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

여자들 사이에선 흔하지만 남자들에겐 낯선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의 절반은 잘 모르는, 또 다른 절반은 일상적으로 겪는 일들.

그런 30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혹시 “세상 많이 바뀌지 않았나? 요즘은 여자들도 괜찮잖아.”

라고 생각하신 적 있다면 잘 오셨습니다.

당신이 읽어야 할 기사입니다.


 

01 넌 그런 여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런 여자가 뭔데?’ 나는 피해자라고!

하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늘 타던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좌석 맨 끝에 앉아 봉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자다 보니 어깨가 자연스레 봉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가 내 어깨를 쿡쿡 찌르는 느낌이었다. 무슨 느낌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뭐지? 사람들이 계속 부딪히고 있는 건가?’ 조심히 어깨 옆을 봤더니 어떤 남자가 성기를 비비고 있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 위를 올려다 봤는데 수염이 새하얀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내가 쳐다보자 할아버지는 유유히 사라졌다. 아직 그 할아버지의 여유로운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하지만 내가 정말 상처 받은 건 남자친구의 말이었다. 성추행당했던 그날 일을 말했더니, “난 너가 그런 여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여자가 뭔데? 내가 어떤 여잔데? 그날, 남자친구와 심하게 싸웠다. 남자친구 말로는 내가 성추행당하고 다니는 게 속상하단다. 남자친구는 ‘걱정되니까 조심히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남친의 그 한 마디에 나는 피해자에서 사건 유발자가 된 셈이다. 나는 당하고 싶어서 당한 게 아닌데? 그날 일은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저질러서 생긴 일이라고!

 

02 술 먹는데 여자가 없잖아

교수님, 여긴 그런 곳이 아닙니다

학교 생활하다 보면 교수님이랑 술을 마시게 될 때가 있다. 우리 학교 어떤 교수님은 종종 학생들과 2차, 3차까지 술자리를 즐긴다. 한 번은 교수님 과의 술자리에서 여학생들은 집에 가고 남학생들만 남았다. 그러자 교수님이 갑자기 “아니, 여학생들은 다 어디 갔어?”라고 물었다. 그러더니 몇몇 여학생들을 불러오라고 시켰다. 지령을 받은 남학생들은 힘들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교수님은 막무가내였다. 여학생들에게 전화해보라는 끊 임없는 독촉에 학생회장이 손수 연락했다.

 

결국 교수님에게 지목당한 여학생들은 집에 가는 길에 다시 술자리로 불려왔다. 여학생들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여학생들의 등장으로 자리가 부족해지자 학생회장과 몇몇 남학생들은 밖에 서서 담배를 펴야 했다. 그것도 1시간 동안이나. 그런데 왜 교수님과 술 마실 때 여자가 필요하지? 우린 학부생이고, 그는 교수이다. 교수가 학생을 여자라는 이유로 술자리에 강제로 불러낼 권리는 없다.

 

03 택시 타려면 보험이라도 들어야 할 판

“생존 신고 해!” 술 먹고 집에 갈 때 여자애들끼 리 하는 말이다. 나는 밤에 택시를 타면 차 번호 를 외워서 남친에게 보낸다. 한번은 번호판을 외우고 택시에 탔더니 기사님이 “뭐하는 거야” 라고 혼잣말을 했다. 난 ‘나한테 말한 건 아니겠지?’라고 애써 생각했다. 무서워서 남친에게 전화했더니 기사님 왈, “전화 좀 작작 하지?” 남친은 그냥 전화를 끊으라고 했다…. 나쁜 일 생길 까봐서.

 

04 첫 남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회사 홍보팀 인턴으로 들어가서 남자 기자를 처음으로 만났다. 회의가 끝나고 헤어질 때쯤 그 기자가 말했다. “다음에 만나면 물이라도 한 잔 주시죠. 허허!” 그래서 나는 “기자님을 만나는 게 처음이라서, 다음부턴 꼭 준비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더니 그 기자가 대뜸 “그럼 제가 첫 남자네요~”라는 게 아닌가! 당황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왔고 집에 가서 욕했던 기억이 난다.

