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표지 콘셉트는 모델의 꿈을 반영했다. 표지 촬영을 끝내고 바로 독일 베를린으로 영화 공부 차 떠나버린 한소범양. 그녀에게서 날아온 자기 소개서를 통째로 싣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행동은 부족한데 생각만 많아 일을 그르치기가 십상이고, 습관적 비관주의자인데다가 두서없는 말이 많은 산문체 인간입니다. 2할만큼의 열정이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나머지 8할을 늘 버겁게 숨을 몰아쉬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연수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만큼, 고다르의 점프컷들 사이에 숨겨진 의미들에 생각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국문학과 영상학을 복수전공하는, 그러니까 굶기에 딱 좋은 것들만 골라 잡은 멍청이입니다.
독일로 떠난 이유는?
베를린의 키노에서 캄캄한 사위를 헤치고 밝게 빛나는 피나 바우쉬와 그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빔 벤더스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언젠가 그들의 풍경 안에서 서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기회가 닿아 독일에 공부하러 오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독일어를 말하는 제 혀가 낯설지만, 다른 언어로 얘기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생활방식을 경험해본다면 더 좋은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오늘은 여전히 불만족스럽고 내일은 불투명해서 불안한, 그런 비루한 삶들이 지속되지만, 할 수 있는 것들 혹은 해야 하는 것들을 하며 시간을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무엇이든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원이 요원할지라도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는 것을 최선의 목표치로 두고 단순하게 모든 일의 선의를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photo 김재윤 Studio Zip
진행 이정섭 기자 munchi@univ.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