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짝사랑하는 선배가 새로 생긴 여자친구를 자랑한 날이었다. 아, 아니다. 대학교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랑 대판 싸운 날이었다. 어쩌면 첫 중간고사를 망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은 언제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때 즈음에는 늘 우울했으니까.

 

스무 살의 나는 학교에서는 웃고 하교하는 지하철에서는 울었다. 왜 그랬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감정에 특별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기에, 그냥 그랬다고 할 수밖에. 점점 더 커져가는 그 감정이 무서웠고 부끄러웠다. 모두가 가장 행복하다는 스무 살에 나만 우울한 것 같아서 억울했다. 그래서 해결하기로 했다.

 

해결책 1. 친구에게 말한다.

우리는 예쁜 술집에서 떡볶이 안주를 먹으며 술을 마셨다. 나는 친구들에게 조심히 말을 꺼냈다. “있지, 실은 내가 요즘 힘들어.” 그러나 나는 두 시간 동안 친구들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우울함은 가장 흔한 감정 중 하나다. 그래서 누구 하나 말을 꺼내면, 경쟁이라도 하듯이 모두가 자기의 힘듦을 꺼내 든다. 그 순간 나의 감정은 더없이 평범하게 되어버린다. 그 이후 나는 내 감정을 이야기하는 걸 숨겼다. 실패.

 

해결책 2. 취미를 가진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다. 내 감정과 생각을 글 속에 쏟아내니 확실히 후련했다. 똥을 싸듯이 쏟아 내고, 침을 뱉듯이 뱉어냈다. 그러자 내 글을 읽은 국문과 교수님은 말했다. “쯧쯧, 스무 살이 쓴 글에 보여야 할 발랄함이 없어. 제일 좋을 스무 살에 네가 뭐가 그리 힘들어?” 아, 스무 살은 명랑한 글만 써야 하는구나. 이십 대는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는구나. 이것도 실패.

 

해결책 3. 부모님에게 말한다.

역시 가까운 사람에게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엄마 내가 실은….”까지만 말했는데 이미 엄마의 눈이 걱정스럽다. 울보였던 나는, 어릴 때 엉엉 울면 칭얼거린다고 타박을 받았다. 이제는 내가 엉엉 울면 엄마도 같이 울 것 같아서, 소중한 이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을 삼켰다. 역시나 실패.

 

내가 시도한 모든 해결책이 나에게 말했다. ‘닥쳐,’

 

나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들숨, 날숨을 내쉬는 순간마다 아픈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냥 내 키가 멀대같이 크고, 25호를 써야 할 만큼 피부가 까만 것처럼 우울한 걸 내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언젠가 ‘너는 밝은 거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묘사를 듣는 듯 생경한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즐거울 때면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크게 웃었다. 이 순간이 짧게 지나갈 것을 알기에 열심히 웃었다. 그 웃음이 날 밝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지는 생각도 못 했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은 그렇게 허망한 것이리라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솔직히 말했다. ‘사실 행복하지 않다고, 갑자기 주어진 이 자유와 선택이 무섭고 버겁다고. 나는 우울하다고.’ 누군가의 위로와 동의는 필요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말했고, 마음속의 나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언젠가 터질 거같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우울함은 쪼그라든 풍선처럼 줄어들었다.

 

이제는 가끔 ‘내가 예전에 그랬었지’ 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 나는 스무 살의 그때보다 지금 훨씬 행복하다. (비록 내가 취미 칸에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통장 잔액 2,000원의 백수일지라도.) 그래서 스무 살의 내가 이걸 본다면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811호 – 20’s voice]

Writer 정우미 dghildnal@naver.com

낯선 곳에서 맥주를 마실 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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