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실력이 좋고 붙임성 있는 사람이면 경력, 학력 상관없습니다. 시급 8000…원? 헐 대박!”
아르바이트 공고를 읽다 보면 이건 꼭 해야 한다 싶은 자리들이 있어. 주차장 아르바이트 공고의 킬링 포인트는 당연히 시급이지! 그러나 시급에 혹해 일을 시작한 불쌍한 중생들은 일주일도 안 돼서 인생의 진리를 알게 되는데… 아. 세상에 공짜는 없구나.
이번 알바 후기는 소문에 의하면 꿀알바인데, 실제로 해보면 역시나 X나 힘든, 주차장 아르바이트야.
누구에게나 첫 출근은 긴장되잖아. 모든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무섭고 어렵고. 주차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첫날은 진짜 멘붕이었어. 솔직히 아무것도 모를 때는 그냥 서서 인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이게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더라고.
일단, 내가 담당하는 층의 주차공간(알바생들끼리는 ‘박스’라고 불러) 개수와 주차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해. 공간이 없으면 다른 층으로 내려보내야 하니까. 또 같은 층에 근무하는 동료와 수신호(혹은 무전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가는 차와 들어오는 차의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정리해야 해.
이렇게 글로 써놓으니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차가 동시에 여러 대 우르르 내려오면 진짜 당황스러워. 왜 테트리스 죽기 직전 되면 갑자기 속도 엄청 빨라지면서 조각들 막 떨어지고,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게임오버 되잖아. 딱 그거 같아. 차는 계속 들어오지, 박스 몇 개나 남았는지는 기억 안 나지, 수신호고 무전 신호고 못 알아 듣겠지. 주임이 일 이따위로 할거면 당장 그만두라고 막 화를 내는데, “네! 안녕히 계세요.”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진짜.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규모가 큰 주차장에서는 사람에 따라 맡은 일이 조금씩 다르긴 해. 정산을 담당하는 친구, 입구에서 안내 방송을 담당하는 친구, VIP 발렛을 담당하는 친구. 그중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필요한 일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주차 유도 도우미야.
주차장 아르바이트는 보통 1시간 일하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쉬는 구조로 일해. 더 놀라운 건 쉬는 시간도 근무한 거로 쳐서 시급을 준다는 거. 쉬는 시간 없이 쭉 일하는 일반적인 아르바이트에 비해 너무 파격적인 조건이라서, 그만둘까 싶다가도 휴식 제도를 겪고 나면 계속 다녀야지 싶다니까.
하지만 이걸 마냥 꿀알바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야. 어쨌든 자동차 사이에서 맨몸으로 일하는 거라, 자칫 위험할 수도 있거든. 또 엄밀히 말하면 쉬는 게 아니라 근무 대기를 하고 있는 거라서, 주말이나 공휴일처럼 사람이 많은 시간엔 쉬다가도 일하러 잡혀가기도 해.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안 좋으면 오히려 휴식 시간이 일할 때보다 더 괴로울 수도 있고.
그래도 일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한 시간 근무 한 시간 휴식 제도에 만족하는 편이더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못 쉬게 하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다양한 알바 경험을 통해 이제 우린 알고 있어. 모든 일은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적응이 돼. (아르바이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한정적이니까) 언제나 문제는 사람이지. 늘 말하지만, 상식 밖의 사람이 너무 많고, 그런 사람들은 겪어도 겪어도 적응이 안 돼.
아래로 내려가라는데 수신호 무시하고 차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우리끼리는 ‘탱크’라고 불러), “주차장을 뭐 이따위로 지어 놨냐”며 화내는 사람. 자기는 주차 못 하니까 우리더러 주차 해 놓으라면서 키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어. 그럴꺼면 운전을 하지마세요…
또 이건 일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건데, 주차장이 혼잡하다 보니 손님들 사이에서 싸움이 정말 자주 일어나. 그리고 우리는 그 싸움 현장에 투입돼서, 그들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해. 막 자기들끼리 격해져서, 말리려고 하면 “넌 닥치고 있어!”라며 막 대하는데… 남의 돈 버는 일이 진짜 더럽고 치사하다 싶더라고.
주차장의 근무환경은 지상 지하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야. 공통적으로는 매연 때문에 공기가 매우 안 좋아. 일하고 나면 목이 아픈 건 기본이고, 한 친구는 첫 근무 마치고 집에 와서 코를 풀었는데 까만 콧물이 나와서 놀랐대. (눈물)
그리고 주차장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친듯이 더워. 특히 여름의 지하주차장은 그냥 사우나에서 일한다고 보면 돼. 공기 순환도 잘 안 되는데 날까지 더우니까 말 그대로 숨이 턱턱 막혀. 지상은 사방이 트여있으니까 그나마 덜하긴 한데, 여긴 비 오는 날이 문제야. 우비 하나 딸랑 입고 비를 그대로 맞으며 일해야 하거든.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내내 서서 일하려면 강한 체력이 꼭 필요할 거야.
정리하자면, 매연 때문에 공기가 매우 나쁘고 여름엔 아프리카를 겨울엔 시베리아를 경험하는 극한 알바다. 종일 서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다. 또 몸을 쓰는 동시에 머리 속으로 주차 현황을 파악해야 하므로 빠릿빠릿한 상황 판단력이 필수다. 주차전쟁으로 지친 손님들을 대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 소모도 꽤 큰 편. 하지만 시급이 센 편이고 휴식 시간이 넉넉하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으므로 굳이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illustrator 백나영
assist 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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