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 내가 캠퍼스에서 제일 기대하던 건… 전공 수업도, 캠퍼스 커플도 아닌 동아리 활동이었다. 특히 밴드부엔 이상한 로망까지 있었다. 그 시절 밴드부는 청춘의 상징 같은 거였다.
다만 노래도 못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으며, 무대에 서는 걸 상상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쫄보이기 때문에. 차마 가입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뿐. 나중에 들어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새내기가 밴드부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딱히 특별한 음악적 재능이 없어도 밴드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였더라.
용기가 없어 동아리방 앞에서 기웃거리기만 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밴드부에 들어가면 생길 일 총정리!
다른 동아리에 비해 유독 밴드부 가입이 망설여지는 이유는…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로망스’치는 주제에 무대에 오르면 안 될 것 같은 거지. 심지어 오디션을 보는 곳도 있으니, 웬만한 자신감 아니면 주춤할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할 줄 아는 게 없어도, 대단한 실력자가 아니라도 가입’은’ 할 수 있다. 밴드부에 중고등학교 밴드부 출신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까놓고 보면 실력은 도긴개긴이다. 또 악기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들어와서 공연한 사례도 많다.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의지다.
Tip
– 요즘은 신입생이 안 들어와서 문 닫는 동아리가 대다수다. 즉 아주 대단한 밴드가 아닌 이상 오디션 없이 (혹은 형식적인 오디션만 보고) 가입할 수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 세션당 여러 명씩 뽑는 밴드의 경우 지원만 하면 붙는다고 보면 된다.
– 찾아보면 학교에 의외로 밴드부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꼭 중앙동아리가 아니더라도, 과 밴드, 단과대 밴드 등등.
– 대단한 음악적 성취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활동 자체에 의의를 두는 거라면, 매니저(*공연 준비나 홍보를 돕는 역할)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대학 생활에 낭만과 여유는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만 좇다간 4년 후에 울게 된다. (탑밴드나 슈퍼스타K에 참가할 생각이 아니라면, 학점도 학과 생활도 챙겨야 한다) 요즘은 신입생도 다들 그걸 알아서, 공연 동아리에 가입할 때는 “시간 많이 뺏기는지”를 제일 먼저 물어본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답은 ‘진리의 케바케’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정기 공연이 자주 있고, 퀄리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이라면, 밴드 이외에 다른 대학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쁠 수도 있다. 방학을 헌납하고 공연 준비를 하는 팀도 있다. 반면, 실력은 형편없으면서 만나서 술만 먹고 공연조차 거의 안 하는 팀도 있다. 확실한 건 제대로 하려면 그만큼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거다.
Tip
– 들어가기 전에, 정기 공연 횟수는 몇 회인지. 연습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체크하자.
– 한 세션당 여러 명씩 뽑는 밴드는 상대적으로 널널할 가능성이 높다.
신입생을 받고 나면, 정말 공연을 하고 싶어서 들어온 사람이 반. 사람이 좋아서 혹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들어온 사람이 반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보통 2~3달 이내에 밴드 활동에 흥미를 잃고 나갈 확률이 높다.
학기 초에야 행사도 많고, 워낙 신입생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4월만 돼도 당장 공연 준비를 해야 하므로, 무대에 서지 않는 사람은 모임에 와서 할 게 없어진다. 몇 번 와서 겉돌다가, 소리소문없이 탈퇴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동아리 가입은 대학생활 초기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밴드부에 들어갈 때는 이 점을 반드시 유의하자.
Tip
– 기왕 밴드부에 들어갔다면, 한 번쯤은 무대에 서보는 것을 추천한다. 경험자의 조언에 따르면 드럼이나 베이스는 초보자도 배우기 쉬운 편이라, 6개월 열심히 연습하면 어느 정도 연주가 가능하다고.
– 또 평소 소심한 성격의 사람이라도 막상 무대에 서면 날아다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괜히 미리 포기하지 말자.
“악기 없어도 괜찮아. 빌려 쓰면 돼” 밴드부 선배들이 신입생들 꼬실 때 자주 하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보통 동아리방에도 여분의 악기가 있고, 학원이나 연습실에서 빌려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길 것이다. 기왕이면 내 악기로 공연하고 싶고, 좋은 악기로 공연하고 싶고. 실제로 1년쯤 지나면 멤버 대부분이 자기 악기를 가지고 있다. 악기 가격은 종류에 따라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작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이상도 한다.
Tip
– 키보드나 드럼은 예외. 워낙 부피도 크고 가격도 비싸서 빌려 쓰는 사람이 다수.
– 악기 구매 말고도, 합주비, 대관비, 악기 유지비 등 돈 쓸 일이 많은 편이다. 생활비가 빠듯할 때는 충분히 부담스러운 활동이 될 수 있다.
공연은 팀플레이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모아놔도 단합이 안 되면 공연이 산으로 간다. 한 마디로 매우 피곤한 일이다.
일단 곡 선정부터 난관이다. 보컬은 이 노래를, 베이스는 저 노래를 하고 싶단다. 겨우 조율해서 선곡을 했다면? 그때부터 전쟁의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베이스가 연습을 안 해오네, 드럼 박자가 구리네. 기타 등등. 별의별 불만이 다 생긴다. 중간에 대판 싸우고 파토 나는 팀도 종종 있다.
Tip
– 뻔한 이야기지만 서로 죽일 듯이 싸웠던 것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된다. 사랑보다 무섭다는 미운 정! 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쨌거나 공연을 올렸다는 가정하에. 그러니 뭐라도 남기려면 중도 포기만은 하지 말자.
기사를 쓰기 위해 전, 현직(?) 밴드부원들을 10명 넘게 인터뷰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다시 대학에 간다면 밴드부에 들어갈 거예요?” 그리고 모두가 같은 답을 했다. “그렇다”고. “힘들었지만 후회는 없었다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밴드부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짜증 났었는지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이 질문에만은 예외 없이 그렇게 답했다. 그 의미를 해석하는 건 당신의 몫이다.
intern 다예
illustrator 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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