 

05 우울한 이유가 생리 하나뿐이겠냐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아무 말도 안 하고 과방에 가만히 정색하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꼭 남자 선배가 와서 툭툭 건든다. 내가 제대로 대답을 안 하면 “야, 너 생리하냐?”라고 말한다. 원래 약간 빻은(!) 선배이긴 했는데, 사람 많은 과방에서 그런 말 할 때 매우 수치스러웠다.

 

그 선배는 자기 말을 센스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더 황당했다. 내가 만약에 그 선배한테 똑같이 받아쳤다면 그 과방 분위기가 과연 어땠을 까? “선배,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자위했어요?” 엄청 싸해지겠지?

 

06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저리 비켜, 내가 해줄게”라는 말에 숨겨진 속뜻

나는 도움이 필요 없는데, 도와주고 생색내는 남자들이 불편할 때가 있다. 알바할 때 일이다. 생맥주 드럼통을 옮기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와서 드럼통을 빼앗아 갔다. “어휴~ 저리 비켜. 너 밥은 먹고 다니냐? 이렇게 힘이 약해서 어디에다 써? 내가 할게. 이러니까 여자 말고 남자 직원을 뽑아야 한다니까!”라면서.

 

엥? 무슨 소리지? 나도 할 수 있는데! 당시에 나는 드럼통을 옮기고 있었고 분명 옮길 능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네가 하는 꼴을 보니까 안 되겠다’고 지레 짐작하면서 내 일을 빼앗아 간 것이다. 나는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다. 못 하겠다고 징징거린 적도 없다. 그런데도 혼자 멋대로 판단하고는, 자기는 도와주는 좋은 사람이며 여직원을 잘 돌보는 좋은 사장이라고 착각한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쓸데없는 배려의 희생양이 된 나는, 결국 힘도 없고 할 일도 다 못 하는 알바생이 돼 있었다. 우리도 드럼통을 옮길 수 있고, 정수기 통도 갈 수 있고, 못을 박을 수 있고, 드라이버도 돌릴 수 있으며 형광등도 갈고 무거운 짐도 들 수 있다. 그런데 자꾸 안 시키고 못 하게 하면서, ‘이것도 못 한다’고 면박을 준다. 누구를 위한 배려지? 내가 도움 필요 없다는데?

 

07 얼빠랑은 말이 안 통해

스포츠의 세계는 넘보지 말기?

야구를 진짜 좋아한다. 친구들이랑도 가고 혼자 서도 보러 간다. 그런데 내가 야구를 좋아한다 고 말하면 남자 동기나 선배들은 이렇게 말한 다. “쟤는 얼빠다!” 만약 내가 실력이 뛰어난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인기 많고 조금 잘생긴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바로 나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는 거다. “잘생겨서 좋아하는 거지?” “진짜 좋아해?” 그들은 내가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여자를 약간 우상화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야구 좋아하는 여자에게 “올~ 이런 것도 알다니 대단하다”라고 찬양한다. 아니면 스포츠에 해박한 여자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맨유 좋아 해”라고 말하면 이렇게 말한다. “유명한 팀이니까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하는 거 아냐?” “해외 리그도 좋지만 K리그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 “옵사(오프사이드)가 뭔지는 아냐?” “축구 용어 아는 거 말해봐!”

 

08 여자니까 웃으면서 말해

호프 집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 큰 홀에 단체 손님들이 들어왔다. 사장님이 다른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갑자기 날 불렀다. “야, 남자인 나보다 네가 가서 웃으면서 말해.” 아니, 여기서 남자 여자가 무슨 상관이지? 웃음을 팔고 오라는 건가? 가장 슬픈 것은 내가 가서 사장 말대로 했던 것이다. 바보 같이.

 

09 잠깐, 근데 왜 내가 겁내야 하지?

