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면 계절학기 다 챙겨 듣고 학점 빨리 따서 조기졸업 해야지!’ 라고 고등학교 때 생각해본 사람들이 있을거다. 현실은 웬걸, 정규학기 수업이나 제대로 가면 다행^^.
결국에는 3~4학년쯤 되어서야 학점에 심각성을 느끼고 계절학기가 무엇인가를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찾아볼수록 어쩐지 내가 아는 계절학기가 그 계절학기가 아닌 것만 같은데…
그래서 계절학기 들어본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계절학기 들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나요?
1. 신청이 반이다
계절학기 수강신청은 신경 안 쓰고 있으면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간다. 보통 과제기간~시험기간에 신청기간이 껴 있기 때문에 정신 없는 사이 이미 끝나있음^^ 학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공지탭에 그냥 한 줄 올라와 있다. 이것이 ㄹㅇ 대학생의 길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쪽 같은 의지로(feat. C뿌려진 성적표) 계절학기 수강신청을 하더라도, 재수강&고학번 등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들이 신청자의 대부분이라 전공과 필수과목은 EXO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한다.
계절학기는 주 5회, 평일 동안 매일 나와야 하기 때문에 방학 때 인턴이나 알바를 하기 힘들다. 2~3주 정도라고는 하지만 방학 통째를 요구하는 다른 활동들이 적지 않은 편. 또 6월초부터 종강하고 바로 여행가자는 7~8월은 성수기라 비싸니까 동기들ㅎ 그리고 무엇보다 종강염불을 외우며 고대했던 종강이 종강이 아니게 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계절학기를 1순위로 두고 신청하기가 정말 힘들다.
2. X나 빡세다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빡세다. 맨날 학교에 와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학점을 따려고 왔다가 오히려 몰살당하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1번의 신청을 끝내고 온 ‘정말’ 절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들 의지에 불타고 있다. (세상에 이치가 그렇듯 내가 열심히 하면 남들은 더 열심히 한다.)
2학년 때 멋모르고 계절학기를 들었던 A양은 ‘평생 A권만 받다가 남은 학기 편하게 다니겠다고 욕심부려서 B+를 받게 되었다’ 며 빡센 계절학기의 폐해를 말해주었다.
또 기본적으로 6개월 동안 배울 것을 3주안에 끝내는 속성 코스이기 때문에 일주일 간격으로 시험을 본다. 때문에 매일 수업을 듣고 매일 공부 해야 하는, 고등학교 때도 안 한 예습-복습을 하게 된다. 수업(3~6시간) + 공부로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하루도 안 빠지고 계절학기 수업을 들었을 때의 story….^^ 정규학기 보다는 출석률이 확연하게 높지만 통학생 J군에 따르면 ‘여름에는 더워서 놀러가고, 겨울에는 추워서 수업에 안 나오게 된다.’ 고 한다. 암만 절박해도 역시 안 나가는 사람은 안 나가게 된다는 것.
하지만 하루 수업이 정규학기의 1주일 수업이라, 한번 빠지게 되면 수업을 따라가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특히 어려운 과목(회계, 통계 등)은 공부할 양도 매우 방대하고, 특성상 하루 수업을 놓치면 다음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ex.분산을 모르면 표준편차를 못 배운다) 그냥 수업 빠진 순간부터 수강료를 다른데 얼마나 알차게 쓸 수 있었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3. 돈 주고 학점사는 기분
내가 모의고사를 망치고 집에 왔을 때 대학생인 오빠가 그랬다. ‘대학교는 돈 있으면 점수 올릴 수 있는데..’ 그땐 X소리라고 생각했으나 대학에 와서 계절학기 가격을 보니 완전 틀린 말은 아니구나 싶었다. 이거 학점장사 아니요? 보통 1학점에 6~8만원으로 3학점인 수업 하나에 18~24만원 정도 한다. 정말 급해서 2개 들으면 최고 48만원까지 깨진다.
이렇게 비싼 가격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와 공부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 공부 안 한 것을 들키기 싫은 마음으로 자기들이 돈을 부담한다. 이렇게 알바 +공부의 뫼비우스에 빠지게 되는데..
P양은 ‘보통 방학 때는 생활비도 벌어야 하는데 계절학기 수강료까지 내려고 하니, 아침에 수업 +수업 후 저녁까지 알바의 생활로 살게 된다.’ (야경주독?)고 말했다.
4. 남들 놀 때 일하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항상 부모님이 하시는 말이 있다. 남들 놀 때 놀고 싶으면 공부 열심히 하라고. 진짜 부모님 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계절학기 수강신청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주마등처럼 수업시간 때 조는 내 모습, 술 먹고 뻗어서 다음날 수업을 가지 않은 내 모습 등이 펼쳐진다.
학기를 불태우고 방학 때 로망을 실현하러 산으로 바다로 놀러가는 친구들의 SNS를 보면서 나는 내일 치는 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 ^^ 나도 방학인데… 나도 대학생인데..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또 학업 외의 인턴, 해외봉사 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괜시리 혼자 뒤쳐지는 느낌도 든다. 남들 공부할 때 놀았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학기 중에 못 만났던 친구들은 왜 이리 만나자고 연락이 오는지…
5. 의외의 장점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장점들이 존재한다. 인터뷰를 부탁했던 10명에 가까운 학생들 모두 입을 모아 ‘방학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계절학기는 들었다^^!는 만족감이 든다.’ 라고 말했다. 2~3주의 숙성코스가 빡센만큼 상당한 성취감을 자아낸다는 그들의 말.
또, 전공이나 필수교양이 아닌 그냥 교양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자들이 적기도 하고, 교수님이 방학 때 수업 듣는 학생들이 불쌍해 점수를 좀 더 준다는 루머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일반 교양에서 재수강을 받았던 B양은 계절학기에 A+를 취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물론 여기에는 교바교(교수 by 교수), 케바케가 적용된다.
또 C군과 J군의 말에 의하면 계절학기는 일주일에 한번 수업하는 정규학기와 달리, 매일 수업을 하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까먹지 않아서 더 집중도 되고 수업을 따라가기도 쉽다고 한다. 여러 과목이 아닌 한 과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
p.s
최대한 다양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계절학기의 진실에 대해 쓰려고 노력 했지만, 학교마다 수업마다 모두 현저하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전공이라도 수강신청이 쉬울 수도, 교양이라도 엄청나게 빡셀 수도 있다. 또 놀랍게도 발등에 불 떨어지지 않은(?) 학생들이 남은 학기를 편하게 다니기 위해 계절학기를 많이 듣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교환학생을 앞두고 있거나, 4학년 때 취업준비에 올인하고 초과학기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들처럼 속성으로 수업 듣고 빨리 학교 때려치는 방법도 추천..
Illustrator 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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