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주가무에 능했다. 특히 조상들의 ‘가무’는 가히 독보적이었기에 그 후손들이 훗날 아시아권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킬 정도였다. 심지어 오랜 전래동요 가운데에는 이런 노래도 있었으니

 

 

요즘은 “노래 못하는 애들이 없다”고 어르신들이 혀를 찰 정도로 가창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아마 노래에 자신없는 사람들은 한 번쯤 “학원이라도 다녀 볼까” 싶은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막상 가려니 부끄럽고 막막하다. 그런 음치들을 대신해 에디터가 직접 보컬 학원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홍대 보컬 학원을 찾다

보컬과 실용음악, 인디 뮤지션들의 메카는 역시 홍대, 동교동과 서교동 일대다. 수소문한 끝에 많은 학원들 중 ‘발성’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을 찾아갔다. 대체 뭘 가르쳐 주는 걸까.

 

정말 과감한 학원명이 아닐까 싶다

 

내가 찾아간 KMC 발성 전문 보컬학원은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무료로 보컬 성향을 확인해 준다. 일종의 서비스랄까. 사전에 보컬 테스트 신청을 한 에디터는 원생 레슨이 없는 오전 11시 30분에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오시기 전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잠긴 목을 좀 풀고 오셔야 해요”

 

방문 전 날 이런 얘기를 들었지만, 어차피 나는 직장인인데다 통근길이 멀어서 새벽 6시 반에 일어나니 상관 없었다. 그렇게 먼 길을 걸어 도착한 학원 내부는 의외로 현대적이고 깔끔했다. 왜냐면 간판이 너무 인상적이라

 

5층 연습실 한켠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2층에는 접수처와 원장실, 레슨실, 녹음실이 있고 4, 5층에도 강의실과 연습실이 줄지어 있다. 각 연습실에는 피아노와 오선지가 그려진 화이트보드도 구비되어 있다. 의자와 마이크, 큰 강의실만 있다면 어떤 노래라도 부를 수 있는 백화점 주부노래교실과는 달리 꽤 체계적인 분위기다. 오전 시간이었지만 일찍부터 나와 혼자 연습하는 사람도 있었다.

 

녹음 및 성향 파악

일단 레슨을 등록하면, 새로 온 원생이 어느 수준인지, 발성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녹음실에서 직접 녹음을 시켜 본다. 가장 부끄러운 시간이라고 하겠다.

 

정면에 유리창 대신 TV 있으면 최고급 홈시어터

 

녹음실이 생소한 나로서는 뭔가 신기한 장비들이 가득했다. 원장님은 내 보이스 체크를 위해 노래를 한곡 불러보기를 권했다. “에이, 제가요?”라고 하며 발걸음은 녹음실로 향했다. 마치 회식 전날 한참 준비해놓고 못 이기는 척 부르는 신입사원 꼴이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갖고 심취한 듯 손짓하는 에디터

 

마이크는 한 뼘 거리에서도 숨소리를 잡아낼 정도로 감도가 높아 내 목소리로 ASMR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무슨 깡으로 이승철의 <서쪽하늘>을 골랐고, 감미로운 모기 목소리로 가창력을 과시했다.

 

좁은 공간에 울려퍼지는 나의 목소리가 얼굴을 붉게 한다

 

녹음실에서 나와 모니터링실로 오면 음성을 파형으로 살펴보고 바로바로 약점과 강점을 체크해 준다. 피치(음정)가 나가거나 호흡이 짧은 부분이 아쉽다. 대신 이 부분은 바이브레이션이 좋았다. 등 세세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다만 밀폐된 공간에서 크게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를 반복해서 듣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 때 이후로 라디오에서 ‘서쪽하늘’을 우연히 들을 때마다 움찔거린다. 강민경이 선사시대 박물관에서 익룡을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진단을 받으면서 내가 들은 얘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시각화된 목소리를 보며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쉽다.

 

1. 내 목소리는 흉성이 모자란 목소리(Light Chest)로, 성대가 맞닿는 ‘접지훈련’을 잘 시키면 좋은 목소리로 바뀔 수 있다.