밤에 막차 타고 돌아갈 때였다. 술 취한 사람이 올라타더니,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버스에는 빈자리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내가 조금씩 창 쪽으로 붙으면 조금씩 또 다가왔다. 멈췄다가 슬슬 오고, 이러는 게 반복됐다. 무서워서 카 톡도 못 했다. 카톡창이 보이니까. 내릴 때가 됐고, 그 사람은 자리를 비켜줬다. 내리자마자 이제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 닫히기 전에 그 사람이 잽싸게 따라 내렸다. 무서워서 집에 바로 못 가고, 편의점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10 몰카는 무슨, 너흰 그냥 변태 XX야

내 행실 상관 말고 그냥 찍지를 마

영화 다 보고 밤에 친구랑 집 쪽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남자 세 명 무리가 가는 길에 있었다. 딱 봐도 술에 잔뜩 취한 남자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게 “야!”라고 부르더니 시비를 걸더라. 괜히 걸리면 위험하겠다 싶어서 무시하고 갈 길을 가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느낌이 싸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그 남자들이 담뱃갑을 들고 있었다. 핸드폰을 담뱃갑 앞에 쥐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이건 몰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친구가 째려보니까 그 남자들은 슬쩍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남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친구가 말렸다. 예전에 아는 여자가 시비 거는 남자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그 남자가 계속 따라와서 “너 때문에 오늘 재수 없었다”며 막 때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치 3주가 나왔다고 했다. 나도 해코지 당할까봐 두려워서 그냥 참고 넘겼다.

 

몰래카메라 사례는 너무 많다. 침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남친을 발견했다는 뉴스도 봤다. 이젠 터미널이나 지하철 같은 곳 공공 화장실에선 꼭 한 번씩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습관이 생겼다. 인터넷에선 매니큐어를 챙기라고 하더라. 몰카 같은 게 보이면 렌즈에 매니큐어를 바르라고.


 

Toon 1 섹스 편

그것보다, 애초에, 대체 니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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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시 거절하면 쌍욕

“XX년 뭣도 아닌 게”

하루는 선배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핸드폰을 열어 카톡을 했다. 마침 선배는 술자리 중이었는데, 그 선배와 같이 술을 마시던 다른 학과 친구가 그 카톡창을 봤나 보다. 프로필의 내 얼굴 사진 보고 예쁘다며 소개해달라고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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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소개를 받기 싫었다. 딱 잘라서 싫다고 말했어야 하는데 어물쩡 넘긴 게 문제였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났더니 연락이 와 있었다. 연락할수록 불편해서 대답을 잘 안 했는데도 계속 카톡이 왔다. 프사가 조금만 바뀌면 “프사 바뀌었네”라고 카톡이 왔다. 프사가 콜라면 “어? 콜라 좋아해?” 풍경으로 바꾸면 “너 어디 좋은 곳에 다녀왔어?”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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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다른 친구가 나한테 자세한 설명도 없이 그 사람 아예 차단시키라고 하더라. 왜 그러는지 너무 궁금해서 캐물었더니 그 남자가 선배에게 카톡 보낸 걸 본 거다. “##년 뭣도 아닌 애가 (중략) 24일날 좀 안 외롭게 보내려 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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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리 과에는 다리 예쁜 애 없지 않냐

옆에 여자 후배들이 있는데도 얼평

새내기 때부터 과방에 살다시피 했다. 선배나 동기들하고 친해지려고. 복학한 남자 선배들이 과방에 많이 왔는데, 여성에 대한 품평이 너무 일상적이었다. 옆에 여자들 다 앉아 있는데도 “이번 12학번에는 예쁜 애들 없어. 10에는 A가 예쁘고, 11에는 B가 있는데 이번에 12에는 인물이 없는 것 같아.” “근데 우리 과에는 다리 예쁜 애가 없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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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한 두번 나온 게 아니다. 남자들끼리 있는 술자리에선 계속 나왔다 한다. 같은 학번 남자 동기 한 명이 술자리에서 선배 그렇게 말씀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꼭 우리 새내기 대상이 아니더라도 여성 외모 평가를 자연스럽게 한다. 그리고 기준이 여성에게만 굉장히 엄격하다. 예를 들어 성시경은 키도 크고 노래도 잘하는 훈남이지만, 장도연은 키 크고 말랐지만 너무 나대는 스타일이라는 식으로 자꾸 이야기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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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 매력에 대해서, 자기들이 심사위원 이라도 된 양 자꾸 품평하고 채점을 하니 기분이 안 좋았다. 학번 높은 선배들이어서 내가 뭐라 하기도 그렇 고, 그땐 거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그때 굉장히 많은 것이 잘못 됐었고 내가 둔감하게 반응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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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네 입에 문 걸레나 좀 빼

