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알바 월급을 받은 날, 나는 고모에게 대나무가 그려진 담배 한 보루를 선물했다. 담배를 선물하는 게 옳은 일인가 찜찜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달리 부족한 게 없어 보였다. 고모는 내가 아는 여자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멋지게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일어나면 바로 목욕탕에 들러 친구들과 나체 회동을 즐겼고, 집에는 옷을 쫙 진열해놓은 드레스 룸이 있었다. 앞에선 거하게 욕해놓고 뒤에선 챙겨주는 ‘츤츤함’으로 주변에 사람도 넘쳐났다. 쉰 살이 넘었는데도 얼굴에 주름을 찾아보기 어렵고, 매일 목욕탕에 출석해서 그런가. 피부에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3년 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한 후 거짓말같이 담배를 끊었다는 점뿐이다. 아빠는 매일 외식을 하는 고모에 대해 “너희 고모는 결혼을 안 해서 철이 없어. 돈을 아낄 줄 몰라”라고 흉보곤 했다. 나는 결혼을 해서 불행한 것보다는 철없이 혼자 사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받아치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엄마와 아빠는 고모가 결혼을 안 해서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내 눈에는 ‘정상가족’을 이루고 사는 엄마 아빠보다 고모의 얼굴이 더 즐거워 보였다. 자식들 때문에 속이 썩어 문드러지거나 돈에 쪼들려서 ‘사네 마네’ 싸우는 경험을 하지 않아서일까.

 

고모의 삶은 언제나 여유와 자유로움이 묻어났다. 그런 고모가 지난 명절에 내게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물어서 어이가 없었다. 아직 먼 이야기라고 손사레 치자 고모 친구 딸은 너랑 동갑인데 벌써 애가 둘이라고 강조하기까지. 사실 친구들과 결혼 이야기를 하는 빈도가 부쩍 늘긴 했다.

대화는 늘 비슷한 기승전결을 거치는데, 결혼에 대한 일반적인 불안감과 두려움을 토로하는 게 1라운드. 어떻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해? 애를 어떻게 낳아? 일은 어떡해? 그 애를 어떻게 제대로 키우지? 다음에는 디테일한 사례 연구로 넘어간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의 시댁 경험담을 공유하며 “노답이다” “쯧쯧”을 무한 반복하다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모으는 것이다. “역시 비혼이 답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갈 때쯤이 되면 묘한 결론에 도달한다. “근데… 결국 결혼하겠지? 결혼 안 하고 어떻게 살지 상상이 안 가.” 친구들은 상상이 안 간다는데, 나는 그 순간 고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내, 며느리, 엄마 역할을 거부하고 평생 개인으로 살아온 불온한 한 여성이. 어쩌면 우리에게는 비혼의 롤 모델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커리어의 소유자가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여성이.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가정이 아닌 다른 즐거움으로 삶을 건강하게 꾸려나가는 어른 여성이 많이 보여야,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모는 나의 롤 모델이다. 비혼으로 산다면 고모처럼 철없고 멋지게 살고 싶다.

 

엄마 아빠처럼 결혼 생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역시 여러모로 고모가 이긴 것 같다.


[829호 – 독립일기]

Illustrator 이다혜


호주스타일로 출근하면 어때?

진짜 호주를 만날 시간


표지모델!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19 최희승

연세우유크림빵과 드라마 덕후라면서요...?

 

놀거리 볼거리 가득했던 한양대 축제

티젠 콤부차 부스에 가다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자 우리

재미있게 살고 싶다면 매일이 축제라고 생각하며 살아보자.

 

축제는 추억이 되고

대학 축제라는 것이 행복한 대학 생활의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대학교 축제에 나타난 거대 오리 그리고…

메인 스폰서로 등장한 본디(Bondee)

 

어떤 의미로는 축제 같은 영화들

5월의 문화 리뷰

 

여름 오기 전 맥도날드 정규직 직원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

면접 꿀팁부터 복지까지, 맥도날드 인사팀이 말하는 찐 채용 정보 A-Z.

 

5월의 잠 못 이루는 밤, 10CM

대학 축제 시즌이면 가장 바빠지는 '부동의 축제왕' 권정열

 

그래서 다음 팬 페스트는 언제죠?

팬심 폭발하게 만든 ‘메이플스토리 20주년 팬 페스트’ 후기

 

대학 축제 MC 1인자, 유튜버 <섭이네>

"축제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집합체다"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