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나이, 성별, 학교, 사는 동네까지 부지런히 적는다. 고작 아르바이트 이력서에 뭐 이리도 쓸 게 많을까. 포토샵으로 증명사진을 재창조하다 기어이 신경질이 솟구친다. 대체 커피 내리거나 계산하는 데 얼굴이나 몸무게가 무슨 쓸모인 건데?

 

토익 점수만큼 답 없는 현실에 질려서 탈출을 꿈꾸는 194593094번째 사람이 된 것을 축하한다. 일단 못 해 먹겠다고 지르긴 질렀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마땅치가 않고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다면 딱 맞게 찾아오셨다. 체코와 스페인, 프랑스를 누비며 살아가는 스냅 전문 포토그래퍼 최우석씨 이야기를 꺼내려던 참이거든.

 

똑같은 표정으로 박아낸 증명사진을 이력서에 첨부 하는 인생 대신, 그는 뷰파인더에 사람들의 특별한 순간과 여행을 담는 삶을 택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사진학과 전공자도, 해외 교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전문성’으로 복잡해지려는 머리를 최우석씨는 이토록 깔끔한 한마디로 정리해주었다.

 

“사진은 취미로 시작했어요.”


 

스냅 전문 포토그래퍼 최우석

 

 

EDITOR : 여행 온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사진을 찍어 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최우석(이하 최) : 바로 그래서 “나 사진 좀 찍을 줄 아는데?”라며 무작정 덤비는 게 제일 위험해요. 언제든 돌발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고, 놓친 순간은 되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대처가 미숙하면 돈 주고도 못 사는 고객님의 시간에 막대한 피해가 갑니다. 만약 스냅 포토그래퍼를 꿈꾸신다면, ‘내 결혼식을 촬영할 작가가 딱 나 정도의 실력이라면’하는 것을 고민해보셔야 해요.

 

E : 카메라 앱에 의지해 키워놨던 자신감이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하는데요….

 

: 저도 고등학생 때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카메라 살 돈이 없어 휴대폰으로 찍곤 했었죠. 성인이 되자마자, 첫 아르바이트 비를 모아 카메라를 샀죠.

 

E : 그 뒤로 원 없이 사진 공부에 매진하셨나요?

 

: 의외로 전혀 관련이 없는 항공시스템학과로 입학했어요. 당연히 학과 공부보다는 사진에 관심이 많았죠. 스무 살부터 사진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까요.

 

E : 스무 살에 벌써 포토그래퍼로 데뷔라니!

 

: 에이, 그땐 정말 용돈벌이 정도였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중 시급이 가장 좋아서 선택했으니까요.(웃음) 그래도 어깨너머로 좋은 가르침을 받은 시간이었어요. 인터넷 쇼핑몰, 증명사진 전문 스튜디오, 돌이나 웨딩 스냅 현장을 거치면서 사진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배웠거든요.

 

E : 취미가 더 이상 취미가 아니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 군대 다녀오고 보니, 맞지도 않는 전공공부를 하느니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복학하는 대신 취업현장에 뛰어들었죠. 그런데 정말 상상했던 회사생활이 아니더라고요.(웃음)

 

 

E : 이제 슬슬 탈출의 기미가 보이는데요!

 

: 본업이 있는데도 주말이면 사진 촬영을 투잡으로 하곤 했거든요. 한국에서 뾰족한 수가 없다면 아예 해외로 나가자 싶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어서, 일단 가서 방법을 찾아보려고 바로 독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준비했죠.

 

E : 처음부터 지금 사는 체코로 온 게 아니었군요.

 

: 네, 체코에 오기까지… 속 풀이를 하자고 들면 정말 끝도 없을 거예요, 어휴.(웃음)

 

E : 끝도 없는 사연 중 하나만 시원하게 풀어주세요~

 

: 임시 거처를 구할 때 한인민박에 장기 숙박을 예약했었어요. 현지에 정착하신데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이니 약간의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그 점을 악용 당해 어느 순간 제가 직원처럼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E :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요?

 

: 독일에서는 별로 좋지 못하게 마무리됐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을 떠나기 직전, 유럽에서 일할 포토그래퍼를 구한다는 곳에 응시했었거든요. 회신이 왔는데, “본인 사진을 보내주세요.” 하더라고요. 부랴부랴 추가 포트폴리오를 발송했더니, ‘본인 셀카’를 보내달라는 얘기였다더군요. 그 이후 아예 회사를 차리자 싶더라고요.

 

E : 황당해서 할 말이 없네요…. 그런데 체코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 게 아니었나요?

 

: 마음이 맞는 전문 포토그래퍼들을 모아 ‘PROJECT 美’라는 스냅 전문 업체를 열었어요. 현재 프라하에 거주하고 있는 저를 포함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에서 합법적인 체류를 하고 있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E : 모두 신원이 확실한 분들이군요.(웃음)

 

: 사소해 보여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타국에서 무허가로 일하는 건 엄연한 범법 행위니까요. 포토그래퍼는 물론이고 일을 의뢰한 고객까지도 처벌 받거나 추방될 수 있으니 반드시 확인 하셔야 해요.

 

 

E : 해외에서 아예 창업까지. 정착이 200배 정도 힘드셨을 것 같아요.

 

: 워킹홀리데이가 아니라, 아예 워킹 허가를 받아 회사를 설립하려니 모든 것이 문제더군요. 행정 시스템은 낯설지, 공무원은 고압적이지, 모든 서류는 체코어로만 되어 있기도 했고요. 사실 혼자 진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요. 이런 일을 맡아해줄 에이전트를 잘 고르셔야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진행하실 수 있어요.