성 경험이 많은 여자는 ‘걸레’ 취급을 당한다. 남자애들 사이에선 성 경험이 곧 ‘훈장’이자 ‘자랑’이 되는 것 같은데 말이다. 얼마 전에 학과 CC를 여러 번 했던 여자 동기를 두고, 남자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걸레’라고 말해서 충격 받았다. 남자의 성 경험은 자랑과 능력이 되는 것 같은데, 왜 여자만 ‘걸레’ 소리를 들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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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여성에게만 폭력적인 호객 행위

부산 서면에서 핸드폰 판매점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길을 막고는 재롱 부리듯 하며 막 들어 오라고 하더라. 웃긴 게 원래 그 길을 남자친구랑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하늘 보면 서 춤추더니 여자인 친구와 지나가니까 억지로 끌고 가더라. 썩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자꾸 “기분 안 나쁘죠?” 묻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상한 사람인지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인데 계속 경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너무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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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남친도 아닌데

일찍일찍 다녀 밤 늦게 다니면 위험해

군대 간 동생이 휴가를 나왔기에 만났다. 친한 동생이니까 밥만 먹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누나, 같이 있자.” 카페를 가기로 했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그 동생에게 만지지 말라고 말한 다음에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그런데 동생은 이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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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는 남자친구가 왜 없어요?” “나는 사귀기 싫어서 안 사귀는 거야.” “그럼 나는 어때요?” 대충 장난으로 넘기고 헤어졌는데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집에 잘 들어갔어요?” “아직 안 들어갔다.” “누나, 일찍일찍 다녀요.” 남 자친구가 된것 마냥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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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그 동생이 전역하고 또 “누나, 뭐해요?”라는 카톡이 왔다. 알바하고 있다 했더니 갑자기 알바하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러고는 강제로 선물을 주기에 난 안 받고 싶다고 했더니 받기 싫으면 버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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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대학생 때 비일비재했다. 이미 이성적인 느낌을 못 받았다는 의지를 표출하였는데도, 상대가 마치 남자친구인 듯 카톡으로 “일찍일찍 다녀야지.” “위험해 밤거리는.” 자기가 지켜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말 들으면 ‘난 이사람과 아무 관계가 아닌데도,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워낙 흔한 일이다. 누가 그랬는지 기억에 안 남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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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무서워서 피하는 똥

우리 옆방 남자는 밤마다 군가를 부른다. 포스트잇에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썼지만 문 앞에 붙이지 못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잠자코 있으라고 했다. 뉴스를 보면 염산을 뿌리거나 물리적인 보복을 당했다는 얘기들이 나오니까, 괜히 말했다가 사이가 나빠지면 보복을 당할까 봐 염려스럽다. 결국 나는 매일 밤 군가를 자장가 삼아 잠드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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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교수님, 다방 아가씨 엉덩이 만지는 농담은 싫습니다

지금 여기 강의실 아닌가요?

전공 수업을 듣다 보면 교수님들의 불편한 말들을 견뎌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특히 내가 정말 불편해 하는 수업이 있다.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성희롱 발언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강의 시간에 잠시 텀이 생겼을 때, 뜬금없는 말을 시작했다. 자기는 어릴 때 다방에 가서 아가씨 엉덩이를 만지는 이유를 몰랐는데, 커보니까 왜 그게 좋은지 알겠다고 하는 거다. 일종의 농담으로 얘기하는 건데, 결혼 생활 하면 남자가 손해라느니, 와이프가 지겹다느니 성차별 발언을 많이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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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또 그런 일이 있던 후, 과방에 애들이 모였다. 여자애들이랑 남자 선배 한 분이 있었는데 우리가 “실제로 그런 행태를 한다는 것도 잘못되었고, 심지어 이걸 수업시간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건 정말 양심도 없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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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선배가 말하길 “근데 그분 그런 것만 빼면 정말 좋은 분이다.” 남학생들에겐 좋은 분이라는 이야기였다. 너무 화가 나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추행은 인권유린의 문제인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남자도 화나고 불쾌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따지니까 별말 않기는 했다. 왜 늘 이걸 여자들만의 문제라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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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여자니까 애들 좀 살살 달래봐

