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미친놈들의 전성시대다.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에든 책에서든 뭔가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판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여행에 미치고, 아이돌에 미치고, 아니면 고양이, 스타워즈, 힙합에…. 감탄만 나온다. 빵순이가 전국 빵집을 털다 보니 가이드북까지 썼다는 이야기는 이젠 흔한 일이다. 덕질이 이렇게 대우받는 시대가 또 있었나 싶다. 하지만 문제는 그 미친놈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게 생각보다 유쾌하지만은 않더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무언가에 미쳐보려 했던 때가 있었다. 바로 여행이다. 나름 잔뼈가 굵다고 생각했다. 제주도를 혼자서 여러 번 걷다 오기도 했고, 유럽도 뉴욕도 가봤으니까. 사진도 제법 찍었다. 그래서 여행에 한번 빠져보기로 했다. 그때 마침 여행 전문 SNS에서 번개를 연다는 소식을 주워들었다. 거기서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먹는다기에 나는 쭈뼛쭈뼛 가봤다.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는 좋았는데, 대화할수록 기분이 이상해졌다.

 

‘아이스 런’이라고 했다. 시베리아 빙판 4000km를 오토바이 타고 개척하는 거라고. 빙판? 4000? 상상조차 되지 않는 장면들이었지만 처음 보는 남자는 내 앞에서 그 단어들을 말하고 있었다. 자퇴하고 여행 사진 찍는 일로 먹고산다고 했다. 또 다른 여자는 주류 판촉 알바를 해서 돈을 모으는 족족 유럽으로 날아간다고 했다. 그래야만 사는 것 같다고. 나는 집에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살아지기에 참 기이했다. 대화를 주도하는 건 정말 여행에 미친 것 같은 사람들뿐이었다. 나를 비롯한 평범해 보이는 여행 애호가(?) 수준의 사람들은 그저 감탄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어느 것에 대해서도 리얼 덕후는 될 수 없었다. 좋아할라치면 딴생각이 들고 질리는 일투성이다. 아무래도 한 가지에 미친놈이 되는 유전자는 따로 있는 듯했다. 덕후들은 좋겠다. 나는 여행 덕후, 아니 그냥 뭇 분야 중 하나의 마니아로서 행복해지는 삶을 포기해야 하나 싶어 조금 우울해졌다.

 

나중에 이런 우울이 제법 괜찮은 돌파구를 찾은 건 우연히 접한 강연에서였다. 젊은 남자가 우스꽝스러운 궁궐 내시 복장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고궁 문화재에 푹 빠져, 내시 복장을 입고 문화해설사 일을 하며 매일 경복궁을 쏘다닌다고 한다. 그래, 이쯤 되면 미친놈 인정. 처음엔 흔한 덕후 스토리로 보였는데, 그가 뱉은 멘트 한 줄이 평범한 나를 위로했다.

 

“여러분, 딱 보니 제가 정말 뭐에 미친놈 같죠? 그런데 사람은 원래 3일만 미쳐요.” 그는 사람이라면 다 작심삼일로 산다고,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권태가 찾아와도 그때 꾹 참고 한 번 더 파보고, 거기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으려고 애쓰다 보면 덕질의 행복이 배가된다고. 자기는 그 맛에 산다고 했다. 납득이 갔다. 그들이라고 지겨운 순간이 없었을까? 그날의 여행담들 속에 권태와 후회, 허세 하나 섞이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을까?

 

덕후의 시대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들도 평범한 사람과 크게 다름 없는 비슷한 인간들이라는 것. 그리고 나 역시 언제든 무언가에 푹 빠져 행복을 누릴 잠재된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디어가 남들의 대단한 업적들만을 쏟아내어도 그 안에서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무언가를 좋아하는 행위가 주는 진짜 행복은, 항간의 전설적인 덕질들과 내 소소한 취미 사이 즈음에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좋아해보려고 욕심내는, 그 작고도 위대한 탐욕의 순간 속에 말이다.


[809호 – 20’s voice]

Writer 공태웅 dnlriver@icloud.com

어벤져스보단 엑스맨, 스타트렉보단 스타워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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