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티를 벗지 못한 풋풋한 외모,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정장 차림. 학창시절 풋사과 같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던 교생 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다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우리가 그 ‘교생 선생님’으로 학생들 앞에 서게 되는데…
교대, 사범대, 교직이수. 교사가 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생실습을 나간다. 그리고 한 달 남짓한 짧은 실습 기간은 한 사람의 진로를 바꿔 놓을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이다. 교생실습을 통해 교직의 길에 확신을 갖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교직에서 영영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교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 교생들은 어떤 4주를 보내고 오는 걸까? 경험자들에게 물어 교생 실습 나가면 생기는 일들을 정리해 봤다.
실습을 앞둔 대학생이 갖는 몇 가지 로망이 있다. 그중 1순위는 인기폭발 교생선생님이 되는 것. 내가 수업하면 애들이 막 눈에서 하트 뿜으면서 쳐다보고, 복도만 지나가도 “선생님 예뻐요! 멋져요!” 난리 나는 뭐 그런 거 있잖아(부끄). 그 밖에도 실습 나간 학교에 교생이 아닌 교사로 돌아오는 것, 졸업한 애들이 연락 와서 술 사달라고 하는 것 등. 대부분의 학생이 실습 나가기 전 온갖 기대를 품는다.
희망적인 건 교생 실습은 꽤 실현 가능성 높은 로망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했던 다른 헛된 로망(ex. 대학 가면 애인 생겨)에 비하면… 대표적으로 학교에 있을 땐 동기1이었던 친구가 갑자기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왜 교생 실습 나갔다 온 선배들이 연예인병에 걸려 돌아오는지 겪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Tip
– 상상했던 것만큼 요란한 환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 말자. 애정을 표현하며 먼저 다가오는 학생은 극소수이고, 조용히 지지해주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한달 동안 말 한마디 붙이지 않던 아이가 마지막 날 와서 편지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실습 나갈 때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옷차림이다. 옷은 무엇을 입을지, 치마는 너무 짧지 않은지, 머리 모양은 단정한지, 매일 같은 자켓을 입어도 될지 등등. 평소에 청바지+투맨 조합을 즐기던 사람이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새로 사야 하는 재앙이 일어날 거다. 실제로 실습 동기 Y양은 실습 나가기 전에 백화점에서 한 달 알바비를 긁었다.
옷차림 고민은 실습이 시작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당장 한 두벌은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샀더라도, 매일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옷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습 기간 동안은 매일 저녁 이 생각을 하며 잠들게 된다. “내일은 뭐 입지…”
Tip
– 남자 정장은 비싸므로 여러 벌 구매하기가 어렵다.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이 신경 쓰인다면, 동료 교생 혹은 근처 학교 교생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옷을 돌려 입는 방법도 있다.
– 은갈치 정장은 반드시 피해라. 4주 내내, 혹은 평생 ‘은갈치 선생님’으로 불릴지도…
– 사범대, 교대생이라면 1학년 때부터 단정한 정장 스타일 옷을 차곡차곡 사 모으는 것을 추천. 자신에게 맞는 정장 스타일을 남들보다 일찍 찾을 수 있다.
자 이제 교생 실습의 꽃, 수업 시연이 남았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수업을 하겠다는 패기와 열정을 담아 전날 밤을 꼬박 샌다. 지도안을 짜고, 교과서를 읽고 또 읽고, 아이들과 함께 풀 유인물까지 열심히 만들어 간다. 아이들의 엄청난 호응을 기대하며… 하지만 현실은 판서를 시작하자마자 애들이 존다. 그나마 깨 있는 애들은 떠든다. 심지어 과자 먹는 놈도 있다. 하…
수업 시연을 할 때는 본인이 계획했던 방향대로 수업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는 편이 좋다. 초등학교 교생이었던 B군은 첫 수업에 아이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역할놀이를 준비해갔다. 시작 전엔 서로 좋은 역할을 하겠다고 싸울까 봐 걱정이었으나, 웬걸. 역할을 맡겠다는 아이가 없어서 민망했다고.
Tip
– 교생 첫 주, B군은 생각보다 교생에 관심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쪽지와 몽쉘을 돌렸다. 그리고 단번에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 애나 어른이나 먹을 거 주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다.
