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공부하랴 일하랴 술먹으랴(?) 바쁜 나머지 운동시간이 부족하다. 방학때도 안 하던 운동을 개강하고 나서 하려니 얼마나 귀찮아!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트레이닝’은 고작 20분 운동으로 6시간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인기다.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직접 그 효과를 체험하고자 에디터는 해머를 챙기고 종로 한복판에 있는 휘트니스 센터를 찾았다.
종로 르메이에르 건물에 있는 EMS PT센터 ‘스튜디오 A’는 마치 르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처럼 채광이 좋다. 도심 한복판이라 회사원들이 짬짬이 이용하기 좋은 위치다.
1회 체험을 예약한 에디터. 보통 1만원을 내면 10분 간 EMS를 체험할 수 있다. 1회 수강분의 딱 절반이다. 생생한 체험기를 위해 조금 더 비싼 20분 정규 풀코스를 신청했다. 대학내일의 취재정신, 팩트에 기반한 클라스 5G구요!
원래 EMS라는 건 우주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근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법이었다. 단기 효과가 뛰어나 노인, 환자들의 운동 혹은 재활치료법으로도 많이 쓰이던 방법이라고.
보통 근육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을 100이라고 하면 그 중 75 이상을 써야 근육이 발달되어 근력 및 지구력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이를 EMS 기구의 도움을 받아 훈련하면 필요한 시간이나 공력이 확실히 줄어든다. ’20분 운동으로 6시간 효율’이라는 소문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프로그램은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어드밴스 모드 – 대근육과 소근육을 동시에 자극해 짧은 시간에 근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는 트레이닝
셀룰라이트 모드 – 근육을 마사지하듯 자극해 셀룰라이트 분해와 체지방 연소 위주로 운동하는 트레이닝
바디 릴렉스 모드 – 지치고 피곤한 근육을 전기 자극으로 마사지해 근 수축을 풀어 피로를 풀어주는 트레이닝
오늘 에디터가 체험하기로 한 코스는 어드밴스 모드 15분 + 셀룰라이트 모드 5분. 어째 내 몸만 보면 둘이 바뀌어야 할 것 같지만, 기본형 모드가 어드밴스라 하니 일단 수긍하기로 했다.
일단 갈아입을 옷을 받는다. 검정색 타이즈다. 일반 휘트니스센터처럼 운동복을 따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게 메리트다. “속옷까지 전부 벗고 입으세요” 응? 타이즈인데요? 어쩔 수 없이 에디터는 샤워실 앞의 라커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그렇게까지 심한 타이즈는 아니고 세미 배기핏에 허벅지와 힙만 스키니한 2016년 칸예 스타일이다. 그래서 특정 부위가 도드라지진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 나만 안 도드라지고 그런 건 아니다.
전기 수트를 착용하기 전에 타이즈만 입은 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몸을 푸는 과정이다. 강사님이 동작을 하나하나 가이드해 줄 때 그저 열심히 따라하면 된다. 옷을 입고 있지만 벌거벗은 이 기분은 뭘까.
한창 몸을 풀고 있으면 트레이너님이 배트맨 수트 같은 운동 패드를 준비한다. 거기에 물을 쭉쭉 뿌리는데, 아마 몸에 전기를 고루 통하게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이근안…아… 아닙니다.
수트는 허리(1), 양 허벅지(2)와 양 팔(2), 그리고 조끼(1)를 감싸는 총 6개 피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이라 트레이너분이 직접 입혀주셨는데 사진 촬영을 배려해 주셨는지 조임 끈을 영혼까지 조여 주셨다. 당장이라도 숨을 쉬다 피를 토할 것 같았지만 비주얼을 위해 참았다. 와 이 정도면 전기가 뼛속까지 통할 듯…
“스쿼트 동작 아시죠?” “아, 네. 들어는 봤습니다”
평소에 운동이랑은 담 쌓고 사는 에디터지만, 스쿼트만큼은 ‘힙업’ 얘기에 혹해서 3분 정도 훈련했던 적이 있다. 구준엽 보고 따라하던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숨을 들이쉬고 앉았다가, 내쉬며 일어서기를 두어 번 반복했다. “좋아요. 이제 시작할게요?”
트레이너분이 EDM DJ 장비처럼 생긴 기계 레버를 돌리자 허벅지와 둔부에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 자극이 들어오는 순간 너무 놀라서 오금이 저렸다. 물리치료를 받을 때 오는 그 묘한 진동과 비슷하다.
물 묻은 사지와 몸통 전체에 흐르는 전류 자극은 처음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않은가! 이 정도의 전류라면 20분을 운동해 봤자 인중에 개미 오줌만한 이슬도 안 맺힐 것 같았다. 나는 보란듯이 스쿼트를 더 강하게 하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트레이너분이 “오! 잘 하시는데요?”라고 하며 갑자기 기계 레버에 손을 올렸다.
순간 온 몸이 굳은 듯 파르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라이츄의 백만볼트를 등허리 쪽에 처맞은 기분이다. 강렬한 전류가 전신을 강타했고, 오금이 저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때 잠깐동안 주저앉을 뻔 했는데 정말 정신력으로 버텼다.
한 싸이클은 8초. 그 중 전기자극을 주는 시간은 4초다. 나머지 4초는 휴식. 이걸 음성으로 표현하자면 “으아아아아헛둘허엇두울” 하다가 “휴우 헉 헉” 하고 다시 “으아아아헛둘허엇둘울” “헉 헉”의 반복이라 보면 된다.
사실 감전이라기보단 마비라고 할까. 온 근육이 묵직해진다. 스쿼트 자세로 한 번 앉았다 일어서는 데 식은땀이 나고, 숨이 가쁘다. 나는 분명 맨 몸인데 온몸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기분이다. 이거 끝나면 정말 날아다니겠는데?
