년째 알바중)
처음엔 손님이 없으면 편해서 좋았는데, 오래 일하면서 사장님이랑 친해지니까 매출 걱정도 같이하게 되더라고.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 이번 달 월세는 낼 수 있을까 싶은 거지. 그것뿐만 아니라, 내가 사장도 아닌데 가게 주변에 카페 생기면 괜히 의식하고 막 그래. 퇴근길에 ‘저 집은 손님이 많이 오나~’하면서 슬쩍슬쩍 보고 지나가고.
-소희(T카페에서 1년 반째 알바 중)
언제부턴가 회사의 앞날을 고민하게 됐다. “아 그렇게 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사업은 접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알바 그렇게 많이 뽑으면 안 돼요” 등등. 스타트업 회사라 아직 시스템이 없거든. 나는 알바생인데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 내가 그만둬야 할 수도 있으니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
-김포도(가명/스타트업에서 3년째 사무직 알바 중)
빵집 알바생 2년차. 어느새 내가 알바생 중 최고참이 됐어. 당연히 신입 알바생 교육은 오래전부터 내 몫이었지. 신입들을 많이 받다 보니까, 사람이 자꾸 궁예질을 하게 되더라. ‘아~ 이 친구는 뺀질거리는 타입이네.’ ‘쟤는 배우면 금방 잘하겠다.’ 요즘에는 아예 뽑을 때부터 관여하고 있어. “사장님 쟤는 뭔가 쎄-한데요? 안 뽑았으면 좋겠어요.”
-홍앵두(가명/학교 앞 빵집에서 2년째 알바 중)
신입 알바생이 들어오면 자꾸 내 신입 때랑 비교하게 돼. “내가 신입일 때는 저거보다 2배는 힘들었어.” 뭐 이런 식. 그리고 열심히 안 하는 모습 보면 그렇게 화가 난다? 어제 복사하는 법 알려줬는데 오늘 또 물어보면 레알 딥빡. 솔직히 그건 의지의 차이 아닌가. 다들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가 봐…
-김포도(가명/스타트업에서 3년째 사무직 알바 중)
일정을 짤 때 항상 알바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됐어. 개인적인 스케줄을 잡을 때도, “혹시 이날 땜빵 해줘야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부터 들어. 심지어 휴무 날 여자친구랑 있다가 연락 와서 일 하러 간 적도 있음. 이게 알바인지.. 직장인지..
-이사과(가명/S 공연장에서 1년째 알바 중)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이 알바 같이 하는 사람들밖에 없어. 요즘 하는 일이 알바 밖에 없어서 그런가, 알바 하는 사람들이랑 말이 제일 잘 통하고 재밌어. 일이 힘드니까(?) 끝나고 항상 같이 술 마시고, 단체 카톡방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해. 쉬는 날 만나서 놀기도 하고. 단순히 돈을 벌러 온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인간관계가 생긴 기분이야.
-양희주(B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에서 1년 2개월째 알바 중)
일한 지 1년쯤 됐을 때 취직해서 정직원으로 일하라는 제안을 받았어. 어차피 졸업해도 취업 어렵지 않냐며(팩트 폭행…) 월급도 꽤 많이 올려 주겠다고. 이쪽 길을 직업으로 삼는 걸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아서 거절했어. 근데 나중에 아무 데도 취업 안 되고, 먹고 살 방법이 없을 때 생각날 것 같아. 보험을 들어 둔 느낌이야. 물론 그때 가서 날 진짜로 받아 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전자두(가명/영어 학원에서 1년 6개월째 근무 중)
최근에 사장님이 정식으로 취직할 생각 없냐고 하셨어. 사람인지라 취업 준비가 힘들고, 현실이 갑갑하니까 그냥 여기서 일할까 싶기도 해. 일도 익숙하고, 사람들도 괜찮고. 왜 낯선 또라이보다 익숙한 또라이가 낫다잖아. 무엇보다 원래 진로는 아니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적성에 맞아서 고민 중이야.
-김포도(가명/스타트업에서 3년째 사무직 알바 중)
사장님께 매니저 제안받은 적 있어. 오래 일하시던 매니저님이 그만두셔서, 당장 경력 있는 사람이 필요했거든. 근데 전혀 생각이 없어서 거절했어. 직원들 일하는 거 보면, 자기 생활도 없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정말 힘들어 보였거든.
-소희(T카페에서 1년 반째 근무 중)
취업 때문에 그만둬야겠단 이런 생각은 계속했었는데, 사람들이랑 정이 들어서 6개월 넘게 그냥 다니다가 최근에 그만뒀어. 마지막 날 다 같이 회식을 했는데 너무 아쉬워서 펑펑 울었음. 동네에 있는 카페여서 마음만 먹으면 또 볼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더라고.
-배딸기(가명/S카페에서 2년간 알바)
“X같은 알바 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막상 그만두면 섭섭할 것 같아. 익숙한 곳이랑 결별하는 게 어렵잖아 원래. 어쨌든 여기가 1년 동안 내가 일했던 곳인데. 친했던 사람들 자주 못 보는 것도 속상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그만두게 될 곳이니 슬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사과(가명/S 공연장에서 1년째 근무 중)
illustrator 윤희선
intern 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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