–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같다. 동작도, 목소리도 평소보다 조금은 과하게 연출해야 주의를 끌 수 있다.
교생 실습 기간은 보통 4주다. 4주 동안 실습생들은 시험 기간 맞먹는 엄청난 체력 소모를 경험하게 된다. 학교에 다닐 때와 달리 아이들 앞에서도, 선생님들 앞에서도 항상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 갑자기 적응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Tip 주차별 정리
– 1주차에는 말 그대로 적응의 시간. 학교 구조와 선생님들 성함을 익히고 아이들 이름을 외우느라 몸은 물론 머릿속까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 2주차에는 대체로 수업 참관을 시작하는 기간이다. 교실 뒤에 서서 4~50분을 보내며 참관록을 쓰고 아이들과 부지런히 친해지는 시간.
– 3주차는 본격적으로 직접 수업을 하는 기간이다. 지도안을 작성하고 실제로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해본다. 다음날 수업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담당 선생님이 교실 뒤에서 던지는 날카로운 눈빛을 기억하면서 긴장 속에 잠드는 기간.
– 4월 교생의 경우 마지막 4주차에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과 겹치는 경우가 있다. 운 좋게(?) 시험 기간이 겹치면 시험 감독만 하고 오후 시간은 비교적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해서 편할 거 같다고? 오히려 무료하고 나른한 시간을 보내느라 몸은 더 쳐지고 정든 곳을 떠날 생각에 마음 한 켠이 편하지 않다.
교생실습은 인맥을 넓혀주는 장이다. 보통 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타 대학교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는데, 실습 학교에는 다양한 대학의 교생들이 모이기 때문.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친해지는 속도도 LTE 급이다. 실습 끝날 때쯤 되면, 만난 지 한 달 된 사람이 아니라 죽마고우 같은 느낌.
그 누구보다 나의 고통(?)에 공감해주며 응원해준 동료 교생들이 있어서 힘든 실습을 무사히 버텼다는 사람이 많다. 이때 사귄 친구들은 같은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실습이 끝나도 자주 만나 어울리게 된다.
Tip
– 실습 학교를 모교로 배정해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창을 동료로 만날 수도 있다.
학교의 막내로 들어가 하루 종일 잔뜩 긴장한 상태로 4주를 보내고, 8시부터 5시까지 학교에 갇혀 출퇴근 시간을 꼭꼭 지켜야 하는 생활은 대학생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임용고시를 앞둔 부담감과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까지. 하지만 이 모든 걸 이겨내고 꿋꿋이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바로 아이들의 순수한 진심이다.
S군은 끝까지 다 마시라며 콜라 한 잔을 건네주던 한 학생을 기억하고 있다. 콜라를 다 마시고 나자 콜라병 밑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선생님이 우리 반에 와서 좋아요’라고 쓴 사인펜 편지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교생 마지막 날 칠판 한가득 ‘선생님 가지 마세요’를 써준 아이들의 마음. 교생선생님이 계속 수업했으면 좋겠다는 말. 선생님의 목소리가 작으니 우리도 조용히 하자고 말해주는 아이까지. 갑자기 학교에 찾아온 교생 선생님에게 사랑의 하트를 마구 뿜어주는 학생들을 보면 이 맛에 선생님 하나 싶다.
Tip
– 아이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고 싶다면, 일단 이름을 빨리 외우고 이름으로 아이들을 불러주자.
– 조종례 시간이나 청소 시간 등을 활용하여 되도록 많은 아이들과 상담을 하자. 담임 선생님에게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돈독해질 수 있다.
사범대나 교대를 다니고 있지만 ‘과연 이 길이 맞나?’하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을 때, 교생 실습은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교직이수를 하는 L은 초반에는 힘든 일도 많았으나 아이들의 순수한 애정을 받는다면 충분한 보상이 되겠다는 생각에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반면 H는 교원 사회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크게 실망해서 다시는 학교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어떤 결론을 내렸든, 더 이상 등교가 아닌 출근을 하고,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교에 다녔던 4주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한 발짝 어른이 된다.
Tip
– 교생 실습 기간은 교직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선생님이 시키시는 일을 비롯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실제 교사 업무를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 교생 실습을 나가기 전, 내가 이 교생 기간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 좋다.
Director 김혜원
Illustrator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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