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조지오웰은 세상이 이 꼴 날 것을 69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달 미국의 새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사 전후로 조지오웰 소설 『1984』 판매량이 무려 9천 500% 증가했다고 해요. 얼핏 생각했을 때, 미국 대통령과 1948년에 쓰인 소설이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는데… 곰곰이 따져보니 트럼프 시대와 소설 『1984』의 디스토피아 사회에는 공통점이 꽤 많았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트럼프는 취임식에 참가한 청중이 역사상 제일 많았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전문 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년 전 오바마 취임식 청중이 트럼프 취임 때보다 3배 많다고 합니다. 고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한 거죠. 이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한 가지 사안을 놓고 평가할 때, 판단하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사안이 달라질 수 있다(alternative facts)’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칩니다. 행사에 참여한 청중의 수는 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인데 말이에요.

 

재밌는 건 무려 69년 전에 쓰인 소설 『1984』에 비슷한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는 겁니다.

 

날마다 그리고 거의 매 순간마다 과거는 현재가 되어 버린다. 이런 식으로 당이 발표한 모든 예언은 문서상으로 옳다고 증명되고, 그때 필요하지 않은 뉴스 항목이나 의견 표출은 기록상으로 절대 남겨지지 않는다. 모든 역사는 필요할 때마다 다시 쓰는 양피지와 같은 것이다.

 

『1984』 中

자기들 입맛이 따라 통계를 왜곡해서 보도하는 작중 당의 행태를 보며, 어렵지 않게 트럼프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소설을 읽다 보면 현실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어요. 비단 트럼프 사회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2017년 우리가 사는 사회와도 퍽 닮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69년 전에 쓰였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 그에 대한 내 태도에 대해서,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1984』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너무 유명한 소설이라 몇 년 째 읽어 보려고 생각’만’ 했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1. 『1984』의 세계관=디스토피아

과학의 발달 결과 인간생활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린 소설을 SF소설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그 미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방향으로 펼쳐지게 되면, 디스토피아 SF 소설이라고 부르고요.

 

조지 오웰의 『1984』는 디스토피아 SF 소설 장르에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지도층에서는 유토피아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은 불행하게 살아가는 디스토피아 사회의 전형을 보여주죠.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당연히 1984년. 세계는 영구적인 전쟁 중입니다. 50년 전부터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요. 이유는? 전쟁이 지속 되어야 지배층이 국민을 통제할 명분이 생기거든요. 즉 전쟁은 일종의 ‘쇼’같은 겁니다.과거에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독재 유지를 위해 시민들에게 서로에 대한 증오를 부추겼던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돼요. “너희들 전쟁이 얼마나 심각한 건지 알지? 그러니까 내말 잘 들어” 뭐 이런 거죠.

 

소설 속에서 지배자 계급인 빅브라더는 시민들을 24시간 감시합니다. 여기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이용하는데요, 이 장치는 겉보기에는 TV처럼 보여요. 텔레스크린에서는 시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방송을 송출합니다. 조작한 통계자료로 우리의 삶은 전쟁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떠들어대는 거예요. 텔레스크린은 소리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끌 수는 없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송이 나오는 동안 텔레스크린은 CCTV처럼 사람들을 감시합니다. 조금이라도 당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은, 경찰에게 잡혀가 잔혹한 처벌을 받아요. 구체적인 법안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을 숭배하지 않는다고 의심받을 만한 모든 행동 자체가 금지되어 있어요. 일기를 쓰는 것도, 섹스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것도,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것도 다 처벌 대상입니다.

 

 

사람들에게 허락된 것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똑같은 슬로건을 외치고, 영원히 일하며, 빅브라더를 믿고 사랑하는 일뿐. 아무리 봐도 뭔가 한참 잘못된 사회처럼 보이지만, 작중의 사람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영양실조에 걸린 채 다 떨어진 신발을 질질 끌며 어슬렁거려도, 텔레스크린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요. “우리의 삶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2. 체제에 의문을 품은 마지막 인간, 윈스턴(a.k.a 주인공)

그런 맥락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빅브라더 사회에서 보기 드문 별종입니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에요. 빅브라더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죠. 예로부터 빅브라더는 너무 똑똑하거나 생각이 많은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한 뒤 실종 처리해왔습니다. 작중에서는 그것을 ‘증발됐다’라고 말해요. 윈스터는 자신이 2년 안에 증발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빅브라더에 대한 의심을 접지 못합니다.

 

 

그는 외부 당원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하위 공무원쯤 되겠네요) 기록을 조작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과거 신문 기사 내용을 현시점에서 당의 노선과 맞아 떨어지게끔 수정하죠. 수치를 조작하는 간단한 작업을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산 사람을 죽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복잡한 작업도 합니다.

