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수업에서 의류학과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전공을 알기 전에는 그 친구가 어떤 옷을 입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우연히 의류학과인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나도 모르게 뭘 입었는지 스캔(?)하곤 했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네가 의류학과라서 막 패션왕처럼 입고 다닐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고 말했더니, 그런 기대 지긋지긋하다며 넌더리를 냈다.
패션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과. 의류학과의 이상과 현실을 가상 게임 <패션왕 메이커>를 통해 체험해봤다.
의류학도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패션왕 메이커>의 목표는 갓 입학한 새내기 의류학도를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이다. 다른 시리즈와 다르게 <패션왕 메이커>는 입학 전에도 퀘스트가 있다. 새내기 배움터(혹은 OT)에 입고 갈 옷을 준비해야 한다.
의류학과는 전국 각지에서 옷 좀 좋아한다 하는 애들이 모이는 곳. 거기서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을 못 이긴 캐릭터가 끝도 없이 옷을 사려고 하는데, 이때 잘못하면 모아둔 돈을 모두 날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입을 옷이 없어요” 이벤트 말고도, 전반적으로 옷과 관련된 이벤트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니 미리 알아두자.
공략 Tip
입학할 때 실기시험(a.k.a. 입시 미술)을 필수로 봐야 하는 미대와 달리, 의류학과는 실기 시험이 따로 없다. (심지어 의류학과가 과학대에 소속되어 있는 대학도 있다) 또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사람만 오는 게 아니라, 패션 에디터, MD 등 다양한 진로를 가진 학생들이 모인다.
여기서 문제는 막상 플레이하다 보면 미대생 뺨치게 실기 수업이 많다는 것이다. 드로잉도 하고, 옷도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의 능력치로는 스테이지를 통과하기 어렵다. 능력이 낮을수록 과제를 수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에 비례하여 스트레스도 대폭 상승한다. 일정 기간 안에 스테이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진 캐릭터가 전과 선언(“내 적성이 아닌 것 같아요”)을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공략 Tip
동대문 원단 상가는 의류학과 학생이라면 반드시 정복해야 할 곳 중 하나다. 교수님이 “시장조사 겸 동대문 원단 상가에 다녀오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퀘스트가 시작된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좁은 상가 안에서, 교수님이 말한 원단을 찾아 구입해야 한다. 상가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A,B.C.D 동으로 나뉘어 있음) 처음 가면 길 찾다가 제한 시간이 끝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가까스로 원하는 원단을 파는 가게를 찾았다면 거기서부터가 본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스테이지 3의 보스몹은 ‘원단상인’이다. 원단 상인들은 까칠하고 불친절하다. 게다가 본래 도매상을 위한 시장이기 때문에, 돈 안 되는 손님(=시장조사랍시고 1000원어치 원단 찔끔찔끔 사가는 의류학도)을 귀찮아 한다. 캐릭터의 능력치가 넉살 500이상, 연기력 400이상, 멘탈 1000이상이 되지 않으면 원단을 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공략 Tip
<패션왕 메이커> 수업 대부분은 상대평가다. 즉 높은 학점을 받으려면 같이 수업을 듣는 누군가 보다 잘해야 한다. 하지만 과 특성상 학생들의 학구열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점수 따기가 쉽지 않다.
또 복수전공생의 습격을 받아 생각지도 못하게 낙제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실기 수업에 단련된 미대 출신이 등장하면 긴장 요망! 밥 먹고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라서, 일러스트수업에서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한다.
공략 tip
<패션왕 메이커>에서는 유독 옷을 평가하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너 어디 가서 의류학과라고 하지마”라고 말하는 교수님이나, “의류학관데 옷을 못 입는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까지. 플레이 초반에 이런 공격을 받으면 프라이드에 큰 데미지를 입고 스트레스도 200 이상 증가하니 주의하자. 2학년부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기술을 사용해 방어할 수 있다.
한편, 각종 ‘부탁 이벤트’도 빈번히 발생한다. 효도 이벤트(“아빠 바짓단 좀 줄여줘”)에서 절교 이벤트(“졸업 연주회 때 입을 드레스 좀 만들어줘”)까지. 이벤트에 따라 캐릭터가 크고 작은 데미지를 입는다.
공략 Tip
의류학과는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일단 높은 난이도의 과제 이벤트가 매주 발생한다. 또 재단선에서 0.1mm만 빗나가도 작업을 다시 해야 할 정도의 완벽함이 요구된다. 때문에 과제 하나를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밤을 샐 수밖에 없다.
밤샘 작업 후에는 캐릭터의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스트레스 +1000, 체력 -770) 체력이 -800이하일 때 재봉질을 하면, 졸음을 이기지 못한 캐릭터가 잠들어버려서 부상을 입기도 하니 주의하자.
공략 Tip
앞선 6개의 스테이지를 무사히 통과하면 드디어 엔딩이다. 이전 버전까지는 지옥의 졸업 패션쇼까지 마쳐야 엔딩을 볼 수 있었으나, 너무 힘들고 의미도 없다는 의견이 많아, 2014 버전부터는 졸업 패션쇼 스테이지가 생략됐다.
<패션왕 메이커>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엔딩을 볼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 엔딩에서는, 힘들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는 편지를, 대기업 VMD 엔딩에서는 야근 중이라 긴 편지는 못 쓴다는 카톡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모든 <대학생 메이커> 시리즈가 그렇듯 취업 준비생 엔딩도 있다. (눈물)
수험생 시절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내게 친척 오빠가 해 준 조언이 있다. “화려해 보이는 전공일수록 실제로는 고생길일 가능성이 높다” <패션왕 메이커>를 하면서 그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전공 공부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느끼는 게 정말 다르다. 그래도 4년 동안 좋아하는 것(=옷)에 대해 배우고 뭔가를 만들었다(=과제)는 뿌듯함은 있었다. 그에 비해 힘듦이 과하게 컸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intern 다예
illustrator 백나영
대외활동부터 문화생활까지. 꿀팁 저장소
3월의 문화 리뷰
이렇게나 좋은 혜택들이 많기 때문에
시작은 언제나 서툰 법이다.
'완벽한 시작'이라는 덫에 걸린 대학생에게
대학내일 표지모델이 3년만에 돌아왔다.
대학내일 온라인 매거진 대학생 에세이 모집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