이번 우리 학과 학생회장은 술자리에서 정해졌다. 선배들 사이에서 “다음 회장은 네가 해야지” 라는 말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회장 후보가 결정 된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자로. 그리고 그 후보 학생이 여자 후배들한테 물어보고 다니기 시작했다. “야, 너 이번에 학생회장 안 나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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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학생회장과 여자 부학생회장의 역할은 뚜렷하게 나뉘었다. 학생회장은 기획하고 학생들을 통솔하는 반면, 부회장은 집행부원들을 어르고 달래는 역할을 맡았다. 예를 들어 보자. 남자 회장이 집행부 사람이랑 싸우면 여자 부회장이 그 사람을 설득해서 불러낸다. 그러면 남자 회장은 그 사람을 만나 회포를 푼다. 갈등이 생길때 마다 회장은 회유와 설득을 부회장에게 미뤘다. 자기는 남자라 말하기 쪽팔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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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부회장이 내명부 관리하는 중전도 아닌데? 그 친구가 부회장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니가 살살 좀 어떻게 해봐라. 사근사근 예쁘게”였다. 과연 그 친구가 예쁘게 말해서 학생들 달래려고 부학생회장에 지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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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배달도 맘 편히 못 시켜 먹는 민족

원룸에서 자취 중인 나는 야식을 자주 시켜 먹는 편이다. 계산을 하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 했는데 계단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조금 이따가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 물을 뜨러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배달원분이 우두커니 문 앞에 서 있었다. 소통의 착오가 있었나 생각하고 그냥 들어왔지만, 다 먹고 나니 의문이 들었다. 거기 왜 서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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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자가 세봤자 얼마나 세겠어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센 여자’라는 타이틀이 붙는 여학생들이 있다. 우리 학교에도 그런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그런데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왔다. 술자리에서 어떤 남자 선배가 ‘센 여자’라는 타이틀이 붙은 후배의 뒷담화를 했다는 것! “야, 걔가 아무리 기가 세 봤자 잠자리에 들어가면 나한테 꿈뻑 죽을 걸?” 그 지저분한 뒷담화의 희생양이 된 후배는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어떤 의도에서 그런 말을 한 걸까?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


Toon 2 알바편

여자 알바생은 알바비에 꾸밈비도 포함인가요?

© studio soran


21 자취하고 잘 취하는 여자가 최고

자취하는 여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

어느 방 구하는 어플 광고에서 여자 모델이 “저 자취해요!”라고 하면서 머리를 넘기는 장면이 있었다. 여자 중에 화난 사람이 꽤 있을 거다. 내가 자취를 5년 동안 했는데 자취하는 여자에 대한 별의별 말을 다 들었다. 일학년 때 술자리에서 다들 모르는 사이라서 서로 이것저것 물었다. 선배들이 “자취해? 기숙사 살아?” 묻기에 자취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한 남자 선배가 대박이라며 박수를 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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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라서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점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됐다. “자취하면 남자들이 좋아하겠네.” “최고는 자취하고 잘 취하는 여자.” 대외활동을 하든 어딜 가든 소개할 때 자취한다고 하면 그런 반응이 한 번씩은 온다. 그리고 실제로도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너네 집에서 자면 안 돼? 비밀번호 좀. 나 좀 재워줘.”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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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자취하면 사실 무서운 게 많다. 문 열 때도 밖에 누구 있는지 없는지 한번 살피고. 배달 음식도 건물 입구에 가져다 놓으라 하고. 택배 기사가 와도 문 앞에 두라고 한다. 혹시나 혼자 사는 것 누가 알까봐. 그런데 미디어에서 자취하는 여자를 쉬운 대상으로 표현하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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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 선배가 너 좋아하는데 좀 받아줘라

