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바를 찾다 보면 ‘방탈출카페’ 구인 공고가 심심치 않게 보여. 보자마자 끌려서 지원하려다가 멈칫했어. 생각해보니 좀 불안하더라고. 일단 실제로 거기서 일해봤다는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까 얼마나 힘들지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궁금해서 직접 모아봤어. 방탈출카페 알바생들의 솔직한 경험담!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만큼 재미있고 생각보다 빡세더라. 하하.

 


1.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모든 테마 마스터하기

 

첫 출근하면 아마 제일 먼저 게임 매뉴얼을 줄 거야. 스토리, 문제, 답, 풀이과정 등등. 나와 있는 모든 걸 완벽하게 숙지해야 해. 가격과 상품명만 단순 암기하면 되는 일과는 다르게, 방탈출카페 알바는 게임 전반을 이해해야 원활하게 일할 수 있더라고.

 

미리 알려 주자면 처음엔 좀 당황할 수 있어. 방탈출이 머리를 쓰는 게임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어렵거든. 외울 것도 겁나 많아.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방마다 스토리도 다르고 문제도 제각각이다? 근데 가게마다 방이 적어도 3개 이상씩은 있단 말이야. 즉 매뉴얼X3을 외워야 하는 거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모두가 어려워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게에서 알바가 처음 오면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게 해줘. 뜻밖의 꿀잼. 경험상 한번 방을 탈출하고 나면(?) 이해도가 높아져서 금방 외워지더라. 평균적으로 한 달 정도면 익숙해지는 것 같아.


2. 언변이 좋으면 재밌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

 

방탈출카페 알바는 어떻게 보면 레크리에이션 강사랑 비슷해. 손님이 상황에 몰입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하니까. 그리고 가게마다 다르지만 대놓고 적극적인 진행을 강요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

 

이 점 때문에 남 앞에 나서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은 힘들어하지. 하지만 본인이 말을 좀 잘한다면, 어떤 일보다 편하고 즐거울 거야. 어느새 상황에 몰입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걸? 손님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막 보람까지 느끼는 친구도 봤어.

 

물론 말발 좋은 친구들만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야. 설명할 때마다 온갖 드립으로 손님들 쥐락펴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크립트만 정직하게 읽는 사람도 있어. 그리고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니까, 아무리 말을 못하는 사람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기계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더라.

 


3. 감정 노동에 가까운 일이다

 

방탈출카페 알바는 80%가 감정 노동이야. (대신에 육체적으로는 다른 알바에 비해 편한 축이야) 사람 상대하는 일이 다 그렇겠지만, 일하다 보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본인이 못 풀고서 남 탓하는 사람, 장치가 오작동했다고 우기는 사람 등등. CCTV로 우리가 다 보고 있었는데.

 

그중 제일 흔한 건 여기서 뭘 하는지 1도 모르고 온 손님. 아무래도 방탈출게임 자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봐. 자기가 공포 테마로 예약해놓고 무섭다고 안 들어간다고 버티는 친구도 있고. 몸에서 사리가 나올 정도로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는 사람도 있어. 계속 안 들어가고 문제가 뭐냐, 문은 어떻게 여는 거냐 꼬치꼬치 물어보면, 솔직히 분통 터진다. 가끔 스포일러고 뭐고 그냥 다 말해버리고 싶기도 해.

 

그렇게 이해를 못 하고 들어가면, 힌트를 준다고 해도 진행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문제풀이가 끝나고 방에서 나올 때 손님 표정이 안 좋으면, 괜히 내가 설명을 못 해서 그런가 싶어서 자괴감이 들지. 아참, 나가면서 돈 아깝다고 시비 걸거나 화내는 사람도 있었어. 휴…

 


4. 방탈출 매니아가 오면 x나 긴장된다

 

반대로 게임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 와도 힘들긴 마찬가지야. 여기에 방탈출 동호회 회원들도 자주 오거든. 그분들은 방탈출을 사랑하는 만큼 인테리어 하나, 소품 하나까지 꼼꼼하게 보기 때문에. 제아무리 베테랑 알바라도 긴장하게 되지.

 

우선 그런 분들이 오면 사장님부터 신경을 엄청 쓰셔. 조금만 실수가 있어도 주목받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방 점검도 한 번 더 하고, CCTV도 주시하고. 피곤해지지.

 

그래도 마니아들(?)은 문제도 빨리 풀고, 방도 깔끔하게 써서 끝나고 뒷정리할 때는 오히려 편한 편이야. 정말 착하신 분들은 나중에 우리가 세팅하기 쉽게끔 힌트 확인하고 제자리에 놓아주시기도 해. (눈물)

 


5. 어디를 가나 파괴왕은 존재한다

 

알바를 괴롭게 하는 손님의 왕중왕은 뭐니뭐니해도 파괴왕이지. 분명히 들어갈 때 힘으로 하면 안 된다고 다 설명한단 말이야. 그래도 말 안 듣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더라. 아무리 주의를 줘도 소용이 없어. 던지고 발로 차고 부수고. 가관도 아니다 진짜. 보통은 지켜보다가 물건을 파손시킬 기미가 보이면 제재를 해. 하지만 바쁠 때는 동시에 여러 방의 CCTV를 봐야 하기 때문에 놓치는 일이 생길 수 밖에 없어.

 

사실 자물쇠나 힌트 종이 부수는 건 그래도 양반이야. 문제는 몇 천만 원이 넘는 기계장치나, 외국에서 어렵게 공수한 소품을 망가뜨리는 경우지. 무섭다고 300만 원짜리 수입 인형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사람도 있었어.

 

다음 손님이 오기 전에 방을 원상복구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망가지면 단시간에 복구가 안 되잖아. 가게로서는 피해가 막심한 거지. 손님한테 손해배상 요청하기도 껄끄럽고. (너무 고가인 경우엔 사장님이 하시겠지만)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면 서로 좋을텐데… 왜 그게 안 되는 걸까.

 


6. 난이도 상, 폭격 맞은 방을 원상 복구하라

 

게임이 무사히 끝났다면 알바의 임무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코끼리가 밟고 지나간 것 같은 몰골의 방을 원상 복구시켜야 하거든. 난이도가 높은 방은 문제가 복잡하고 많아서 매뉴얼을 보고 있어도 헷갈려. 다음 타임에 예약이 차 있으면 시간이 촉박하니까 더 당황하게 되고. 그래서 초보들은 실수도 자주 해. 자물쇠를 열어놓고 나온다거나, 엉뚱한 곳에 힌트를 둔다거나.

 

여긴 주로 커플끼리 오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는 좋게 좋게 넘어가주는 편이지만, 게임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실수라면 말이 달라지지.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다른 방으로 대체해 주어야 해. 매출에 손해를 입힐 수도 있는 일이니 주의해야 돼. 아마 그러면 사장님한테 많이 혼날거야…

 

또 보통 방 세팅은 혼자 들어가는데, 공포 테마 방을 혼자 정리하는 게 무서울 수도 있어. 실제로 그게 무서워서 그만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 요즘 방탈출카페는 공포 테마가 많아지는 추세라, 겁이 많은 사람은 일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

 


7. 정리

 

정리하자면, 시급이 센 편은 아니지만 재밌는 알바. 처음엔 외울 게 많아 좀 어려울 수 있으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없어서 하다 보면 편해져. 특히 손님이 거의 없는 비수기(방학 아닐 때) 평일 오전은 보장된 꿀알바니 놓치지 마시길. 덧붙여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대부분 또래라서 사람 만나기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어.

 


illustrator 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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