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저씨나 클라우디아 시퍼의 전설적인 다이어트 영상을 따라 하다 도가니가 녹을뻔 한 적 있나? 시험 기간마다 훅훅 떨어지는 체력에 “저주 받은 몸뚱어리! 이번 생은 글렀어” 절규한 적은?

 

지금이야 온몸에서 건강미가 뿜어져 나오지만, 곽슬기 강사 또한 불과 삼 년 전만 해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루한 중생이었다. 한국어가 제1의 특기인 문과생이자, 이렇다 할 보호막도 없이 사회에 내던져진 백만 취준생 중 한 사람. 스스로를 그렇게 소개한 곽슬기 강사는 “즐거워서 할 수 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대체 얼마나 즐거웠기에 스피닝과 크로스핏으로 지방을 불태우다, 급기야 필라테스 강사로 거듭나게 되었을까? 보통 사람 곽슬기 강사의 스펙터클한 일상을 따라가보았다.


필라테스 강사 곽슬기

 

 

EDITOR : 저에게 필라테스는 먼 산과 닮았어요. 유독 멀게 느껴지는 가격이….

 

곽슬기 : 마음의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생각보다 가까운 운동이에요. 요즘은 그룹 강의도 많이 생겼고, 개인 강의도 PT랑 크게 가격 차이가 나지는 않아요. 2년 전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차마 범접하기 어려웠지만요. 지도자 과정이기는 했지만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교육 받았는데도 한 학기 등록금 정도였으니까요.

 

E : 벌써부터 커다란 벽과 만난 기분인데요.

 

: 핼쑥해지셨네요.(웃음) 대신 운 좋게 손익분기점도 빨리 넘겼어요. 지금 1년 차 강사인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근무하는 센터에서 매출 1위를 했으니까요.

 

E : 은근한 자랑인가요? 혹시 알고 보니 ‘영업 천재였다’ 거나?

 

: 설마요. 굳이 비결을 꼽자면 평범함이죠. 학교 다닐 때 체력장 5급은 당연한 거였고, 양약, 한약, 카복시….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고. 그냥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만으로도 회원들에겐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E : 지금의 몸은 보기만 해도 굉장히 탄탄한데, 상상이 안 가네요.

 

: 답정너 같지만,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만이 요요를 막더라고요. 무탄수화물, 무염 다이어트 따위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운동선수들조차 몸 해친다고, 대회 직전이 아니면 꺼려요.

대신 매일 먹고 싶은 것은 참지 않고 조금씩 먹죠.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건강한 쪽을 고르면 돼요. 튀김을 먹을 바에야 구이를 먹고, 마요네즈를 먹느니 발사믹 식초를 먹는 식이죠. 아, 탄산음료는 아무리 원해도 안 되지만요.

 

01 다들 짐볼에 앉아서 쉬지 않나요?

 

E : 평범하다는 게 강사 입장에서 마냥 장점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 오랜 기간 노력해온 예체능 전공자들과 물리적인 시간까지 좁힐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요즘이야 비욘세나 킴 카다시안처럼 탄탄하고 건강한 몸의 아름다움이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우리 사회는 오래도록 마른 몸을 동경해왔잖아요.

요가나 필라테스에도 ‘모태 여리여리한 미녀’가 하는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고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필라테스 강사들은 대부분 건장하고, 다양한 체형과 외모를 가졌거든요. 열등감에 빠지기보다 저만의 방식을 찾기로 한 거죠.

 

E : 어떤 방식인지 힌트 좀.

 

: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게 아니듯, 운동도 마찬가지니까요. 운동으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법을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제 경우는 대학생 때부터 했던 과외 아르바이트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02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생각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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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 이 시점에서 적합한 질문인가는 의문이지만, 필라테스는 대체 어떤 운동인가요?

 

: 요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어려운 스트레칭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필라테스는 인체공학적인 운동이에요. ‘재활’에 목적을 두고 있죠. 흔히 보셨을 반원 모양의 보수나, 리포머, 캐딜락 같은 기구들이 운동할 때 몸 속 작은 근육까지 전부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 : 공부해야할 내용이 상당히 많겠네요.

 

: 인체를 알아야 하니 해부학 책까지 보고 있어요. 수업 내용을 알차게 구성하려면, 회원 별 커리큘럼을 구성하기도 해야 하고요.

지금은 공부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전일제로 근무하다 보니, 주말에도 열공 모드입니다. 내실이 튼튼하지 않으면 쉽게 들통나는 직업이라, 고3의 심정으로 달리고 있어요.

 

E : 듣기만 해도 숨 가쁘네요.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신 지 얼마나 된 건가요?

 

: 필라테스 강사는 1년, 그전에 스피닝 강사 경력까지 합치면 총 3년이네요.

 

E : 자전거 타면서 춤추는 운동 아닌가요? 갭이 상당한데요.

 

: (웃음) 맞아요. 소리 지르고, 하체는 쉼 없이 달리고, 상체는 사방으로 찔러줘야 하죠. 쇼맨십이 있어야 하는 격렬한 운동이에요. 40분만 하면 400kcal가 소모될 정도니 말 다했죠. 말 그대로 지방을 활활 태우지만, 고강도 운동이라 생명력이 길지 않아요. 체력소모가 심해 30대 중반이 최전성기죠. 축구선수처럼요.

 

E : 시작점은 스피닝 강사였네요.

 

: 아뇨. 진정한 시작은 파워 퇴사였죠. 졸업 직후 전공을 살려 대기업 홍보팀에 사보 기자로 입사했었거든요.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방랑벽이 있어서 사람 만나는 일이 적성에 딱 맞았는데, 문제는 내 삶에 내가 없다는 거였어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새벽 1, 2시에 울면서 퇴근하다가, ‘이렇게는 못 해 먹겠다’ 폭발했죠.

