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연단에 올라 말씀하십니다. “이 자리를 빌어 어쩌고저쩌고….” 어르신은 아실까요? ‘빌어’가 아닌 ‘빌려’로 고쳐 말씀하셔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을 질책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88년 표준어 규정 개정 전에는 ‘이 자리를 빌려’가 맞는 문장이었거든요.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변하면서 표준어도 따라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게 쉽게 고쳐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보니 어르 신들은 예전 말투를 그대로 유지하셨고, 그런 세대를 부모로 둔 우리는 자연스레 그 말을 따라 쓰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건 누구 잘못이다? 국립국어원 잘못이다! 원래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남 탓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평생 남 탓만 하며 살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잘 알아두도록 합시다.
‘빌려’는 ‘빌리다’를 활용한 말입니다. 빌릴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돈, 물건, 도움, 기회 등등.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자리를 빌려’는 ‘기회’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평소엔 말하기가 머쓱했거든. 이번 기회에 꼭 말하고 싶은데 이 자리 좀 잠깐 빌려서 말해도 될까?” 이 정도 느낌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빌어’는 ‘빌다’를 활용한 말입니다. “예수님, 부처님,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비록 시험공부는 안 했지만 성적은 잘 나오게 해주시옵소서.” 믿지도 않는 신을 찾으며 소원을 빌 때. “이번 시험은 망했지만 기말고사는 잘 볼게. 진짜야!” 엄마의 등짝 스매싱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 때, 양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바른 맞춤법을 설명하고 있는 저로 인해, 여러분의 지성이 조금이라도 충전되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빌리다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3.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하다.
빌다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816호 – 마춤법vs맞춤법]
Freelancer 이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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