 

E : 프라하에 정착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 찾아주는 고객이 있는 도시를 선택해야 했어요. 곧 인기 있는 ‘관광지’여야 한다는 뜻이죠. 각국의 수도 혹은 대도시 위주만 남더라고요. 체코의 프라하는 대도시이면서도 물가는 저렴하고, 한국 기업들도 진출해 있어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수월했죠.

 

E : 체코에서 일도 하고, 신혼생활도 즐기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매일매일 꽃길일 듯.

 

: 일상이 그렇게 화려하거나 거창하지는 않아요. 다만 회사원처럼 출근하는 날과 쉬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예약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온종일 촬영만 하는 경우도 있고, 비수기에는 3~4일 연달아 휴가를 쓰기도 해요. 그럴 때는 아내와 한국이나 주변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편이에요.

 

E : 이게 바로 말로만 들었던 ‘여행하는 삶’이로군요.

 

 

: 하하. 한국과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여유롭고 만족스럽죠.

 

E : 요즘은 통장에서도 참된 여유로움을 느끼시나요?

 

: 금전적인 부분이라면, 생활수준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이지만 세금이 정말 많거든요.(웃음) 법인세부터 시작해서 기타 부가세까지. 오로지 돈 버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유럽에 자리를 잡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말에 잠깐 데이트하는 게 전부일 정도로 빡빡한데, 여기서는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거든요. 못 가본 나라들도 부지런히 가볼 수 있고요.

 

E : 하지만 여가 시간과는 달리, 포토그래퍼의 작업 과정은 상당히 빡빡하지 않나요. 일단 장비만 해도….

 

: 아무래도 촬영을 하면 할수록 잘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더 그래요. 어디 여행을 가더라도 가볍게 가지를 못하죠. 이 렌즈는 인물 촬영할 때 필요하고, 저 렌즈는 풍경 촬영할 때 필요하고, 조명도 챙기고. 그렇게 짐을 꾸리다 보면 어깨가 내려 앉을 법한 무게의 가방이 탄생하거든요. 기를 쓰고 메고, 들고, 안고 다니죠.

 

E : 흔히 ‘뽀샵’이라고 부르는 후보정 작업도 보통이 아닐 것 같아요. 어떻게든 이 직업의 결점을 찾아내려는 기분이 든다면 착각입니다.(웃음)

 

: 아, 고객 분들의 사진을 리터칭할 때 고민이 커요. 사실 저는 감성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개인 작업물은 대부분 어두운 사진들이고요.(웃음) 그래서 촬영 당일의 분위기나 고객의 성향 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리터칭합니다.

참, 최근에는 포토그래퍼가 촬영을 하고, 리터처가 보정하는 식으로 분담을 하는 업체도 있어요. 그런데 촬영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정 하다가 디테일들을 놓칠 수 있거든요. 자신이 한 촬영은 반드시 보정도 스스로 하는 게 좋아요.

 

 

E : 평소 작업 성향과 정반대인데도 스냅을 업으로 삼으신 게 특이해요.

 

: 스냅만의 묘미가 있거든요.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본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이죠. 그렇게 담아낸 사진이 좋은 반응을 얻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영화 <메멘토>에 나오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Record Governs Memory)”라는 대사처럼,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요. 하지만 스냅은 행복한 순간을 기록으로 영원히 남길 수 있죠.

 

E : 그간 축적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으시겠죠?

 

: 사진은 교감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해외 스냅은 대부분 촬영 당일 처음 만나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바로 촬영들어 가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 서면 잘 웃다가도 급격히 어색해지는 마법에 걸리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말을 많이 합니다. ‘아무 말 대잔치’로 긴장을 풀고 편안한 분위기로 만드는 거죠.

 

E : 노하우 알려주신 김에 체코의 비밀스러운 핫플레이스도 하나만 가르쳐주세요!

 

: 보통 프라하나 체스키 크롬로프만 다녀가시는데요. 프라하 근교에 ‘프라브치츠카 브라나’라는 곳이 있어요. 한국에는 ‘천국의 문’ 또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촬영 장소로 알려진 곳인데 자연경관이 굉장하죠. 이곳 전망대에서는 인생 프로필을 건질 수 있습니다!

 

E : 유럽 아닌 현실에서 사진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 먼저 카메라와 렌즈의 특징을 공부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가지고 있는 장비로 찍을 수 있는 사진과 아닌 사진을 구분할 수 있죠. 그런 다음 직접 찍어 보고 싶은 사진과 비슷해질 때까지 따라서 촬영해보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필요할 때, 익힌 기술을 꺼내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예요.


해외에서 스냅 전문 포토그래퍼로 살아가는 TIP 4

 

불법체류 노동은 NO

현지에서 일하려 취업 비자가 필수. 주변사람들의 ‘카더라 통신 ’믿지말고, 법적·행정적 절차를 꼼꼼히 확인하고 진행할 것.

 

자기 PR 전성시대

포토그래퍼는 사진만 찍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지를 판매하는 영업직 사원도 겸해야 한다.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색감과 콘셉트를 꾸준히 개발할 것.

 

감성돋게 촬영하기

여행이나 웨딩 스냅은 감성 빼면 시체. 때론 전체적인 그림에 더해 타일과 같은 세부적인 요소에 집중 하자.

 

체력 관리

무거운 장비를 들고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니 컨디션이 나쁘면 좋은 사진을 얻기 어렵다. 금주·금연 등 체력 관리는 기본


[816호 – real guide]

사진 제공 PROJECT美 www.project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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