 

03 계속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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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 주위에서 뜯어말릴 법한데… “먹고사는 일이 원래 그래”라는 FM이 들리는 듯해요.

: “누구나 그래. 너만 힘든 거 아냐~” 그대로 들었어요.(웃음) 이겨내지 못한 나 자신이 루저처럼 느껴지고, 포기할 용기도 필요했죠.

우선 다달이 들어오던 게 없어지는 거니까. 글 쓰는 일치고는 드물게도 꽤 많이 받았거든요. 연봉만 3천만 원 정도? 하지만 덜 받고 덜 써도 행복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E : 그렇게 운동러의 길로 들어선 건가요?

 

: 아직입니다.(웃음) 퇴사하고 나서는 프리랜서 기자를 했어요. 그냥은 수입이 불안하니까 대학 때 하던 과외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죠. 재미있고 여유로웠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잖아요? 문제는 그놈의 열정페이였어요.

거의 6개월간 고료를 받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까. 이렇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도 있다는 걸 실감했죠.

 

E : 세상의 어둠까지 맛봤으니, 이제 슬슬 운동 이야기가 나올 타이밍인데요.

 

: 맞아요. 그런 생활을 하는 동안 몸이 썩을 대로 썩었어요.(웃음) 밤새며 폭주해서 야식을 먹으니 체중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지. 면역력이 약해져 알러지성 피부염은 떨어지질 않지. 불안 증세가 생겨 세 시간 간격으로 깨기도 했죠. 충격이었어요.

 

E : 본래 건강만은 자신 있었나봐요.

 

: 네!(세상 억울함을 담아) 20대 초 유럽 배낭여행 가서는 ‘좀 쉬어라, 군대 행군도 쉬었다 간다’는 만류까지 들었던 타고난 체력이…. 살아야겠다는 위기감에 PT를 등록했죠.

 

E : PT는 정말 전 국민의 입문 운동이네요.

 

: 백수에게도 크게 부담 가지 않는 수업이어서요.(웃음) 주 1회여서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할 수도 없지만, 끝나니까 너무 허전한거예요. 금단증상처럼 새로운 운동을 찾았죠.

그런데 마침 집 근처 짐(Gym)에서 크로스핏과 스피닝 등록행사를 하네? 그때부터 였어요. 태릉인 같은 생활을 하게 된 게. 아침에 출근 도장을 찍고 집에 가서 낮잠 자고, 저녁에 또 가는 그런 일상.(웃음)

 

E : 슬슬 운동 중독자의 기미가 보이는데요.

 

: 거의 살다시피 하니 강사들하고도 친해져서, 스피닝 강사의 페이가 좋다는 걸 알게 됐죠. 40분 수업에 4만원이라니. 스피닝 붐이 시작된 3년 전만 해도 과외보다 시급이 좋더라고요. 슬슬 저축이 불안하던 무렵이라 ‘운동하면서 돈도 좀 벌어볼까?’ 했던 거죠.

 

04 출근 후 보디체크는 필수 #업로드전보정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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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 스피닝까지는 그저 취미로 할 수도 있었을 법한데, 필라테스 강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는 어땠나요?

 

: 강사로서도 개인으로서도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고민하다 필라테스를 선택했어요. 그러면서 마음가짐도 좀 더 단단해졌죠. 저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오시거든요.

척추측만이 심해 다리까지 저린 분, 고관절이 아파서 잠 못 드는 분. 즐겁게 일하되, 이렇게 찾아오는 분들을 어떻게 가벼운 기분으로 대할 수 있겠어요.

 

E : 그런데 행복한 생활에는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잖아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윤택한 건 (손가락으로 부등호를 표시하며) ‘필라테스 > 기업 > 스피닝’ 순이에요. 이상하게 요즘 “필라테스 한물갔다던데 돈 많이 벌어요?” 이런 질문 참 많이 받거든요. 돈 중요하죠.

하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회원을 돈으로 보려면 하지 마세요. 돈만 보자면 로또 해야죠.

 

E : 꼭 돈으로 본다기보다 과감한 선택이 두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냉정하게 직업으로서 필라테스의 생명력은 어떤가요?

 

: 적어도 노후가 두렵지는 않아요. 관리만 잘한다면 50대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력과 언어만 된다면 설령 해외로 거주지를 옮겨도 일할 수 있겠죠. 무엇보다 생명력이 긴 운동이에요. 조셉 필라테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포로와 부상 당한 병사를 치료하려고 만든 운동이라는 건 아시나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어요!(웃음)

 

E : 와! 200세 시대에 너무 부러운 발언입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간만 보아도, 슬기씨의 종착지는 필라테스가 끝이 아닐 것 같아요.

 

: 안주할 수 없죠. 대학 때는 제가 운동을 일로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으니까요. 저도 막막했어요. 그런데 당장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에 뛰어들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더라고요.

인터뷰를 보시고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일단 집 근처 짐에 그룹 레슨이라도 등록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면, 나이 제한이 없으니 저처럼 취직했다가 다시 오는 것도 방법이죠.

 

E : 이 구역의 운동 전도사로 임명합니다!

 

: (웃음) 무슨 세계 정복 같은데, 저를 거쳐간 모든 분들이 평생 운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꼭 저에게 배우지 않더라도 건강은 중요하니까요. 200살까지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운동은 중간에 끊는 게 안 하느니만 못해요.

물론 어디까지나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고, 이 핑계로 시작도 안 하시는 건 안 됩니다.(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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