“이걸 잡고 움직여 볼까요?”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는데, 트레이너분이 뭔가를 건넸다. 탱탱볼이다. 말랑말랑한 감촉이 만득이 같은데 약간 강남 8학군 문방구에서 팔 것 처럼 고급진 탱탱볼이다. 이걸 쥐고 다음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
별 것 아닐 것 같지만 저 탱탱볼 덕에 주먹에 힘이 더 잘 들어간다. 왜, 조폭 영화에서 팔 다리 자를 때 입에 막대기 물리고 사극에서 산모에게 끈 잡게 하잖아. 비슷한 원리다. 내 이성의 끈을 탱탱볼에 묶어 놓은 셈이다. “팔을 앞으로 말고! 위로! 쭉 뻗으셔야죠?” 아니, 저도 아는데요 이 탱탱볼이 너무 무거운데요?
아무것도 들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기분이다. 사실 이게 EMS의 주요한 장점이다. 몸에 무게를 싣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인 무리가 가지 않아 안전하다고. 그저 탱탱볼만 잡고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땀이 비오듯 온다. 시작 5분밖에 안 지났는데? 탱탱볼은 볼링공처럼 무겁고 양 손에 든 1.5kg짜리 아령은 여의봉인 줄 알았다.
특히 복부를 가격하던 자극을 잊을 수 없다. 수트에서 수 백 개의 가시가 돋아나 복부를 찌르는 느낌이다. 때문에 허리를 굽히면 굽힐수록 통증이 강해진다. 윗몸일으키기도 아니고 서서 허리를 굽히는 것 뿐인데 운동이라니까 웃기지? 실제로 해 보면 고작 30도 굽히기도 힘들다.
4초의 휴지기가 끝나고 다시 전류가 흐르기 시작되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때문에 미리 들숨을 쉬어 두지 않으면 헐떡거리게 된다. 심지어 들이마신 숨조차 쉭 하고 나가버리니 입을 꼭 닫고 있어야 한다.
오바 조금 보태면 피카츄를 안고 있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실제로 평소 사용하지 않는 작은 근육에까지 전류자극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곳이 자극을 받게 되면 당연히 전신 통증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고. 근력을 75프로 이상 끌어올려준다는 게 이런 얘기였나.
종로 르 메이에르 2층에 가면 매콤하고 달달한 전통의 낙지집 ‘서림낙지’가 있다. 아주 매콤하고 달달한데, 30분 전에 이걸 먹었더니 낙지가 식도를 타고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기분이다. 복근 운동인데 내장까지 쓰리다. 내 평생 이렇게 고통스런 복근 운동은 처음이다.
너무 아픈 나머지 배로 주리를 트는 것 같아서 “배가 너무 아파요”라고 하자 “아파요?”라면서 레버를 돌리시는데 아니 근데 오른쪽으로 돌리시는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몸을 최대한 벌렸다가 팔꿈치와 반대 쪽 무릎을 부딪히는, 에어로빅에서 자주 보는 그 동작을 하기로 했다. 오늘 별여별 운동을 다 하네? 싶지만, EMS는 부위 별 강화 운동을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 전신 운동이다. 매일매일 전신 근육량을 고르게 훈련할 수 있다는 게 장점. 다행히 마무리 동작은 간단해 보였다. 그 때 까지는.
그러나 동작 난이도가 쉬우니까 전기가 더 아픈 이유는 뭘까. 역시나 내 복부가 문제였다. 한민족 한몸의 염원을 담아 내 팔꿈치와 반대쪽 무릎을 끌어 왔건만, 이들을 만나게 하려면 내 복근의 수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왜 없는 복근이 자꾸 느껴지는 걸까. 전기 자극으로 유연성을 잃은 내 복근은 지구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팔꿈치와 무릎 상봉의 감동을 누리지 못하고, 대신 부장님이 파이팅 하는 자세만 주구장창 하며 운동을 마쳤다.
운동이 끝나고 나니 눈 앞이 노래졌다. 뻘뻘 흘리는 땀을 씻으러 샤워장에 들어갔는데, 옷을 벗는데만 5분이 걸렸다. 이미 벌써부터 근육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거다. 샴푸를 짜는 것도 힘들고, 옷 입는 건 더 힘들어서 양말을 신는데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오늘은 괜찮을 수 있는데, 이틀 뒤부터 좀 힘드실수도 있어요” 인사를 하며 센터를 나갈 때 쯤 트레이너분이 살짝 귀띔을 해 주셨다. 그래도 의외로 아프진 않은데?
…그리고 진짜 문제는 정확히 이틀 뒤 일어났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의 모든 근육이 독립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대퇴부 근육이 너무 아파 앉을 때마다 신음을 내야 했으며, 자칫 물건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고개를 숙일 때 복부의 통증이 전신을 울렸다. “이런 미친 시X” 소리가 계속 나온다. 아, 그래서 E.M.S인가?
나만 이런건가 해서 조사를 좀 해봤는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전기로 전신 근육에 강한 자극을 주다 보니, 가장 큰 근육인 대둔근이 있는 엉덩이가 가장 아플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하체 운동을 안 하면 더 아플 수 있다는 팩트폭행까지 당했다.
하지만 고작 20분 운동으로 이런 후유증을 얻는다는 건, 시간 대비 운동 효율이 굉장히 좋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운동은 필요하지만 운동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EMS를 추천한다. 다만 가격이 일반 PT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라 10회 기준 40만 원 대부터 70만 원 대까지 다양하다. 그러니 잘 알아보고 본인 조건에 맞는 센터를 찾아 보자.
PHOTOGRAPH 오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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