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학교, 집-학교 아니면, 집-알바, 집-알바. 반복하다 보면 대체 여기가 어딘가 싶고, 나는 누군가 싶어진다.

 

존재가 말할 수 없이 가벼워질 때, 야자수가 우거진 열대섬에서 에메랄드빛 바다나 보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좋은지 몰라서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들 ‘하고 싶은 일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인생’이라니까 납득해보려고 애쓸 뿐이지.

 

하지만 그저 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지상낙원에서의 삶을 가질 수 있다면?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나라를, 여름에는 국내를 오가며 활동하는 프리다이버 김혜민씨가 그 증거다.

 

야간 작업과 밤샘을 당연하게 여겼던 디자인과 졸업생은 이제 바닷속을 누비는 인어 st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프리다이버의 자유로운 스케줄에 맞춰 모든 이야기는 SNS로 주고받았다. 고로 이 인터뷰에는 프리다이버의 일상과 함께 어느 에디터가 부러움에 몸서리치는 광경이 구구절절 담겨 있다.


프리다이버 김혜민

 

 

EDITOR : 야자수가 우거진 해변에서 인어처럼 헤엄치는 건 대체 어떤 기분입니까?

 

김혜민 : 모두가 꿈꾸는 삶을 사는 기분?(웃음) 과거의 저도 꿈꿨던 삶이니까요. 매일 제가 원할 때 마음껏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해요.

 

E : 지금 어디시죠? 아직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요즘도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시나요?

 

: 지금은 세부입니다. 봄부터는 괜찮지만, 한국 바다의 수온이 낮아지는 11월부터 3월 사이의 동절기 동안에는 따뜻하면서 물가도 저렴한 필리핀이나 태국 또는 사이판의 바다에 있어요. 그곳의 캠프에서 개인 트레이닝도 하고, 강의도 하죠. 매일같이 바다로 나갈 수 있어 좋아요.

 

E : 최소 1년 중 3분의 1은 남국에서 보내시는 셈이군요. 크으! 아무리 휴가를 내도 3박 4일이 최선인데….

 

: 한국 바다가 따뜻해지는 봄에 돌아오곤 합니다.(웃음) 국내에서는 바다에 인접한 도시가 드물어서, 평소에는 서울과 대구 지역의 다이닝 센터 풀장을 오가며 프리다이빙을 즐기죠. 교육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강사끼리 훈련도 하면서요. 실제로 바다에 나갈 때는 함께할 다이버를 모집해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01 같이 다이빙하러 가부좌

E : 초반부터 무식함을 감출 수 없어 슬프네요…. 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과 어떻게 다르죠?

 

: 요즘은 점점 대중화되고 있지만, 6년 전만 해도 프리다이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특히 질문한 두 가지를 헷갈려 하시죠. 스쿠버다이빙이 물속에서 호흡을 도와주는 기체가 담긴 공기통을 메고 장시간 다이빙하는 것이라면, 프리다이빙은 공기통 없이 오로지 사람의 호흡만으로 물속을 유영하는 것을 말해요.

 

E : 폐활량이 상당해야겠는데요?

 

: 네, 보조 도구 없이 맨몸으로 심해를 누비려면 지속적인 스트레칭과 훈련을 해야 해요.

 

E : 지속적인 스트레칭이라면 틈틈이 따라 할 수 있는 난이도일까요?

 

: 엄밀히 말하자면 몸속 장기, 폐를 유연하게 하는 스트레칭입니다. 폐활량 증가를 위한 ‘풀렁 스트레칭’이라고 불러요. 폐에 공기를 꽉 채우고 숨을 참은 상태에서 몸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모노핀, 트위스트, 반달 세 가지 동작을 반복 연습하죠. 각 자세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미지로 보실 수 있어요!

 

E : (바로 찾아보는 중) 요가 자세와도 통하는군요! 프리다이빙은 신체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분명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야 하지만 세계기록을 떠올리면 불가능하지는 않죠. 인간이 가장 숨을 오래 참은 기록은 무려 11분 30초대이고, 제일 깊이 잠수한 기록은 약 130미터나 되니까요.

 

02 바닷속에서 FEEL 바다

 

E : 제주 해녀에 버금가는 능력이 필요하네요.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요?

 

: 물론 있었죠! 아직 단련되지 않은 체력과 정신력으로 다이빙을 했다가, 기압을 견디지 못한 고막에 구멍이 크게 났었거든요. 한 달 푹 쉬고 나서 다이빙을 했는데 약해진 귀에 또 구멍이 난 거예요.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고, 다이빙을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E : 생각보다 건강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직업이군요.

 

: 익숙해지면 자칫 ‘이것쯤이야’하는 때가 올 수 있는데 다이빙할 때는 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해요. 교육 받을 때 강사들이 엄격했다면 그래서죠. 바닷속에서 스스로의 체력이나 기술을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니까요.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교육생들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니, 마스터 다이버 또는 다이버 강사라면 누구나 응급구조 자격증도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고요.

 

E : 다이버가 되기 위한 필수 자격도 있지 않나요? 선택장애가 올 정도로 종류가 많던데….

