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세어보면 우리는 하루 동안 수많은 타인을 스친다. 승차하는 손님마다 아침 인사를 건네는 버스 기사 아저씨, 기기 변경을 설득하는 콜센터 직원, 반찬을 리필해주는 식당 종업원, 바코드를 찍으며 기계적인 인사를 건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각자 ‘역할’로 만난 우리는 서로를 크게 의식하지도 않고, 하물며 궁금해하진 더더욱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한번씩 그들이 못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저 사람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일 테지. 마음 편한 술자리에선 무슨 말을 꺼내놓을지, 잠 못 드는 밤엔 어떤 고민으로 뒤척이는지, 오래도록 후회하는 일은 없는지….
하루 종일 서서 부은 다리로 화장품을 파는 사촌 동생이나 멀리서 걸려온 주문 전화를 받는 엄마를 떠올리면, 그런 상상은 어렵지 않았다. 세상을 이루는 무수한 조각들. 그중 ‘바로 옆에 있는 퍼즐처럼’ 문득 서로가 다정해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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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의 소설 『피프티 피플』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작가는 수도권의 한 신도시를 배경으로 51명의 삶을 비춘다. 인물의 이름이 곧 각 장(章) 의 제목을 이루는데, 개별적인 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그들은 모두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족의 친구로, 친구의 가족으로, 혹은 스치는 인연으로.
때문에 새로 읽는 이야기에서 앞서 나온 인물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때마다 몰래 반가워진다. 수시로 일상을 위태롭게 만드는 사회적 폭력 앞에서도, 그것으론 삶이 훼손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인물들. 책을 덮을 때쯤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안녕을 바라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래전, 큰언니가 콜센터에 취직한 이후로 걸려오는 광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릴 수 없게 되었다던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었다. 그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아무것도 아닌 듯한 사연, 그러나 읽다 보면 얼굴도 모르는 이의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들을.
그랬던 나는 지금 그저 타인의 삶을 조심스레 상상하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지만, 그녀가 여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써놓았으니 다행한 일이다. 이 봄, 나는 이 이야기를 이리저리로 옮기는 사람이면 족하겠다.
[811호 – taste]
Photographer 김준용 drago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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