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이런 순간에 이름을 붙인다면
‘사마르’하고 싶은 계절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세상엔 언어로 옮길 수 없는 게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섰을 때, 한 사람 때문에 너무 행복하거나 슬플 때, 그래서 우리는 고작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란 수식어를 동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순간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라일락 향기가 퍼져나가는 오월의 밤공기를, 맑은 날 오후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널 때 마음이 잠시 붕 떠오르는 순간을 누군가에게 그대로 전하는 게 가능할까?
이 근사한 책을 만났을 때, 그래서 반가웠다. 책의 부제는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들’. 지구상 어딘가에는 어떤 순간과 풍경에 고유한 이름을 붙여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INFO + Lost in Translation .13800원
이를테면 스웨덴 사람들은 ‘물결 위로 길처럼 뜬 달빛’을 ‘몽가타(Mangata)’라고 부른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긴장과 기대로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에는 ‘레스페베르(Resfeber)’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가 진 뒤, 잠도 잊고 밤늦도록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사마르’라 부르는 아랍 사람들도 있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는 고요한 순간’을 ‘보케토’라 부르는 일본 사람들도 있다.
여태껏 모르고 살았는데, 알게 되고 나니 그런 순간에 놓이면 꼭 한 번 쓰고 싶어지는 말들이다. 나라별 특수한 자연환경 때문에 생긴 말도 있다. 말레이시아에 ‘바나나 한 개를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피산 자프라(Pisan Zapra)’란 말이 있는 것, 핀란드에 ‘순록 한 마리가 쉬지 않고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포론쿠세마 (Poronkusema)’란 말이 있는 건 얼마나 귀여운 일인지.
잔잔한 그림들이 그려진 책을 읽는 동안, 낯선 단어를 하나씩 깨쳐가던 어린 시절처럼 즐거웠다. 그즈음 만난 친구들에게마다 이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발견한 좋은 것을 들뜬 마음으로 친구에게 권하는 것.’ 세상 어딘가엔 그런 마음을 뜻하는 단어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형태를 가지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바로 그 부족한 언어 덕분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근사한 책을 만났을 때, 그래서 반가웠다. 책의 부제는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들’. 지구상 어딘가에는 어떤 순간과 풍경에 고유한 이름을 붙여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스웨덴 사람들은 ‘물결 위로 길처럼 뜬 달빛’을 ‘몽가타(Mangata)’라고 부른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긴장과 기대로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에는 ‘레스페베르(Resfeber)’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가 진 뒤, 잠도 잊고 밤늦도록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사마르’라 부르는 아랍 사람들도 있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는 고요한 순간’을 ‘보케토’라 부르는 일본 사람들도 있다.
여태껏 모르고 살았는데, 알게 되고 나니 그런 순간에 놓이면 꼭 한 번 쓰고 싶어지는 말들이다. 나라별 특수한 자연환경 때문에 생긴 말도 있다. 말레이시아에 ‘바나나 한 개를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피산 자프라(Pisan Zapra)’란 말이 있는 것, 핀란드에 ‘순록 한 마리가 쉬지 않고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포론쿠세마 (Poronkusema)’란 말이 있는 건 얼마나 귀여운 일인지.
잔잔한 그림들이 그려진 책을 읽는 동안, 낯선 단어를 하나씩 깨쳐가던 어린 시절처럼 즐거웠다. 그즈음 만난 친구들에게마다 이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발견한 좋은 것을 들뜬 마음으로 친구에게 권하는 것.’ 세상 어딘가엔 그런 마음을 뜻하는 단어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형태를 가지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바로 그 부족한 언어 덕분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Photographer 김준용
#스웨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