 

: 종류는 다양해도, 1~4단계 정도의 기초 과정과 그 이후 마스터 혹은 강사 과정으로 나뉘어요. 정규 프리다이빙 강사 과정은 이론 수업과 얕은 물에서의 기초 교육 순으로 진행되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바다에 나가 특별한 테스트와 미션 들을 치러야 해요. 레벨이 올라갈수록 당연히 더 깊은 수심에서 교육이 이루어 집니다.

 

E : 해외에서는 일주일 속성으로 과정도 있다던데, 일주일 만에 마스터할 수 있는 걸까요?

 

: 전문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려면 최소 2달 정도는 열심히 운동한다 생각하셔야 해요.(웃음) 물론 사람에 따라 습득 속도는 다르지만요.

 

E : 그 정도면 방학 때 도전하기도 어렵지 않겠네요!

 

: 기초부터 강사 과정까지 수강료도 한 학기 등록금 정도면 충분하고요. 날씨가 좋고, 수심 환경이 좋은 해외는 그만큼 체류비도 플러스 되니, 제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서울이나 대구 센터로 오셔도 좋겠죠?(웃음)

 

E : 저처럼 조금만 달려도 폐가 터지는 저질 체력이나, 맥주병들도 프리다이버를 욕심내도 될까요?

 

: 실제로 수영을 못하는 분이나, 심지어 물을 무서워하는 분도 많이 오세요. 교육 때는 물에 뜨는 슈트와 오리발을 착용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따라 하시면 문제없습니다. 그저 도전하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오시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어요!

 

03 이게 진짜 물침대

 

E : 의지로 쟁취한 바다에서의 삶, 많이 좋은가요?

 

: 직장 다닐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어쨌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행복한지, 만족하는지를 묻는다면 확실히 달라요.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대다수가 그렇듯, 간혹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훨씬 많고요.

 

E : 무엇이 가장 달라졌어요?

 

: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게 성공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대구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상경해야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에 맞춰,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했죠. 시각디자인이 전공이라 자연스럽게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는데 야근이 많은 업계잖아요. 평일에는 집과 회사만 오가고, 쉬는 날이면 쇼핑만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결책이었죠.

 

E : 현타가 왔겠군요.

 

: 도저히 재미있게 일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살면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밀려왔죠. 그러다가 바다를 만난 거예요.

 

E : 드디어 나왔네요! 프리다이버 김혜민을 만든 최초의 바다는?

 

: 우연히 친구를 따라간 욕지도!(웃음) 바닷물에서 공기통도 없이 오랜 시간 유영하는 사람을 그때 처음 봤어요. 자유로운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동호회에 가입했을 정도니까요. 처음에는 쉬는 날 취미로 즐기는 정도 였지만 바다에 들어갈수록 점점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졌어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의 바다를 구석구석 돌아다녔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E : 하루 중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예요?

 

: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겁게 다이빙을 하고, 예쁜 풍경에서 자유롭게 보내는 매 순간이요. 이제 저의 성공은 ‘오늘 하루를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 내일을 얼마나 즐겁게 보낼지’에 달렸거든요. 비록 수입이 안정적이지는 않지만요.

 

04 포기는 노노. 하이 파이브 한번 하고, 다시 스파르타!

 

E : 아무래도 직장인처럼 고정적인 수입은 어렵겠죠?

 

: 프리다이버는 강의를 하는 만큼 수입이 생겨요. 어떻게 스케줄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수업이 생기겠죠? 게으름을 지향 한다면 좀 덜 벌면 돼요. 여행하는 삶이라는 특별 보너스가 따라 오거든요.

 

E : 그 말 들으니 하고 싶어 현기증이 나는데, 누굴 가르치는 건 체질이 아니라 큰일이에요. 꼭 강사로만 진로를 개척할 수 있을까요?

 

: 그렇지는 않아요. 시야를 넓히면 할 수 있는 일이 의외로 많거든요. 평소 깊은 바다에 사는 해양 생물에 관심이 있다면 연구원이 될 수도 있고요. 특히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해외 센터에서는 다양한 기회와 만날 수 있을 거예요!

 

E : 그래도 다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죠? 다이빙에 적합한 기후를 찾아다녀야 하니 포기해야 할 부분도 하나쯤은 있을 법한데….

 

: 굳이 꼽자면 아름다운 피부결? 항상 햇볕에 노출되기 때문에 관리해도 유지가 쉽지 않아요. 그것 말고는 포기한 게 생각이 안 나네요.(웃음)

 

E :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프리다이빙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 자연과 마주하다 보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부딪치는 직업이에요. 분명 좌절도 많이 하겠죠. 앞으로의 저도 그럴 거고요.

하지만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게 도와주는 직업이기도 해요. 격한 스포츠로 치부하기 쉽지만, 내 심장 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바다속에 있다 보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짐이 사라지거든요.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죠. 저만 해도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비로소 스스로를 알게 됐으니까요. 계속해 나가다 보면 아무리 힘든 일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박태환 지수 ★★

수영과 스킨스쿠버에 감각이 있다면 습득이 빠르겠지만 맥주병이어도 문제 없다.

 

안전 민감증 지수 ★★★★★

나뿐만 아니라 함께 입수하는 다이버들의 안전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젊어서 노세 지수 ★★★★★ 

남국에서의 파라다이스! 더 이상 부모님 세대 정년퇴직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를 찾아줘 지수 ★★★★

바다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명상을 할 수 있다.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


[812호 – real guide]

사진출처 프리다이버 김혜민 인스타그램 @kimhy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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