 

심지어 초콜릿 배급량을 일주일에 20그램으로 올려 준 것에 대해 빅브라더에게 감사하는 시위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어제만 해도 초콜릿 배급량을 일주일에 20그램으로 <줄인다는> 발표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24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1984』 中

일을 하면서 윈스턴의 불신은 나날이 커져요. 크든 작든 기록된 사실엔 모두 빅브라더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역사책에 있는 글자조차도 조작된 것이죠. 전쟁 전 보다 우리의 생활 수준이 향상됐다는 빅브라더의 주장을 윈스턴은 믿지 못해요. 분명히 전쟁 전에는 지금보다 더 평화로웠던 것 같은데. 자신의 기억이 틀린 것인지.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쉽게 잊고 쉽게 믿는지 혼란스러워합니다.

 

*2분 증오: 빅브라더 사회에서 매일 진행되는 의식. 2분 동안 빅브라더에 반대하여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3.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바꿀 수 없다는 건 진실입니다. 하지만 윈스턴의 직업은 과거 사건에 대한 기록을 교정하는 것이죠. 여기서 논리적인 모순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빅브라더는 모순에 의문을 가지는 언행을 엄격히 금하고 있어요.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라고, 당이 민주주의가 아닌 걸 느끼더라도 민주주의의 수호자라 굳게 믿으라고 강요하죠. 이걸 작중 언어로 ‘이중사고’라고 부릅니다.

 

 

윈스턴을 제외한 다수의 시민은 거부감 없이 이중사고를 하고, 빅브라더의 메시지를 그저 받아들여요. 그렇게 아무런 의구심 없이 충성을 다하는 시민들 덕분에 빅브라더는 편하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고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당이 말하는 거짓말을 믿는다면 –모든 기록들이 똑같이 되어 있다면- 그렇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로 흘러들어가 진실이 되는 것이다.

 

『1984』 中

왜 사람들은 묻지 않는 걸까요? 왜 현재를 지배하는 빅브라더가 과거를 조작하고, 미래까지 지배하려 하는데도 가만히 있을까요. 아마 이유는 그 태도가 살기에 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체제를 의심하고, 빅브라더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일삼는 윈스턴은 매 순간 위험에 처합니다. 그가 불순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건 언젠간 반드시 발각되고 말 거에요. 경찰에 잡혀가 잔혹한 고문을 당한 뒤, 영원히 사라지겠죠. 하지만 생각 없이 빅브라더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안전할 겁니다.

 

혼자 있는, 즉 자유로운 인간은 항상 패배하지. 인간은 누든지 죽고, 죽는다는 것은 가장 큰 패배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게 되는 거네. 그러나 인간이 철저히 복종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 던지고 스스로 당에 녹아들어 당이 된다면 그때에는 전능한 불멸의 존재가 되는 거지.

 

『1984』 中

 

한때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믿는 것이 정신 착란의 징후였지만 오늘날에는 과거는 변경될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 정신 이상의 징후로 간주된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직 그 혼자일지도 몰랐다. 만약 그 혼자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는 정신병자가 된다.

 

『1984』 中

4. 소설 『1984』의 결말, 희망은 없다

여기까지가 소설 『1984』 1부의 내용입니다. 주인공 윈스턴은 슈퍼히어로처럼 세계를 구하지도, 혁명군처럼 정의를 위해 싸우지도 않아요. 다만 공포, 증오, 고통만이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랑, 우정이 그리고 사생활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할 뿐.

 

책을 읽어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소설 『1984』에는 전반적으로 절망적인 분위기가 흐릅니다. 그래도 어쩐지 실낱같은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는 윈스턴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방황하던 윈스턴이 자기와 같이 빅브라더를 증오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지하투쟁 단체인 형제단에 가입하는 2부까지만 해도 “그래도 뭔가 나아지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게 되죠.

 

 

하지만 『1984』의 세계는 끝내 절망적입니다. 3부에서 윈스턴은 결국 경찰에게 잡혀가요. 빅브라더가 금지하는 생각을 하고, 지하 투쟁단체에 가입하고, 섹스로 쾌락까지 느꼈으니 명분은 충분했죠. 그곳에서 윈스턴은 끔찍한 고문을 받습니다. 고문의 목적은 빅브라더를 의심하는 마지막 인간의 사상을 개조하는 것. 차라리 자기를 죽여달라고 울부짖던 윈스턴은 결국 굴복합니다. 빅브라더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마음까지는 지배할 수 없다고 믿던 사내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어요.

 

그는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저 시커먼 콧수염 아래에 숨겨져 있는 미소의 의미를 배우는 데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을 흘려 보냈다. 아, 잔인하고 부질없는 오해여! 아, 저 자애로운 품 안을 벗어나 고집스럽고 제멋대로 살아온 유랑이여! (중략) 하지만 잘 되었다. 모든 게 잘 되었다. 투쟁은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1984』 中

P.S.

소설은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마치 인류의 멸망을 본 것처럼 찝찝하고 착잡한 기분이었어요. 『1984』가 발표된 1948년에 사람들은 이 책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까요? 그리고 이내 잊었을까요? 100년 후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은 1984의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이렇듯 소설 『1984』는 체제를 고민하기엔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주는 책입니다. 빅브라더 사회에 살고 싶지 않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왜 그들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함성을 지를 수 없단 말인가? 그는 썼다. 그들이 의식을 가질 때가지는 결코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반란을 일으킬 때까지는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1984』中

 


illustrator 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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