2. 성대 접지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목에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평소 물을 잘 안 마시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3. 불필요한 콧소리를 많이 쓰므로, 매끄러운 음색으로 바꾸려면 비음을 줄여야 한다.

 

기초를 탄탄히. 개인 레슨 시간

진단이 끝나고 본격적인 1대 1 레슨을 받으러 강의실에 들어갔다. 오늘 나를 가르쳐 줄 강사님은 ‘강웅 B’ 선생님. B가 붙은 이유는 동명이인의 선생님이 같은 학원에 계시기 때문이라고.

 

에디터의 일일 보컬 트레이닝을 담당한 강웅쌤

 

강웅B 선생님의 약력

 

–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졸업

– 세스릭스(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등 팝 보컬리스트 보컬 인스트럭터)에게 LA 현지 사사

– Dave(아메리칸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에게 LA 현지 사사

– 現 젤리피쉬 VIXX 메인보컬 KEN, 혁 등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

 

간단한 음역과 노래 테스트 이후 바로 발성연습이 시작됐다. 체험 강의인지라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기본기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에디터가 직접 전수받은 세 가지 연습 방법을 풀어줄 테니 숙지해 두도록.

 

LESSON1. 복식호흡, 일정하게 숨 내뱉기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복식호흡을 배운다.

 

1. 할 수 있는 만큼 숨을 가득 들이쉰 뒤, *도둑숨을 한번 더 쉰다.

2. 잠시 숨을 멈추고 배가 빵빵해졌는지 확인한다.

3. 성대를 울리지 않고 ‘스’ 발음으로 공기를 천천히 내뱉는다.

 

*창법(唱法)에서, 호흡이 짧아 계속할 수 없을 때에, 숨 쉴 곳이 아닌 대목에서 잠깐 몰래 쉬는 숨.

 

이 때 내려가 있는 횡격막을 이완된 상태로 유지시켜 숨을 내뱉을 때 배가 들어가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하게 숨을 내뱉어야 한다는 것.

 

좀 더 스파르타식 훈련을 요청하자 이렇게…

 

일반인은 40초, 연습생은 1분 30초 정도 숨을 내뱉을 수 있다고 한다. 1분 정도 내뱉을 수 있다면 어떤 노래를 해도 소화할 만 하다고. 원래대로라면 오늘같은 강의 1회차에서 하루종일 호흡만 시킨다고 한다. 연습이 가장 중요하니 혼자서 틈틈이 연습해 보자.

 

“하하, 이건 숙련된 연습생들 상대로 하는 훈련이예요” 근데 나는 왜?

 

LESSON2. 립버블

 

입술에 힘을 풀고 숨을 내뱉으면 ‘푸르르르’ 하고 떨리는데, 이걸 ‘립버블’이라고 한다. 어릴 때 누구나 이런 식으로 장난쳐 본 경험이 있을 거다.

 

쉬워보이지만 의외로 이거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이 립버블을 하면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흉성을 내는 감각을 찾을 수 있다. 대신 입술을 딱 붙이려고 입이나 턱에 힘을 주면 목에도 힘이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럴 땐 보조개가 있는 양 입술 끝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한결 쉬워진다.

 

이렇게 양 손가락으로 누르면 한결 쉬워지고 침이 튄다.

 

처음엔 숨만 내뱉으며 ‘푸르르르’하는 소리를 내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성대를 울려서 소리를 내 본다. 이걸로 음계를 올라가며 발성연습을 하다가, 나중에는 노래 한 곡을 립버블로 연습시키기도 한다고. 역시 꾸준히 연습해 보자. 부끄럽겠지만 남의 눈을 피해서 열심히…

 

LESSON3. 톤과 딕션(발음)

 

앞서 설명한 두 가지 훈련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가창력 개선을 경험할 수는 없다. 대신 짧은 시간 안에 노래 실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스타일링의 개선이다.

