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스웩’ 넘 치는 사람들만의 특별한 문화.

 

하지만 온화한 외모에 조곤조곤한 말투를 지닌 타투이스트 황도씨를 마주하고 나면, 그런 선입견은 1분도 못 가 사라질 거다.

 

“타투는 시간이 흐르고 자외선을 쏘이면서 피부와 같이 늙어가는 존재예요. 상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자연스럽죠.”

 

황도씨에게 타투는 변화하는 것. 남들이 가는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모난 돌 취급받는 이곳에서, 때로는 복잡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이 되어주기도 한다. 신체에 새긴 타투로 서로간의 다름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는 타투이스트. 낯설 수는 있다. 하지만 ‘유별나다’ 속단하고 페이지를 넘겨버리지는 마시길.


타투이스트 황도

 

 

EDITOR 막연히 작업실이 어두울 거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밝아요.

 

황도 저는 시력이 나빠서 밝은 공간이 좋더라고요. 타투 작업 전 밑그림을 그려야 하기도 하고요

 

E 첫 질문부터 ‘타투’에 대한 고정관념이 깃든 것 같아 부끄럽네요….

 

저조차도 20대에는 타투에 부정적이었어요. “그거 안 지워지잖아. 후회하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죠.

 

E 타투를 업으로 삼게 될 만큼 인상이 확 변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을 자퇴하려고 했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집안의 반대가 있어서 인문계로 진학했거든요. ‘그림 하면 홍대지!’ 하고 같은 대학의 문과대를 가게 된 거죠.(웃음) 결국 그림을 그리려거든 졸업이나 하라고 하셔서 겨우겨우 마치고 인도로 여행을 떠났어요. 유독 몸에 타투를 한 여행자들이 많았는데, 유심히 관찰해보니 신기한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E 모두 같은 모양의 타투를 했던 건 아닐 테고….

 

무섭고 불량할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타인을 대할 때 예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생면부지 타인에 대한 편견도 없더군요. 이후 여행을 갈 때마다, 타투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을 하나씩 허물기 시작했죠.

 

E 의외예요. 피부 위 ‘타투’는 몸만 변화시킬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에도 영향을 주다니.

 

타투가 제 안의 벽을 깨고, 나와 겉모습이나 취향이 다를 뿐 틀린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 거죠. 덕분에 ‘성소수자의 인권’과 같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E 맞아요. 우리는 정해진 선 밖의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교육을 받아 왔잖아요. 부모님 세대는 아직도 타투하면 ‘조폭’을 떠올리는 분도 많고요. 그래서 타투이스트가 되겠다는 결정이 더 용감하게 느껴져요.

 

아직 저도 어머니께는 말씀 못 드렸어요. 지금 제가 출판사에 다니는 줄 아세요. 아버지만 알고 계시죠.

 

E 아쉽지만 절반의 찬성이군요.

 

아버지가 오토바이 타는 것도 좋아하시고, 스킨스쿠버 마스터 자격증을 따러 해외에도 다녀오시는 분이에요. 어머님들이 말씀하시는 ‘큰 아들’ 같은?(웃음) 제게는 굉장한 커밍아웃이었는데, 아버지는 “그걸로 돈 벌 수 있니? 그럼 오케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허락이나 인정을 받지 않아도 ‘내 인생인데, 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하고, 행동으로 옮긴 게 가장 큰 원동력이었어요.

 

01 이 구역의 쫄보 에디터는 타투 대신 헤나를☆

취미로 진행한다는 헤나는 유해 성분이 들어간 공장제가 아닌, 핸드메이드 반죽이라 안전하다.

 

E 혹시 지금 본인 몸에도 타투가 있나요?

 

허벅지에 작게 있어요. 저를 상징하는 황도와 도마뱀, 재물운을 가져온다고 많이들 하시는 금붕어를 그렸죠.(웃음) 타투를 크게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어머니께 비밀이라…이 인터뷰를 읽게 되실지도 모르겠네요.

