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타이밍’은 남학생들이 이맘때 쯤 고민하고 있을 대학생활의 영원한 난제다. 물론 사람마다 사연이 다르니 입대 시기도 달라진다는 진리의 케바케가 적용되겠지만.
어쨌든 각 학년 별로 다르게 군대를 다녀 온 군필자 4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한창 고민중일 당신의 학교생활과 군생활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정신을 빨리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선구자st. 이자 남학생들의 흔한 선택.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훈련소로 향한다. 그 모습이 아직 풋풋한 동기들에게 일시적 웃음거리이자 부러움의 대상.
당연히 제대 후에는 동기들 사이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사이에 낄 동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휴학을 하지 않은 (공부하느라 바쁜) 여자 동기들과, 생판 처음 보는 신입생, 아직 입대하지 않은 극소수의 남자 동기들이 있을 뿐. 그래도 민간인 신분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때 가끔 휴가 나오는 까까머리 동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점
– 빨리 정신 차림.(술과 유흥으로 진솔한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빠른 입대 추천)
– 부대에서 나보다 나이 적은 선임에게 갈굼 받을 확률 적음.
단점
– 동기 및 후배들과의 추억이 상대적으로 적음.
– 학교에서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 복학 후에 힘듦.
– 너무 빨리 정신차려서 못 놀았기 때문에 고학년 때 정신 놓고 놀 수도 있음.
“군대는 무조건 빨리 가는 게 최고라는 형들 말이 맞아. 처음 복학할 땐 ‘아싸 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제일 먼저 다녀오니까 승리자가 돼 있더라. 늦게 간 친구들보다 동기, 후배들과의 추억이 없다는 건 좀 아쉬워. 하지만 학교로 돌아가면 또 친하게 지낼 사람들이 생길테니 별 걱정 마” – 스물넷 S군 (1학년 마치고 3월에 입대)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 하겠다. 풋풋했던 새내기 시절(2학년 주제에)이 떠오르는 귀여운 후배들을 만나보고 갈 수 있는 코스. 대학생활 베타테스트인 1학년 때 어리버리 타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동아리, 소모임 등을 반 년 정도 더 겪어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취업난으로 입대 시기가 점점 당겨지는 추세라고. 따라서 2학년을 마치고 간다면 빨리 입대하는 후배들과 함께 입대하기도 한다. 선후배, 동기 등 지인들이 가장 많이 입대하는 시기. 때문에 다들 복학 시기가 겹쳐 외로운 복학생이 될 가능성이 적다.
장점
– 동기, 후배, 선배들과의 끈끈한 인프라
– 대부분의 남자 동기들이 복학했거나 재학 중이라 아싸 확률 적음
단점
– 1학년 때처럼 놀면 복학 후에 감당 안 됨.
– 제대 후 굳을 대로 굳은 머리로 사망년(3학년)을 마주해야 함.
“나도 선배가 돼서 후배들이랑 학교생활을 해 보고 싶었어. 귀여운 신입생들 얼굴도 보고 좋았지. 새내기 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활동들도 눈에 들어와서 보람차게 2학년을 보낸 것 같아. 전역 후에도 아는 얼굴이 많아서 별로 외롭지 않았어. 무난한 선택을 하고 싶다면 이 시기를 추천할게.” – 스물넷 K군 (2학년 마치고 2월에 입대)
개인적 사정이 있어서 3학년에 입대를 결심하는 친구들이 많다. 실은 이런저런 핑계로 입대를 미루는 케이스. 교내 동아리를 책임지고 있다든지 중요한 학회나 공연, 행사 등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다. 사실 계획적인 연기는 아니고, 어쩌다 보니…
동기나 후배들 다 군대 보내고 혼자 남았기 때문에 아싸가 되든지, 두 학번이나 어린 후배들과 철판 깔고 서슴없이 지내야 한다. 물론 입대 후에는 어린 선임들과 서슴없이 지낼 수 없다. 대신 노인 취급 받아서 막 대하는 선임들도 별로 없다. 대신 제대 후에는 남은 일 년 동안 취업 준비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장점
– 정신 못 차리고 실컷 놀 수 있음.
– 3년 간 쌓은 인간관계로 재학 중엔 참 즐거움.
– 3학년을 겪고 입대해 취업에 대한 시야를 비교적 빨리 넓힘.
단점
– 학교에서 화석 취급 받음.
– 제대 후 바로 취준 헬게이트가 열림.
– 휴학 혹은 연수 등 제대 후 복학 외 활동이 부담스러움.
“할 일이 있어서 입대를 미뤘지. 사회에 남은 미련도 있었고. 군대를 안 간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니까 화석취급도 많이 받았어. 그래도 재학생들과 추억을 1년 더 보냈고, 공모전, 자소서 등 취준 연습을 미리 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물론 복학하자마자 취업 헬게이트가 열려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 스물다섯 T군 (3학년 1학기 마친 후 입대)
군대에 대한 미련 or 부담을 초월한 자. 다만 4학년 이후 입대한다면 대부분 ROTC나 학사장교를 선택한다. 학교에서 제복을 입고 군생활을 한다는 게 딱히 내키지 않을 순 있는데, 2년차가 되면 급속도로 편해져서 육군 대령도 부럽지 않다고.
아예 작정하고 졸업을 해 버린 후에(!) 석사 학위를 따고 방위산업체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만약 된다면 취업특혜와 꿀같은 군생활을 얻게 되지만, 실패한다면 20대 후반에 사병으로 입대해 주변의 안타까운 시선과 우려 섞인 위로 및 갈굼이 있을 수 있다. 제대 후에는 알바, 공모전, 인턴십, 졸업 준비 등 집채만한 짐을 지고 취업의 문에 뛰어들어야 하니 영 쉽지 않은 길이다.
장점
– 대학생활 중간 흐름이 끊기지 않음
– 촉박한 마음을 엔진삼아 사회에서 진로에 대해 착실히 준비
– 제대할 때 젊은 소대장이랑 친구 먹을 수 있음
단점
– 대학생활 철없는 흐름도 끊기지 않음
– 남자 동기(심지어 친한 후배)들이 대부분 군대로 떠나서 외로움
– 군필 동기들의 무시 혹은 걱정 어린 시선이 은근히 스트레스
“군대에 대한 미련은 일찌감치 접고 학사장교를 준비했어.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게 신경쓰이긴 하더라. 주위에 나랑 비슷한 시기에 병사로 입대한 친구 중에 한 명은 전역하고 취업, 졸업 때문에 일에 치여서 살더라구. 늦게 입대하려면 확실한 목표를 갖고 준비하는 게 중요해. 뚜렷한 지향점만 있다면 언제 어떻게 가든 삶에 좋은 획을 그을 수 있을 거야.” – 스물다섯 Y군 (졸업 후 학사장교로 입대)
Illustrator 백나영
Director 조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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