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사는 게 버겁다는 생각. 해본 적 있나요?

 

가끔 사는 게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고, 친구, 가족, 연인의 도리를 하는 일.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숙제처럼 해야하는 것들을 해낼 자신이 없을 때. “살기 싫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그럴 때 펼치면 도움이 되는 소설이에요. 배경은 파리의 빈민가 벨빌. 이곳에는 ‘레 미제라블’, 인생이 힘든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주인공 모모는 엄마 얼굴도, 자기 생일도 모르는 고아이고, 모모의 보호자 로자 아줌마는 아우슈비츠에서 탈출한 늙은 매춘부에요. 이제 겨우 열 살인 소년은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가 병에 걸려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합니다. 이웃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죠. 늙었거나, 병들었거나, 가난하거나. 그들은 서로 돕고 싶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모는 생을, 그리고 로자 아줌마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객관적으론 분명히 암담한 상황인데 이상하게도 희망적인 기분이 들었어요.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났을 땐, 고민에 대한 답을 흐릿하게나마 내릴 수 있었습니다. 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우린 왜 굳이 살아야 하는지.

 

당신에게도 이 책이 위로가 되길 바라며, 소설 <자기 앞의 생>을 소개합니다.

 


1. 행복은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애어른

-주인공 모모

소설은 열살 된 소년 모모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매춘부가 낳은 아이로 이제껏 엄마와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모모는 “나만 빼고 모든 사람에게 다 엄마가 있는 것 같다”며 슬퍼하지만, 한편으론 엄마와 같이 살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는 어른스러운 아이입니다. 당시 프랑스 법에 의하면 매춘부는 아이를 키울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매춘부들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위탁해서 키우곤 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모모의 보호자 로자 아줌마에요. (로자 아줌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따로 하겠습니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된다.

 

<자기 앞의 생> 中

 

내게 제일 좋은 방법은 현실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자기 앞의 생> 中


 

소년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세상의 이치를 다 깨우친 도인 같습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보석 같아서 밑줄을 그어가며 읽을 정도였어요. 그러다 문득 열 살 밖에 안된 아기가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이럴까 싶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열 살이라는 나이는 생의 버거움이나,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엔 아직 너무 어리잖아요. 하지만 우리의 애어른 모모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모모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로자 아줌마와 살고 있지만 이곳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돈 한푼 없고 늙고 병든 매춘부와 사는 자신은 당장 내일 빈민구제소로 끌려갈 수도 있다는 것도. 아이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생이너무 한 것 같다고 불평하면서도, 한편으론 암담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너무 슬퍼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경계합니다.

 


나는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자기 앞의 생> 中


 

2.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의 의미

-모모와 로자 아줌마

모모가 이런 아이로 자란 건, 로자 아줌마의 영향이 컸을 겁니다. 그녀는 모모의 보호자로, 65살 먹은 매춘부에요. 그녀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강제로 수용된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해 살아남은 뒤로도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아줌마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애인은, 그녀가 몸을 팔아 번 돈을 몽땅 빼앗은 뒤 프랑스 경찰에 아줌마를 고발했습니다. 유태인이라는 이유로요. 그렇게 기구한 삶을 겪은, 한때 아름다웠던 소녀는, 이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뚱보가 됐어요.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자기 앞의 생> 中


 

뚱보가 되어 몸을 팔 수 없게 된 아줌마는, 친하게 지내던 창녀들의 아이를 맡아 키워주면서 생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모모도 그 과정에서 맡게 된 아이고요. 그런데 이제 그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누군가를 보살피기엔 너무 늙어버렸거든요. 그녀의 친구들은 다 사라졌고, 아이를 맡기러 오는 사람도 더 없었어요. 아줌마에게 남은 건 모모뿐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모모를 잃을까 봐 늘 두려워해요. 어느 날 누가 나타나 모모를 빼앗아 갈까, 이제 다 커버린 모모가 아줌마를 버리고 가버릴까 무서운 겁니다. 하지만 그건 모모의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에요. 아줌마에게 모모밖에 없듯이 모모에게도 아줌마밖에 없거든요.

 

 

세상에 단 둘뿐이라고 생각하는 모모와 아줌마에게 가장 큰 불행은 둘 중 한 명이 사라지는 겁니다. 그리고 그 불행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다가왔어요. 아줌마의 건강이 나날이 나빠졌거든요. 거동이 불편해져서 이제 혼자서는 칠층 계단을 오르내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불행한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그런지 머리도 좀 이상해진 것 같아요. 아줌마가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굴 때면 모모는 겁이 나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녀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눈 앞이 캄캄했어요.

 


우리가 세상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은 지켜야 했다.