술자리에서 묘한 분위기 만들기

술자리에서 선배와 후배를 이성적인 관계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종종 있다. 조금만 스킨십만 생겨도 주변에서 “오~” 이러면서. 하지만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선배와 엮인다면 그 후배의 기분은 어 떨까? 대처하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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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흔한 일인데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이 선배가 너 좋아하는데 좀 받아줘라!”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몰아갔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짜 그 선배는 마음이 있는 거였다. 계속 “너, 저 사람이 저렇게 진심을 다하 고 이렇게 너를 좋아하는데 왜 안 받아주냐.” 난 그 선배에 대해 이성적인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호의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졌다. 그런데도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게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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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굴이 잘 빨개지는 편인데, 그 상황이 너무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지면 또 부끄러워서 저러는 거라고 했다. 거절하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화가 났다. 자기 감정에 도취된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원치 않는 호의는 폭력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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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축구팀 매니저는 항상 여자?

과마다 보통 축구 동아리가 하나씩 있다. 1년마다 한 번씩 새내기 모집한다는 공청을 하는데 축구 동아리는 보통 선수는 남자만 받고 매니저는 굳이 여자를 찾는다. 그냥 여자가 아니라 대놓고 예쁜 사람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기에 더해서 말하는 게 선배들이 잘해줄 거고, 여자면 MT비 안 내도 된다며. 학생들이 지원할 때도 예쁜 사람이 지원할 때와 상대적으로 덜 예쁜 사람이 지원할 때 반응이 다르다. 예쁘면 와! 이런다. 그걸 보는 다른 여자 동기들은 또 외모로 품평받는다 생각해 기분이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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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여자랑은 게임을 못 하겠네

오버워치란 게임을 좋아하는데, 여자인 게 밝혀지면 게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소통을 해야 하는 게임인데 키보드를 치면 느리니까 보이스 톡을 한다. 여자인 게 드러나면 “오빠라고 불러 봐”, 게임에서 지면 “이래서 여자랑은 게임하면 안 된다”, 남들 다 듣는데 “야 XXX야” 라고 쌍욕도 한다. 원래 이 게임에선 서로 욕하는 게 흔하지만 여자인 게 밝혀지면 성희롱까지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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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C 하면 여자만 손해

CC를 했는데, 억울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CC 하면 여자만 손해야.” “너만 꼬리표 달리는 거 모르냐.”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실제로 여자들은 같은 학과에서 2명만 사귀어도 얘랑 잤고, 쟤랑도 잤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 남자는 성관계 횟수가 쌓이면 인기 많고 능숙한 사람 취급 받으며 자랑까지 하는데, 여자가 그러면 문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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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만 해도 여자한테 달린 꼬리표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누군가를 설명할 때, 이런 말은 흔하다. “선배 걔 있잖아요. 누구누구랑 사귀었던 걔 말이에요.” 그 ‘걔’는 언제나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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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무서워서 알려준 번호

동네 마트에서 만난 낯선 남자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어떤 남자가 따라 나와 말을 걸었던 적이 있다. “마트에서 보고 예뻐서 따라 왔어요. 번호 좀 알려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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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동네 마트고 난 지금 그냥 장 보러 나온 거라서 알려주기 싫었다. 안 알려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맞는 번호인지 여기서 확인 전화 할 겁니다.” 이렇게 말했다. 계속 알려달라 고 하면 엄마 번호를 알려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오니 너무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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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수 없이 전화번호를 알려줬더니 이번엔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친구 집이 근처에 있어서 대충 그쪽을 가리키며 저 방향이라고 하고 걸어가다가 문득 뒤돌아봤는데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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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가만히 서서 내가 가는 걸 확인하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삥 돌아 집으로 갔다. 친구들 중에도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협박조로 거리에서 말 거는 일 겪은 사람이 많다. 이런 일이 생기면 수치스럽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약자여서 당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말을 못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왜 많은 여성들이 분노했겠는가? 다들 말 못하는 것 뿐 사례는 엄청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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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아주 지적인 대화

