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돈도 없는 나지만 딱 하나 있는 게 있다. 바로 고양이님이시다. 오늘은 우리의 주종관계가 1주년 된 것을 기념하야 내 주인님이자 룸메이트 ‘목퐁’씨(‘목퐁’씨인 이유는 고양이라서 내 고향 ‘목포’의 이름을 붙였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생물학적으로 따지면 목퐁씨는 나와 ‘목’부터가 다르다. 뭔 소리냐면, 고양이는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고양이과에 속한 동물이고 사람은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로 분류된다. 등에 중추신경계가 있고 자식에게 젖을 먹이는 것까진 같지만, ‘목’에 다다라서 육식동물과 고등동물의 운명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같은 인간끼리도 말이 안 통하는 마당에 이 우주적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목퐁씨가 가졌을 걸로 추정되는 종의 특성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우리 집에 온 첫날, 목퐁씨는 행거 뒤로 들어가 밤새 구슬프게 울었다. 나는 그동안의 조사를 바탕으로 세 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영역 동물인데 낯선 환경에 던져져서 매우 당황했다. 야행성이므로 밤에 우는 게 당연하다. 무엇보다… 엄마가 무척 보고 싶다. 4개월밖에 안 된 어린 아이를 엄마에게서 떼어낸 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나는 목퐁씨가 숨어 있는 건넌방 문 앞을 계속 서성였다. 그 날 새벽, 까무룩 잠든 내 몸 위로 털 뭉치 하나가 살금살금 올라왔다. 내 팔을 ‘꾸욱꾸욱’ 누르는 젤리의 감촉도 느껴졌다. 몸이 스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달콤한 첫날밤이 지나고, 목퐁씨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음을 증명하듯 까칠함을 마구마구 발산하기 시작했다. 누가 방심하래? 이거나 먹어! 갑자기 발을 콱 깨물고 도망가는 게 취미, 헤어 볼은 욕실 매트 위에 토해놔야 제맛. 무른 똥을 싼 후엔 꼭 장판에 엉덩이를 붙이고 스키를 탔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내가 뭘?” 하는 천진한 호박색 눈을 보고 있자면 울컥 하소연이 튀어나왔다. “너 나한테 왜 이래…?”

 

그럴 땐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검색창을 켰다. “제 고양이 왜 이럴까요?” “고양이 원래 그래요.” 내가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학습해야 했다.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날 환장하게 하는 면이라도 그게 너의 성정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같이 산 지 1년째, 이제는 눈빛만 봐도 척척. 두말할 것 없는 환상의 콤비가 되긴 개뿔. 인생이, 고양이가 어디 그렇게 쉽겠는가. 최근엔 왜 예전처럼 침대에서 사이좋게 안 자고 다른 방으로 휙 가 버리는지가 최대의 고민이다. 구글에서 빨리 고양이 말 번역 기능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식육목과 영장목 사이의 거대한 우주를 헤매는 동안 집사의 요령도 꽤 발달했다는 사실. 오늘의 작전은 이렇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목퐁씨를 침대 위로 유인한 후, 3시간 연속으로 재생한다. 목퐁씨가 좋아하는 명당, 노트북 패드가 서서히 뜨끈해지면 눈이 꿈뻑꿈뻑 감기겠지. 그 상태로 내가 이불을 덮고 누우면 얼렁뚱땅 함께 취침 성공!

 

아, 주의할 점. 심장을 후려치는 귀여움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 안달이 나더라도, 셔터 소리에 깨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니 참기로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찰칵.


[813호 – 독립일기]

Illustrator 남미가

 


선자야 기다렸데이

파친코 시즌2 지금 Apple TV+ 에서 만나보세요


크리스마스에 뭐 해? 안 보면 후회하는 무료 윈터 페스티벌

광화문 갈 계획 세우는 사람 주목!

 

요즘 다시 유행하는 ‘눈물 셀카’, 대체 왜?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흑역사(?)까지 반복하는 1020 세대의 심리는?

 

“지원서 이렇게 쓰세요!” 중소벤처기업부 서포터즈 찐 후기

"대학생이 꼭 해야 하는 서포터즈 활동으로 추천해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카톡은 무엇인가요?

카카오톡의 '연말결산' 프로젝트

 

추억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위를

한남대교는 유난히 많은 추억이 흐른다.

 

아직도 망설인다고? 나 이제 후불인데?

서울시, 후불 기후동행카드 출시!

 

교수님께 간택당한 공대생은 고개를 드세요

너무 유능해서 교수님께 팥차받은 당신!

 

표지모델!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24 고다은

"10년 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후 다시 인터뷰하고 싶어요"

 

[독립일기] -4화- 나의 치명적인 룸메이트

 

[독립일기] -4화- 나의 치명적인 룸메이트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