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섹스와 피임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행동으로까지 옮긴 20대 둘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안 미디어 ALT의 김태용, 이브콘돔을 만든 인스팅터스의 박진아 대표.

아마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20대의 성에 가장 관심이 많은 대학생일 것이다.


 

 

에디터(이하 에) : 즐겁고 건강하게 섹스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태용(이하 김) : 저도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박진아(이하 박) : 섹슈얼리티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잖아요. 맞다 틀리다 말하기 쉽지 않죠. 그럼에도 섹스하기 전에 꼭 필요한 요소가 세 가지 있다고 생각해요. 명시적인 상호 동의, 피임, 상호 존중.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문제가 있는 성행위일 수 있다고 봐요.

 

: 유럽이나 미국에선 콘돔을 안 끼는 걸 매너 없는 섹스로 보잖아요. 피임과 상호 존중을 깨는 행위인 거죠. 콘돔이 피임 도구뿐 아니라 위생을 지키고 성병을 예방하는 역할까지 하니까요.

 

: 콘돔의 피임 성공률이 80%대인 건 정확한 착용법을 지키지 않아서거든요. 사용만 잘하면 98%에 육박하는 피임 성공률을 자랑하죠. 위생적이기도 하니 콘돔만한 피임법이 없지 않을까요? 아, 물론 제가 콘돔 회사 대표라….

 

: 같은 맥락으로 <즐섹하자> 콘돔 편을 위해 여러 명을 인터뷰했어요. 콘돔을 안 쓰는 분들의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그중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 그들도 피임은 하는 거죠?

 

: 질외사정… 이죠. 그들은 그게 피임법이라 생각해요.

 

: 라텍스 알레르기는 드문 경우가 아닌데 본인들은 잘 몰라요. 콘돔을 써서 아프다고만 생각하게 되니까요. 폴리우레탄 콘돔이라는 대체재가 있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질외사정이 피임법이 아닌 건 맞지만, 무조건 비난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호 동의하에 한다면 임신 위험성을 알고 함께 짊어지겠다는 건데 무슨 상관이냐 이거죠.

 

: 저도 콘텐츠를 만들면서 “콘돔 무조건 껴! 이게 옳은 거야!”라고 말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물론 콘돔 사용이 옳은 건 맞죠. 그런데 정확히 알고 서로가 동의했다면 뭘 어떻게 하든 다른 사람이 삿대질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물론 10대에게까지 적용된다면 조금 위험할 수 있겠죠. 이걸 읽고 “거봐 안 껴도 된다잖아!” 이렇게 생각할까 걱정되네요.

 

: 콘돔 사용이 필수라는 것 정도는 다 알지 않을까요?

 

: 제가 고등학교 때 봤던 교과서에도 콘돔 사용법이 실려 있긴 해요. 안 가르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죠.

 

: 아, 진짜요? 왜 난 몰랐지?

 

김 : 아마 시험 범위로 지정이 안 됐나 보죠. 통계를 보면 20대의 절반이 올바른 콘돔 사용법에 대해 모르는 걸로 나와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섹스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는 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배워온 섹스는 임신을 위한 행위였잖아요. 질 내에 사정을 하면 아기가 생기고, 피임을 하면 아기가 안 생기고. 서로 즐기기 위해 배려하는 섹스의 방법에 대해선 가르쳐주지 않아요. 콘돔을 쓰는 게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것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 죠. 파트너에게 “넌 날 위해 이것(질외사정)도 못 해주냐”고 말할 정도로 모르는 거죠.

 

에, : 아!! 설마!

 

: 실제 사례예요. 콘돔을 사용하는 게 서운하다는 거죠.

 

: 누군가에겐 콘돔을 쓰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성교육에서 그 상식의 틀을 잘 짜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는 초, 중, 고등학교에 걸쳐 똑같은 역사에 대해 깊이와 스탠스를 다르게 해서 배우죠. 성교육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봐요.

 

: 그렇다면 “넌 날 위해 이것도 못 해주냐”라고 말하는 그에게도 찬찬히 가르쳐 주면 되지 않을까요?

 

: 이런 걸 보면 교육도 중요하지만, 또래 집단의 분위기도 중요한 것 같아요. 미드나 영드에서 등장인물이 콘돔을 안 썼다고 말하면 상대 배우가 경멸하는 표정으로 보거든요. “너 콘돔 안 써? 참으로 미개하다, 이 자식아.” 이런 식이죠. 콘 돔을 안 쓰는 행위를 멋없는 것으로 인식하면, 다들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쓰지 않을까요? 누구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니까요. 우리나라도 그런 분위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선 콘돔을 안 쓰면 친구들에게 이렇게 다굴을 당한다. 출처: 미드 glee 캡쳐

 

: 하지만 현실은… 누구와 처음 섹스했는지에 따라 피임에 대한 인식이 결정되죠.

 

: 제가 그랬어요. 21살에 콘돔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죠. 다행히 처음 섹스한 사람이 콘돔은 항상 써야 하는 거라고 말해줬어요. 덕분에 피임이 가능했죠.

 

: 아찔하네요.

 

: 인생 한순간입니다, 여러분! 문제는 그 후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안 껴도 괜찮다”, “네가 아직 어려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거다”, “누구나 다 질외사정한다”고 하더군요.

 

: 20대 초반의 여자에게 일어나는 전형적인 상황이 아닐까요? 그땐 남자가 연상인 경우가 많으니까 여자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실제로 따져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데 말이죠.

 

: 제가 참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법을 몰랐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화가 나죠. 콘돔을 써도 생리가 늦어지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거든요. 성관계를 하는 모든 여자들은 다 이런 경험이 있죠. 그런데 안 끼는 게 당연해지면….

 

: 그때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초조함과 불안감의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 내가 원치 않은 시점에서의 임신은 상대방이 나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비극이에요. 그래서 더 초조한거죠. 물론 공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내가 겪을 수 없기에 공감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여자가 아닌데도 페미니즘을 지지하거나 성소수자가 아닌데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해서 싸울 수 있잖아요. 상대가 나와 동등한 인간이라는 걸 인지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상호존중인 거죠.

 

그가 겪었던 시행착오들… 출처: ALT 캡쳐

 

: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즐겁고 건강한 섹스를 하고픈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만취 상태로 하지 마세요. 적어도 첫 섹스만큼은. 술 취한 상태에서의 섹스는 피임을 건너뛸 위험이 크고, 기억도 잘 안 나요. 기억나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경우는 별로 없고요.

 

: 싫으면 싫다고 말해야 하고, 그게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남자든 여자든. 이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아니란 생각이 들면 아니라고 말해야 해요.

 

: 한마디 더 하자면, 첫 섹스는 콘돔을 끼고 하는 게 중요해요. 질외사정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처음부터 안 꼈던 애들이 많더라고요.

 

: 첫 섹스 습관이 여든까지 가는 거군요. 역시 처음엔 콘돔이겠죠?

 

: 피임을 한다면 콘돔이 가장 쉽고 저렴하고 부작용도 덜하니까요. 무엇보다 위생적이고요.

 

: 아무쪼록 다들 시행착오를 최대한 안 겪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고 보니 누가 알려줬으면 안 겪을 수 있었던 거더라고요.

 

: 여기까지 읽어준 고마운 독자들께 마지막 한마디.

 

: 서로가 만족하는 즐섹하시고, 콘돔은 꼭 챙기세요. 두 개 챙기세요.

 

: 명시적인 상호 동의, 피임, 상호 존중. 세 가지가 있는 섹스하시길!


[809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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