(성희롱 대잔치라고 읽는다)

어느 대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남자 새내기와 2학년 남학생들이 주도하여 ‘OO대학교 사회학과 고추밭’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다. 그 그룹에서 학생들은 성매매 전단을 공유했고 (본인들이 찍은 건 아니라고 하 는)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여고생 사진을 올려놓고 ‘즐거운 밤 돼라.’ 라는 식의 음담패설을 서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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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페북 그룹에는 ‘어떤 여선배를 만나기 전에는 자위를 하고 가라’, ‘어떤 여학생을 보니 소중이가 서버렸다’ 등 학과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발언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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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특정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우리의 주변에서 너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첫 만남에서 여성을 성폭행해버리자.”, “왜 여자는 배달이 안되느냐”, “교복엔 살색 스타킹이 진리지.”, 이 소름돋는 발언들은 멀쩡히 대학교를 다니는 남학생들의 카톡방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주변의 대학교 동기 선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나와 친한 남자 동기들마저 믿지 못하게 될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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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너나 예쁘게 말하세요

나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그리고 장난삼아 대화에 가벼운 욕을 섞어 쓰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 선배가 나를 불러 지적했다. “예쁘게 좀 말 해라. 여자가 입이 왜 이렇게 거칠어?” 학과가 워낙 좁고, 높은 선배여서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의없는 후배가 되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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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이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동기였다. “예쁘게 좀 말하지?” 정말 당황스러웠다. 07선배도 12학번 동기도,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이번에는 받아쳤다. “너나 말 예쁘게 해라. 너는 막 욕 쓰면서 왜 나는 안 돼? 내가 왜? 너 듣기 좋으라고 예쁘게 말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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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내 옷은 내가 알아서 입을게

우리학교엔 운동권 선배들이 많다. 그래서 ‘여성스럽게’ 행동하면 오히려 여자 선배들이 뭐라고 한다. 집회에서 치마를 입거나 구두를 신으면 지적한다. 맞담배는 장려하면서, 예쁘게 차려입고 온 사람은 비꼰다. ‘남자처럼 행동해라’, ‘털털 해져라’, 이것도 여성 억압이다. 내가 원하는 패션이나 스타일을 포기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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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러브샷 안 하면 졸지에 분위기 깨는 애

“왜 이렇게 튕기냐?”

나는 단과대 학생회의 일원으로 일했었다. 보통 전체 단과대 학생회가 모이는 MT에 가는 날에는, 학생회 멤버들이 각 방을 왔다갔다 순회하면서 여러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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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연대 남학생들이 우리 단과대 방에 왔던 날, 불편한 일이 생겼다. 남학생들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에게 술을 마시자고 청한다. 만약에 여학생이 남자를 마음에 들어한다면 두 사람은 러브샷을 한다. 그러나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술을 신청한 그 남학생만 두 잔을 마시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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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신청이 들어왔기에, 마음에 안 들어서 상대에게 술을 부어줬다. 그날 술잔을 받은 여학생 중엔 남자친구 있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러브샷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거절했을 때. 남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OO대 왜 이렇게 재미없게 노냐. 한 번은 받아줘도 되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튕기냐?” 억지로 러브샷 강요하는 것도 성희롱이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재미없다는 말 듣기 싫으면 남자의 마음을 받아줘야 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Toon 03 자취 편

안전이란 이름의 2000만원

※ 이번 기사는 대학생 5분과 함께 좌담을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814호 – issue]

Editor 이정섭 조아라 ahrajo@univ.me

Intern 신희승

Illustrator 민서영

섹스와 욕망이 가득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스튜디오 소란”에서 컷툰 <썅년의미학>을 연재중.

야한 걸 좋아하지만 너랑은 섹스 안합니다. www.facebook.com/StudioSo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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