 

E 최대한 타투이스트의 멋짐이 철철 흐르도록 인터뷰해야겠네요! 늘 궁금했는데, 어떻게 연습을 하시나요?

 

처음에는 대부분 고무판에 하죠. 사람마다, 피부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발색되는 섬세한 작업이라 일단 바늘이 일정 깊이 이상으로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해요. 너무 깊이 찔러 피부 속에서 잉크가 터지면, 조직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방지하기 위해 레몬이나 오렌지처럼 구형 과일에 잉크를 집어넣는 연습을 오래 해야 해요.

숙달되는 과정 동안 돼지 껍질이나 실리콘 피부 위에 연습하기도 해요. 이 단계에서는 실제 사람 피부와 유사한 굴곡에서의 표현을 해보는 거죠.

 

E 타투이스트 황도가 처음으로 작업한 타투는 어떤 것이었나요?

 

첫 타투는 사부님의 몸에 있어요. 3년 정도 수련을 했지만 사람 몸에 잉크를 넣는 건, 더군다나 제 그림을 영구적으로 몸에 남기는 건 겁나는 일이에요. 교육기간 동안 속도가 조금이라도 빠르거나 힘이 세면 피부가 터지거나 심한 경우 찢어질 수도 있다, 등등 온갖 무서운 말을 많이 들어요. 게다가 좀 웃긴 게, 제가 바늘을 무서워했거든요. 작업하는 내내 사부가 피드백 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되었죠.

 

02 완성되기까지 최소 일주일이 걸리는 도안들.

도안마다 고객의 사연을 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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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독학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 가면 배울 수 있을까요?

 

학원식 교육도 있긴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과외식이 우세해요. 타투 작품을 찾아보고 원하는 선생님에게, 일정 금액을 내고 배우는 거죠. 그런데 저와 달리 도제식으로 배우는 분들도 많다고는 들었어요.

 

물론 어깨너머로 배우면 습득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일부 악덕 숍에서는 조수로 청소나 잡일을 시키면서 열정 페이를 주고, 여성 실습생의 경우에는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리기도 해요. 그런 곳들도 수업비는 전부 받거든요. 최소 등록금 수준의 수업비를 내고 배우러 갔다면, 인격적으로 예의를 지키는 선생님을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굳이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이잖아요.

 

E 바늘 쓰는 스킬만 배운다고 되는 건 아닐 것 같아요. 그림에 대한 감각도 필요해 보여요.

 

상대적으로 미술을 하다가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일반적인 그림이랑은 아무래도 다르죠. 신체 특정 부위에 가장 예쁘게 보일 수 있는 형태와 크기까지 고려해야 해요.

 

E 한 번 쓴 도안은 절대 다시 쓰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손님이 참고 도안을 가져 오셔도 제 식으로 변형해서 그려요. 타투이스트마다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있으니까요. 어디에다 어떤 도안을 배치하고 싶은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도안을 그리기 시작해요. 음표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기호가 아닌 이상, 같은 도안은 그리지 않아요.

 

03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타투.

 

E 그런 직업윤리가 있군요. 그런데 직업을 선택할 때는 앞서 부모님이 걱정하신 대로, ‘먹고 살 수는 있나’도 중요한 요소예요.

 

인도에서 돌아와 월 130만원을 받고 학원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보다는 확실히 괜찮습니다. 제가 난시에 허리 디스크가 있어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다보니 작업량이 적은 편이거든요. 하루에 1~2건, 3시간 정도가 최대죠. 그래서 작업 기간이 3개월 이상 걸리는 큰 도안을 하지 못하는데도, 숍 유지가 가능해요.

