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20대들의 고민이 바뀌고 있다. 예전엔 “이러다 결혼 못 하는 거 아냐?”였다면 이젠 “결혼 안 하고 살 수는 없을까?”를 궁리한다.

 

결혼이 당연한 삶의 절차로 여겨지던 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미혼(未婚)이라 불렸다. ‘비혼(非婚)’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7명이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비싼 집값, 경력 단절 등 결혼이 꺼려지는 이유는 많다.

 

그럼에도 막상 비혼이 내 얘기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결혼하지 않고 어떻게 살지, 일종의 ‘롤 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혼을 결심하고 그 결심대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김애순, 76세

누군가와 같이 산다고 해서 없던 행복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왜 결혼 안 하냐 물으면 “나 대적할 사람 없다”고 답하는 이 분. 비혼의 선구자. 비혼 롤 모델. 비혼 걸크러시. 김애순씨는 76세이고, 여전히 비혼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왜냐고? 행복하니까.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영상이 화제였어요. 당당하고 행복해보이는 모습에 다들 감명 받은 것 같더라고요.

행복하지요. 걱정이 없거든. 우리 나이에는 다 손자 손녀가 있는데, 거기서 매일 일이 일어나요. 손자가 아프기라도 해봐. 얼마나 걱정이야. 자식들 다 결혼하고 자리 잡아도 걱정은 끝이 없어. 그리고 내 나이되면 다들 남편 밥 챙겨주는 거 힘들어서 행복 하지도 않아. 요즘엔 한 끼 먹으면 일식님, 두 끼 먹으면 이식넘, 세 끼 다 먹으면 삼시개세끼라고 한다잖어~. 오홍홍. 나는 그런 스트레스가 없지.

 

비혼이면 본인에게 더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젊어서부터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어. 국회의원 비서관도 했었어.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거든. 근데 옆에서 보니 할 게 아니더라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 너무 싫었어. 그러다 유신이 나고, 그 뒤에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으면서 국회가 두 번 해산된 적이 있어요. 그 틈에 국회를 나오게 된 거지.

 

유, 유신이요? 국회가 해산될 때 거기 계셨군요.

맞아. 타이밍이 참 그랬지. 첫 직업이 공무원이었는데, 퇴근하면 사법고시 공부를 했어. 힘없는 사람들 변호해주려고. 근데 시험문제가 유출돼서 문제 하나당 10만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난 거예요. 아이고, 이렇게 부정한 거라면 접자 그랬죠. 이때도 타이밍이 별로였지. 그 뒤에 서울로 와서 잡지사에 기자로 들어갔어요. 꼭 국회의원이나 변호사가 아니라도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 같아.

 

여러 직장에 계셨는데 대시하는 사람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있었지. 공무원으로 있을 때는 몇몇 남자들이 “가시 돋친 장미는 꺾어야 맛”이라며 졸졸 따라다닌 적도 있어요. 그럼 나는 “어디 한번 꺾어보세요” 했지. 그러면 질려서 그만두고 그랬죠.

 

그동안 왜 결혼 안하냐고 묻는 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왜 결혼 안 하냐고 하면 나는 그랬어. “나 대적할 사람 없어.” 그럼 웃고 넘어가지. 농담으로 받아치고 적당히 웃으면서 넘기면 돼요.

 

평소에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시는지 궁금해요.

새벽에 일어나면 신문 읽고 요가도 해요. 신문 읽는 걸 좋아하거든. 요가는 건강 때문에 하는데, 병원에 가니까 피가 40대 수준으로 건강하대. 그 뒤로 더 열심히 하고 있지. 그리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어린이 박물관에서 자원봉사 다니고, 그 외에는 친구들 만나서 놀아. 아유, 바빠.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안 느껴져요.

아쉬운 거 없어요. 자식? 자식 있어봤자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야. 아플 때?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가족이 있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니잖아. 음식도 요즘엔 다 배달해주고 빨래도 세탁기가 알아서 해줘. 난 다시 태어나도 결혼 안 해요. 얼마나 좋아. 홍홍.

 

비혼과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결혼에는 정년이 없어요. 자기가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이 될 때, 죽고 못 사는 애인이 생겼을 때 그때 하면 되는 거야. 요즘엔 늦어서 결혼 못 하고 그런 거 없으니까 초조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일찍 한다고 행복하고 늦게 하거나 안 한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야. 주위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주관대로 살면 돼요. 몸 건강히 경제력 잃지 않고 좋은 친구랑 함께하면 그뿐이야.


[818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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