 

<자기 앞의 생> 中


 

하지만 결국 모모는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줌마는 병이 들었고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소년은 결심합니다. 아줌마가 살아 있는 한 그녀를 버리지 않기로. 엄마가 더 이상 돈을 보내주지 않아도 아줌마가 모모를 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이젠 모모가 아줌마를 지켜줄 차례인 거에요.

 


3.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열 살 소년이 짊어진 생의 무게

아줌마를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모모의 마음은 너무 예쁘지만, 안타깝게도 열 살짜리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일단 돈이 없었고, 미성년자 보호법 때문에 나가서 돈을 벌어 오지도 못했죠.

 

설상가상으로 아줌마의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습니다. 치매증상이 심해질 때면, 거리에서 몸을 팔던 시절처럼 립스틱을 진하게 칠하고 교태를 부리곤 했죠. 생이 그녀를 파괴한 거예요. 그 모습을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었던 모모는 집을 뛰쳐나와 버립니다. 그리고 온종일 거리를 헤매면서 야속한 생을 원망해요.

 

 

사실 모모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가난한데다 늙었고 병들기까지 한 유태인 대신 더 나은 가정을 선택했을 겁니다. 차라리 아줌마가 죽는다면 더 이상 괴로울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모모는 누가 봐도 예쁜 아이였습니다.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젊은 여자들이 언제나 주변에 있었어요. 그들을 따라가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모모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모는 결국 로자 아줌마를 버리지 못해요. 로자 아줌마는 지금쯤 혼자 무서워하고 있을 테니까요. 짧은 방황 끝에 모모는 집을 향해 달려갑니다. 아줌마 없이 시간을 보낸 것을 후회하면서.

 

 


4.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로자 아줌마의 죽음과 모모 앞의 생

‘그래서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겠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생은 야속합니다. 원래 인생이란 놈은 꾹 참고 잘살아 보려고 할 때마다,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더 못되게 굴잖아요.

 

로자 아줌마의 건강은 손 쓸 수 없이 나빠져 사는 것 보다 죽는 게 더 나은 지경이 됐습니다. 제정신일 때보다 정신이 나가 있을 때가 훨씬 더 많았어요.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아줌마는 이젠 더 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계라고요.

 

모모는 아줌마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도록 안락사라도 시켜주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세상이 죽을 자유마저 허락하지 않는다는 거죠. 프랑스에서는 아무리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 해도 안락사를 시켜주지 않습니다. 주삿바늘 찌를 살덩이가 남아있는 한, 병원으로 끌고 가서 언제까지고 억지로 살아 있게 하지요. 그래서 모모는 아줌마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합니다. 모모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기로 한 거예요.

 

둘은 로자 아줌마가 세상이 무서울 때면 숨곤 했던 지하실, ‘유태인 둥지’에서 마지막 순간을 함께합니다. 정신을 잃은 아줌마가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도, 우리 모모는 끝까지 아줌마를 꼭 끌어 안아줘요. 혹시 아줌마가 자기한테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아채면 속상할 테니까요.

 

 

사람들이 시체 썩는 냄새를 쫓아 지하실로 찾아오기 전까지, 모모는 아줌마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들 열 살짜리 아이가 수양엄마 시체 옆에서 3주를 지냈다고 끔찍해 했지만 정작 모모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다만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던 사랑을 잃었는데도,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얼떨떨할 뿐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소년 앞에 남겨진 긴 생을 예고하며 마무리 됩니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리울 것이다.

 

<자기 앞의 생> 中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겁니다. “사랑해야 한다.” 저는 그 문장에서 앞서 말했던 ‘힘들어도 살아야 하는 이유’의 단서를 찾았어요. 우리가, 아니 적어도 제가 힘든 생을 꾸역꾸역 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모모에게 로자 아줌마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고 중간에 무너져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로자 아줌마는 모모의 생을 괴롭게 하는 원흉인 동시에 생을 지속할 힘이었던 거예요.

 

책장을 덮고 눈을 감으니, 제가 이번 생에 ‘사랑해야 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생은 버겁지만, 날 기다리는 그들에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세 좋게 집에서 뛰쳐나왔지만 결국 로자 아줌마에게 달려간 모모처럼요.

 


P.S.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자기 앞의 생>은 독자를 울리는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 대부분은 어린 모모가 짊어져야 하는 생의 무게가 가여워서 눈물을 흘렸을 거예요. 본인의 버거운 현실이 이입됐다면 더 많이 울었을 수도 있을 거고요.

 

물론 안타까운 일이 대부분 그렇듯,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럴 겁니다. 어느 날 당신이 문득 주저앉고 싶어지는 순간에 힘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전합니다.

 


illustrator 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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