 

보컬은 ‘발성’과 ‘스타일링’으로 나뉘는데, 당연히 발성을 마스터한 뒤 개인의 스타일을 만드는 게 옳은 순서다. 하지만 노래자랑이나 축가, 청혼가 등 단기간 보컬 개선이 필요한 사람들은 스타일링부터 살짝 손봐준다고.

 

예시1) 박효신의 ‘숨'(Listen in Browser 클릭)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 때, 이렇게 발음을 짧고 무덤덤하게 내는데, 모음을 조금 길게 내는 것만으로도 느낌을 확 다르게 낼 수 있다. 이걸 ‘딕션을 고친다’라고 하는데, 결국 같은 말이다.

 

 

예시 2) 임재범의 ‘너를 위해’

 

임재범은 일반사람들과 다르게 말하거나 노래할 때 둥글고 긴 모음을 사용하는데, 이걸 의식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이렇게 발음을 한다.

 


만약 여기에서 입천장 안쪽을 들어올린다는 느낌으로 ‘과’를 좀 더 길고 둥글게 낸다면 좀 더 풍성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참 쉽죠?

 

선생님은 웃는 얼굴로 거짓없는 평가를 내려 준다.

 

1회차 레슨 결과를 토대로 선생님은 수강생의 부족한 부분과 강점을 체크리스트로 작성해 전달한다. 여기까지 듣고 나니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흘러 있었다. 다음 레슨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떠나보내고, 마지막으로 원장님께 돌아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가창력 시한부 진단을 받는 에디터

 

노래를 할 때 수강생의 성향이나 수준에 따라 강사가 달라지나요?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는데, 소리는 ‘어떤 느낌’으로 부르는 이미지와 스타일이 아니라 성대가 만드는 거죠. 하드웨어 단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은 전부 같습니다. 당연히 타입에 따라 강사가 달라지는 일은 없어요.

 

그럼 보컬 타입을 분류해 주셨는데, 이걸 체크하는 이유는 뭔가요?
마찬가지로 보컬 타입을 분류하는 건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죠. 저희가 내리는 5가지 분류가 반드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대신 개개인의 개선점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보컬학원에 등록하러 오는 사람들 수준은 어떤가요?
아예 음치인 분도 계시고, 아주 가끔 드물게 완성형이라 부르는 ‘믹스보이스’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조금만 다듬으면 전문 가수만큼 좋은 소리를 내게 되는 경우도 있죠.

 

복식호흡을 연습하는 건 호흡이 많아야 노래를 잘 하기 때문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복식호흡은 호흡을 ‘많이’ 내는 연습이 아니라 노래부를 때 필요한 호흡을 ‘적당히’ 내는 연습입니다. 오히려 호흡이 너무 세면 성대를 상하게 할 수 있어요.

 

노래를 잘 하려면 레슨을 보통 얼마나 받아야 하나요?
마치 영어학원을 얼마나 다녀야 영어를 잘 하냐. 라는 질문과 비슷한 질문이네요. 수준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둔재 기준으로 3~4개월 정도면 음역대 등 개선이 되는 편이죠.

 

보컬 카피는 보컬 연습에 도움이 되나요?
좋아하는 보컬을 카피하는 건 스타일링의 문제고, 스타일링은 기본이 완성된 이후에 다듬는 게 올바른 순서입니다. 마찬가지로 카피부터 시작하는 건 바람직한 발성 연습이 아니죠.

 

학원을 나서다가 발견한 살신성인의 대피요령

 

원장님과의 상담이 끝나고, 하루 레슨비를 결제한 뒤 학원을 나섰다. 참고로 에디터가 방문한 학원의 레슨비는 (주 1회 수강 기준) 월 20만 원 정도. 개인 연습실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레슨 3일치를 몰아서 받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초등학교 음악시간 이후 ‘노래를 배우고 왔다’는 기분이 든 건 오랜만이었다.

 

만약 당신이 음치라면, 그리고 시간을 두고 체계적인 레슨을 받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보컬 학원은 좋은 경험이 될 거다. 그러니 노래방에서 득음할 생각 말고 노래방비 아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하자!

 

Photograph 송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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