 

E 돈으로 살 수 없는 ‘여유로움’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네요.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죠. 요즘에는 일과 끝내고 밤에 오시는 직장인 분들이 많아서 밤 근무를 해야 할 때가 있지만, 낮 시간에는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고, 서점에 막 입고된 외서를 제일 먼저 읽을 수도 있어요. 작업실 근처에 있는 맛집들엔 붐비지 않는 시간에 찾아갈 수도 있고요. 그럴 때 제일 행복하죠.

 

그럼 제일 불편하고 힘들 때는 언제예요?

 

아직 우리나라에서 타투는 합법이 아니에요. 말하자면, ‘의사’ 자격증이 없으면 타투를 할 수 없다는 거죠. 현재 미용 타투를 하는 한국패션타투협회의 규모도 상당하고, 한국타투협회도 만만치 않아요. 홍대 앞 타투 숍만 300군데가 넘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타투가 음지 문화로 취급받는 건 한국과 일본뿐이죠.

반면 미국이나 호주 등은 아예 나라에서 자격증을 주기도 해요. 자격증이 있는 타투이스트들만 전문 물품을 살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하죠.

 

E 지금 검색해보니, 2015년 정부가 ‘신 직업 추진현황 및 육성계획’ 중 타투이스트를 포함시키기도 했네요.

 

여전히 타투는 ‘그림을 그리는 아트워크’다, ‘의사가 해야 한다’, 의견이 분분해요. 종종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해외로 나갈 것을 권유하는 이유도 그거죠. 기본기를 쌓고 해외로 나가면 비교적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니까요. 국내 유명 타투이스트들도 점점 해외로 나가는 추세에요. 저 역시 고민하고 있고요.

 

제도가 인식을 못 따라가는 대표적인 경우네요. 하지만 이렇게 논란이 있다는 자체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제게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타투를 받으면서, 고민을 잊는다고 말씀하세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기분 전환의 시간인거죠. 하지만 아직도 타투가 아니라 헤나를 받으면서도 “너무 큰 거 아닐까?” “휴가 기간 동안 안 지워져서 윗분들이 보시면 안 되는데….”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안타깝죠.

 

04 도안을 그리려면 이 도구들은 필수지만…

PPL은 아닙니다~

 

E 인터뷰하는 잠깐 동안 타투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인간적인 분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타투를 한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확실히 타투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타투가 없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만약 타투를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없고 내 몸에 있는 것 때문에,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부정적인 시선이나 질문을 받게 될지 몰라요. 그런 경험이 포용력의 깊이를 넓혀준다고 생각해요.

깐깐하고 모난 사람이었던 제가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조금 달라도 멋있고 좋지’ 하게 됐죠. 그런 판단은 남이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E 저 지금 좀 감동 받은 거 같아요. 끝으로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프로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누구나 초보일 때는 실수가 있지만, 반복되어서는 안 되죠. 충분히 감각을 익힌 다음 실전에 임해야 해요. 친구가 연습한다고 팔을 맡겼는데, 균일하게 아물지 않거나 잉크가 다 터져서 커버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천천히 한 걸음씩 가겠다는 마음이 특히 중요합니다.

다른 직업에 비해 창업을 하기까지 자본금 등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생각하거나, 단박에 독립을 할 거라 생각하시는 분은 아예 타투이스트가 되지말아야 해요.


프로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한 TIP 3

 

운명은 만들어가는 거야

국내에서 공부하고자 한다면, 어떤 선생님을 찾느냐가 관건. 운에 맡기지 말고, 발품을 팔아 최소한 직업윤리를 갖춘 선생님을 찾도록 하자.

 

내가 제일 잘 그리는 그림

국내에서 인기 있는 수채화나 펜화, 해골이나 제비로 유명한 올드스쿨, 음영이 없는 블랙앤그레이 등 타투에는 다양한 기법이 있다. 내가 제일 잘 그릴 수 있는 걸 고민하자.

 

연습은 고무판부터

친구 몸이건 본인 몸이건, 함부로 사람 몸에 바늘부터 대지 말 것. 영구적으로 손상된 피부는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818호 – real guide]

Photographer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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